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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28호-밥과 무기와 믿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8. 26. 18:03

 

밥과 무기와 믿음

 

 

 

 

 

 

2016.7.26

 

 

 


바야흐로 불신의 시대이다.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는 국민을 믿지 못한다. 국민들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를 무던히도 괴롭혔던 이 문제가 이제는 국방과 관련하여 재현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그것이다. 일개 서생으로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도 그랬거니와 사드 배치 문제 또한 우리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마냥 무관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듯하다.

 

연전 미국에서 발원한 한반도 사드 배치 주장을 둘러싸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사드를 설치하면 실제로 북한의 핵 도발을 저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을 배경에 두고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는 사드 배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과 사드 배치가 중국을 자극하여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전쟁의 위험성을 오히려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하여 왔다. 또 일각에서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현재 최대의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개진하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일 년이 넘도록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계속하여 강변해 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 갑자기 장소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 하에 하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며칠 뒤에는 사드 포대를 경북 성주군에 배치할 것이라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대해 성주 군민들은 격렬히 반발하였고, 삭발과 시위를 통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고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보도들이다.

 

 

... 사드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 측 역시 "국방부가 환경 영향 평가나 주민설명회도 하지 않아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대책위 회의와 군민 의견 수렴을 거쳐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성주의 표면적인 민심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태다. 14일 오후 5시쯤 성주군 양봉협의회장, 성원2리 이장 등 5명은 성주군청 현관 앞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은 15일 성주를 방문해 민심을 청취할 예정이다. (조 일보 7월 15일자)

 

21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는 성주군민 2000여명으로 구성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평화를 위한 사드배치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를 열어 사드 성주 배치 결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성주군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이 땅에 사드는 필요 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배치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군민 20여명은 사드배치에 항의하는 뜻에서 삭발하기도 했다. 김안수 공동투쟁위원장은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의 분노를 알리고자 상경했다”며 “책임자가 현장방문 한 번 하지 않고 책상 앞에서만 중대 결정을 한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7월 21일자)

 

 

이러한 반발에 대해 정부의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사드 도입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지역민들 사이에 ‘불순세력’이 개입하지 않도록 차단하여 분열과 사회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박대통령의 발언 내용이다.

 

 

...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단하게 된 것도 북한의 이런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해서입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공격압박 속에서도 지금 일부 정치권과 일각에서 사드 배치를 취소하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주셨으면 합니다. ... 지금 사드 배치에 대해 이것이 정쟁화되어 가고, 이것을 재검토하자는 것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우리가 분열하고 사회혼란이 가중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장으로 가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에 불순세력들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합니다. 이번 배치가 결정된 지역의 여러분도 대화와 소통으로 최선의 해결 방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항에 이해와 협조를 해주셔서 앞으로 안전한 대비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한겨레신문 인터넷판 7월 21일자 기사에서 재인용)

 

 

대통령의 말씀이 옳을 것이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목숨과 공동체의 안위가 달린 문제가 아닌가? 그런데 서로 평행선이다. 전자파유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영향이 없다고 아무리 강조하여도 성주 사람들은 납득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여론은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한 번 따져 보자. 성주 군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불순세력의 개입과 조종으로 인해 일어난 일일까? 그리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사회 일각의 논란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자는 것일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단은, 사드 배치가 어째서 안보상 꼭 필요한지에 대해, 또 만약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자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바로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조급함, 그리고 일관성 결여가 초래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혼란은 정부가 야기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분열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 박대통령도 언급하였듯이 답은 소통에 있다. 일반 국민들이 모두 안보

전문가가 될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중요한 국가정책이 시행될 때 그 정책이 그 분야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으로서 그 정책의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납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다. 그리고 이는 민주국가라면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소통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야말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기초일 것이다. 다음은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어떤 대화이다. 우리 시대에도 이 대화는 여전히 유효할 듯하다.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경제를 잘 살펴 백성들이 먹고 살게 해야지. 나라를 지킬 군비를 충분히 갖추어야지. 백성들이 믿도록 해야지.” “이 셋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요?” “군비를 포기해야겠지.” “남은 둘 중에서 어쩔 수 없어서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요?” “경제를 포기해야겠지.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백성들이 믿지를 않으면 설 수도 없거든.” ( 子貢問政子曰:「足食. 足兵. 民信之矣.子貢曰: 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 :「去兵.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論語 顔淵篇 7)

 

 

 

 

김호덕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서양철학, 맹자에게 길을 묻다 :프랑수아 줄리앙의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 :도덕의 기초를 세우다》에 대한 서평〉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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