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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25호-남 내로크족이 생존하는 방법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8. 26. 17:50

 

 

남 내로크족이 생존하는 방법

 

 

 

2016.7.5

 

 


 

 

나시레마(Nacirema)족의 거처는 로라시아(Laurasia) 대륙이 나누어져 만들어진 곳 가운데 하나에 위치해 있다. 로라시아는 본래 한 덩어리였던 판게아(Pangaea) 초대륙이 둘로 갈라져 형성된 것으로, 나머지는 남쪽의 곤드와나(Gondwana)대륙이다. 북쪽의 로라시아 대륙은 다시 몇 차례 분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 나시레마족은 크리(Cree)족, 야퀴(Yaqui)족, 아라와크(Arawak)족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을 연구한 호레이스 미첼 마이너(Horace Mitchell Miner: 1912-1993)에 의하면 나시레마족이 주로 신경을 쓰는 것은 자신들의 몸이다. 그들은 자신의 몸이 추(醜)하다고 간주하고 그냥 놔두면 저절로 쇠약해지고, 병에 걸리게 된다고 생각하여 이런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한다. 그래서 그들이 집착하는 것은 치병(治病)과 청결(淸潔) 의례이다. 그들은 자신이 사는 거처의 심처(深處) 벽감(壁龕)에 성소(聖所)를 만들어 온갖 부적 및 의례용품을 안치해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제사를 지낸다. 특히 아침에는 입 가득히 거품을 만들어 밤새 침입한 악의 세력을 쫓아내는 축귀(逐鬼)의식을 행한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와 몸이 아플 때 찾는 주의(呪醫)를 엄격히 구분하고 일상다반사로 그들을 찾는다. 주의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두드러져, 종종 그를 찾아가는 행위 자체가 치료 효과를 갖는다고 여기기도 한다. 나시레마족은 처음 부족을 일으킨 놋뉘소(Notgnihsaw)를 자신들의 문화적 영웅으로 존경하는데, 교환할 때 사용하는 기본 화폐에 그의 얼굴을 새겨 넣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내로크(Naerok)족의 거처는 나시레마족과 같이 로라시아(Laurasia)대륙에 연유한 곳이며,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커다란 바다에 의해 나시레마족의 거소와 나뉘어 있다. 내로크족은 나시레마족과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나시레마족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내로크족이 양분되었기 때문이다. 북(北) 내로크족이 나시레마족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반면, 남(南) 내로크족은 보은(報恩)의 대상으로 여기고 모든 방면에서 모방하고자 한다. 하지만 북, 남에 상관없이 내로크족은 나시레마족이 지닌 엄청난 “마나”(mana)에 대해 압도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 다만 그 “마나”에 혐오감을 느끼고 반발하는 쪽이냐, 아니면 달라붙는 쪽이냐에 따라 남, 북이 갈릴 뿐이고, 모두 나시레마족이 지닌 “마나”의 자장(磁場) 안에서 휩쓸리고 있다는 점은 같다. 내로크족의 남북 체제는 양쪽 모두 서로 증오의 비난전을 펼치면서 기득권 유지를 하고 있는데, 남쪽에서는 모든 잘못을 북쪽의 탓으로, 북쪽에서는 남쪽 탓으로 돌리면서 대다수 부족민이 실제로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형편이라 한다. 그래서 남, 북 내로크족의 지배층은 말로만 잡아 죽일 듯이 비난할 뿐이고, 실제는 서로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 한다. 왜냐하면 한쪽이 없어지면 다른 쪽도 권력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 내로크족에서 내건 정치 및 생활 신조는 “나시레마족보다 더 나시레마족답게 살아보자!”이고, 북 내로크족의 선전 구호는 “나시레마족의 마나를 우리 것으로 쟁취하자!”이다. 소문에 따르면 최근에 북 내로크족 족장에 취임한 미크(Mik)가 불꽃놀이를 하면서 “우리도 드디어 나시레마족의 마나를 쟁탈하였다.”고 선언했다는데, 그들이 얻었다는 마나는 부족민이 먹어야 할 음식물을 희생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남 내로크족의 족장 크랩(Crap)이 오직 중시하는 것은 나시레마족처럼 무한 경쟁의 자유를 누리는 것과 배신 없는 충성심이라는데, 그 덕분에 남 내로크 부족민 대다수는 족장 친위대의 끊임없는 배신자 색출 장면을 보면서, 소수층의 무한 자유 향유와 맞바꾼 생존위기의 극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경쟁에서 탈락한 이른바 루저들은 남 내로크를 일컬어 “헬내로크”라고 한다는데, 이들은 북 내로크에서 못살겠다고 탈출하여 남 내로크로 온 이들 중 일부가 기겁을 해서 다시 남 내로크를 탈출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명명(命名)을 정당화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남 내로크족은 “루저”로 전락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근처의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최상의 존칭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사장님이 되며,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놈”이 아니라, “분”으로 대접받는다. 이런 존칭은 단지 그 사람 자체뿐만 아니라, 그와 은유적, 환유적으로 연관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전화 오셨습니다.”와 같이 사물에도 무차별적으로 존경어를 사용하는 것은 경쟁 탈락의 두려움이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위의 모든 사람을 혈연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모나 언니, 삼촌이라는 용어가 횡행하게 되어 여기저기서 유사 가족이 출몰하게 된다. 잠깐 동안이나마 혈연관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악몽과 같은 생존경쟁에서 조금은 비켜 서있는 것 같은 환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셋째는 가능한 한 많이 나시레마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내로크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암암리에 “루저”에 가깝다는 표시가 되므로, 실제로 “루저”에 근접해 있는 부족민일수록 필사적으로 나시레마족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일각에서는 조만간 내로크족의 표준어가 나시레마족 언어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남 내로크족은 나시레마족 본토 발음을 내게 하기 위해, 자기 자식에게 혀 수술을 받게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평자들은 모두 “루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남 내로크족의 두려움이 부족 곳곳에 편만(遍滿)하고, 그 정도가 처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시레마족이 아침마다 입 청소를 위해 거품을 만들어내는 데 반해, 남 내로크족은 “루저”의 몰락을 모면하기 위해 무차별 존경어, 유사가족 관계, 그리고 나시레마족 언어라는 세 가지 거품을 만들어 헉헉 거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북(北) 내로크족과 남(南) 내로크족에 소속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포(恐怖)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북 내로크 인들은 두 세대 넘게 나시레마족의 침략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두려움 속에서 온갖 모순을 견디고 있고, 남 내로크 인들은 선진 나시레마족을 닮는 길이라면서 떠들면서 대다수 부족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지도부의 잔인함에 두려워 떨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크랩이 자기 부를 내로크족의 놋뉘소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하는 소문도 널리 퍼져있지만, 필자는 사실 확인의 능력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하지만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떠버리들이 자유경쟁 지존의 나시레마족 모델이 하나의 판게아 초대륙과 같이 모든 곳에 관철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 내로크 인들은 점점 더 많이 "그렇다면 우리에게 부족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중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자기 발등을 찍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소문이 남 내로크에서 빛의 속도로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장석만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종교’를 묻는 까닭과 그 질문의 역사: 그들의 물음은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던지는가?>, <인권담론의 성격과 종교적 연관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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