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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의 종교는 문화적 니힐리즘을 극복해야..

2016년 세계 신종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나서

 

 

 

2016.7.19

 

 


 

 

2016 세계 신종교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7월5일부터 10일까지 한국의 대진대학에서 개최되었다. 5박 6일간 20개국 123명의 신종교학자들이 모여 70편의 연구 논문 발표와 토론, 그리고 종교답사가 있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신종교학회(KANR)가 세계신종교연구소(CESNUR), 세계신종교학회(ISSNR)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대진대학에서 행사를 주관하였다. 동 국제학술대회는 1997년부터 매년 세계를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사무국은 이태리 토리노에 있는 세계신종교연구소다. 세계신종교학회는 해마다 각국의 신종교학자(100-200명 정도)들이 모여 세계 신종교에 대한 연구논문의 발표와 토론, 개최지의 신종교문화답사를 한다. 이를 통하여 연구자들은 변화가 극심한 신종교의 현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신종교에 대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전례에 따른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총 70편의 논문(이중 20여 편은 한국학자들이 발표한 것임)은 17개 분과로 나눠져 진행되었다. 첫날(7/5)은 국내외 학자들이 대회장에 도착하여 환영 리셉션을 가졌고, 다음날(7/6)부터 7/8일 오전까지 3일간의 논문 발표와 토론의 학술대회가 계속되었다. 셋째 날 오후부터 한국 신종교 답사(청평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전주 한옥마을, 익산 원불교 총부)를 한 후 7/10일 오후에 서울로 올라와 모두 해산하였다.

 

한국신종교학회는 1999년 창립이후 식민시대 자생종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신종교 연구의 한계를 타파하고, 현대사회의 새롭고 다양한 종교현상들에 대한 연구를 모색해왔다. 그러던 중 현대사회의 신종교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세계신종교학회가 자연스럽게 거론되었다. 그 학회와의 교류는 한국의 신종교와 그 연구 성과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신종교학의 학문적 정립과 그 저변을 넓히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후 한국신종교학회와 세계신종교학회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였다. 당시 총무이사였던 대진대 이경원 교수가 동 학회 대표자격으로 참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학회 회원들이 참여하면서 한국 개최를 타진해 왔으며, 참여한지 6년 만에 한국에서 거대한 세계 신종교국제학술대회 개최가 이루어졌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2011년 신종교의 교세가 강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대회의 대주제는 ‘세계화시대의 종교운동: 한국, 아시아 그리고 세계’다. 대주제에서 보듯이 이번 발표는 주로 연구 대상으로서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종교, 그리고 관심의 주제는 역시 현대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세계화였다. 세계화의 문제는 이 대회의 단골 메뉴다. 최근 12년간의 대주제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부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세계화에 관련된 주제가 과반을 차지한다. 그만큼 세계화 문제가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종교가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표된 논문만 총 70편이었다. 발표 논문의 주제를 대강 살펴보면, 대주제에 해당하는‘종교와 세계화: 한국과 세계’를 필두로 하여 대만,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동 아시아 신종교, 예컨대, 베트남의 카오다이교, 중국의 파룬공, 일본의 천리교, 한국의 통일교와 대순진리회, 대만의 일관도, 천제교 등이다. 그리고 현대 종교문화로서 힐링문화, 비의 종교, 마음수련, 신무속 등의 최근의 새로운 현상들도 소개되었다. 이 같이 많은 신종교와 종교현상이 소개되었지만 연구 대상을 분석하는 시각은 매우 다양했다. 단순 종단소개에서부터 비교분석, 사회학적, 심리학적, 인류학적, 사상사적 분석까지 학자마다 자기 색깔을 내고 있다. 종교연구에는 특별한 왕도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신종교운동의 세계적인 현상과 그 종교적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진지한 태도를 내보였다.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대주제와 관련된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 대학교의 안셀름 민교수의 ‘세계화시대 종교의 도전과 기회’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글이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종교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새로운 역할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종교가 자기 조직이해의 확장을 위한 ‘자본주의적 경영’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자기 부정을 통한 공동선의 실현을 위한 ‘공동체의 정치’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화는 인간의 주관성을 파괴하여 문화적 니힐리즘에 이르게 한다며, 이것이 세계화시대 종교들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하였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종교가 말하고 있는 추상적인 개인의 덕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러한 종교적인 덕성을 구체적으로 정치화하여 공동선을 위한 시민도덕으로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聖)과 속(俗)의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는 종교가 세계화 문제들에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며, 자원과 권력을 가진 국가의 역할, 즉 자기를 부정할 수 있는 영성을 가진 종교들이 성직(聖職)으로서 소명(召命) 정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하였다. 요컨대, 세계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정치이며, 종교도 정치가 잘 될 수 있도록 시민 도덕과 공동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문선명 사후 통일교의 분열에 초점을 둔 글들, 동아시아의 카오타이교, 천리교, 증산교 등을 비교분석한 글, 현대 새로운 종교문화로서 세계화시대 힐링문화, 마음수련, 신무속전통의 형성 등은 필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마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세계적 규모의 종교관계 정기 국제학술대회로서는 처음 개최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에서 동·서양의 학자들이 모여 상호 학문적 교류를 하고, 한국 신종교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한국 신종교학회로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의 발표와 토론 내용도 다양해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는 한국 신종교학 발전에도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신종교에 대한 연구는 현대종교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빠른 첩경이다. 특히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줄어가고 있는 시장 중심의 급속한 세계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시아 종교의 주요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인도, 중국, 일본학자들이 별로 참석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신종교 개념과 이해가 국가와 신앙마다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인간 삶의 방식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어떻든 신종교학이 전통적인 분과 ‘학’으로서 구성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또한 동 대회 대주제인 종교의 세계화에 대한 도전과 기회는 종교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역사와 현장을 살펴보지 않는 한 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케 하였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논문으로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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