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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48호- 새해 인사드립니다(정진홍)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2:54

                                     새해 인사드립니다 

                

                       
                              

 2015.1.6

 

 

        왠지 지난가을이 기울면서부터 저는 ‘꿈’이라든지 ‘기다림’이라든지 ‘되돌아봄’이라든지 하는 언어들이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대신에 ‘마주봄’이라든지 ‘서로 손잡고 있음’이라든지 ‘함께 걷기’라든지 하는 언어들이 더 없이 친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억지입니다만, 그래서 저는 이를 ‘시간언어’에서 벗어나 ‘공간언어’를 살고 싶은 희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분명히 어떤 구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쩌면 그것은 제가 소진한 시간이 회상의 양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망각으로 채워질 만큼 아득해지면서 이제는 바닥을 드러낸 시간을 달리 채우고 싶은 ‘욕심의 에두름’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또 새해입니다. 제게는 어쩔 수 없이 시간언어를 발언해야 하는 ‘불편한 계기’입니다.

 

 

        그러나 캘린더 문화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지닌 제의성을 우리가 새삼 주목한다면 새해란 ‘불가피한 직면’입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당연히 새해의 의미도 추출해야 하고, 내 실존의 몸짓을 추스르는 일도 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올해는 새해를 시간언어를 발언하기보다 공간언어를 발언하면서 새해와의 만남을 수식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물음을 감히 여쭙는 것으로 새해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새해에는 어디서 누구와 마주보며 사시겠습니까? 새해에는 무엇과 어디에서 만남을 사시겠습니까? 누구와 손잡고 어디에서 무엇을 새해에는 하시겠습니까? 새해에는 어디를 걸으시겠습니까? 새해에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누구와 무엇과 더불어 어디를 마련하고, 어디에 머물고, 어디를 드나들고, 어디를 비우고 어디를 채우면서 그렇게 새해를 사시겠습니까? 꿈도 기다림도 되돌아봄도 없이 그렇게 어디에서 마주보고, 어디에서 손잡고, 어디에서 걷곤 하면서 새해를 살아가시겠습니까?

 

 

       조금 더 보탠다면, 새해가 끝나고 난 뒤에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 언어의 발언주체’가 우리를 일컬어 아무개가 지난 한 해 동안 어디에 있었다고 할 수 있도록 사시겠습니까? 새해에는 ‘언제는’은 아예 침묵한 채 ‘어디에’를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묘사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겠는지요. 그리고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어디’에 있었다고 일컬어지도록 할 수 있을는지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집안 두루 다복하시고, 하는 일마다 보람 있게 이루시기를 빕니다.


 

 

                              (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정진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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