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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송가〈이매진〉의 종교성과 무신론 논란

 

 

 news  letter No.515 2018/3/27                  

 

   

 

 


          “상상해 봐요 천국(heaven)이 없다고,
          우리 아래에 지옥(hell)도 없고,
          우리 위에 오직 하늘(sky)만 있다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상상해 봐요 모두가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세상을.
          국가도 없고(there’s no countries),
          종교도 없는(no religion too),
          그래서 무언가를 위해 죽고 죽일 필요가 없는 세상을...

         아마 나를 공상가라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거예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one)가 될 거예요.”

  

 

 


       1971년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은 소유도 탐욕도 없는, 오직 형제애(brotherhood of man)만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상상하는 〈이매진(imagine)〉을 발표했다. 그리고 몇 십 년이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2.9~2.25)’ 개막식에서 가수 하현우(국카스텐), 전인권, 이은미, 안지영(볼 빨간 사춘기)이 함께 이 노래를 열창했다. 이 곡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주제인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선정되었다.


       〈이매진〉과 올림픽과의 인연은 매우 깊다. 2012년 8월 12일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리버풀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이〈이매진〉을 불렀고, 이어 존 레논이 대형 전광판에 등장했다. 존 레논의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했고, 스타디움 가운데 많은 작은 조각들이 맞추어져 존 레논의 얼굴을 만드는 광경이 연출되었다.(The children's choir perform John Lennon's Imagine, https://www.youtube.com/watch?v=IgPRI6-8Efw, 검색 2018.3.27.)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2.7~2.23)의 갈라 콘서트에서는 김연아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 부르는 <이매진>에 맞춰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3년 10월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개최된 ‘UN 세계 평화축제’에서도 가수 윤하가 이 노래를 불렀다. 2015년 6월 12일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열린 제1회 유러피언 게임(European Games) 개막식에서는 미국의 팝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피아노를 치며 <이매진>을 불렀다. 

       오늘날 이 노래는 소위 ‘평화의 송가(peace anthem)’로서 비영리시민단체(NGO) 등의 모임에서 자주 애창되기도 한다. 유엔 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어린이 인권 신장을 위한 ‘이매진 프로젝트(Imagine Project)’를 기획하여 매년 반기문 전유엔사무총장과 같은 유명인사들이 참여하여 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2014년에는 김연아가 ‘피아노와 함께 하는 이매진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6년 SM엔터테인먼트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유니세프 2016 이매진 프로젝트’에 소속 아티스트들을 참여시켜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2016. 6. 28. 영상 공개) 

       이처럼 존 레논의 <이매진>은 올림픽 송가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올림픽 등 세계적 규모의 개·폐막식 행사와 인연이 깊고, 유니세프의 프로젝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영리단체(NGO) 등에 의해 ‘평화의 송가’로 불러지고 있다. 이렇게 이 노래가 널리 불러지는 이유는 그 가사가 지닌 의미의 진정성과 보편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이 <이매진>의 가사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세계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도 ‘종교’도 없어야 한다는 노랫말이다. 우리에게 ‘국가’와 ‘종교’는 보통 절대적 충성과 봉헌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고 또 그렇게 기능해온 측면이 있다. 그런 두 존재가 사람들의 화합과 평화를 방해할 뿐이라는 비판적 인식이 이 노래 말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 노래가 많은 국제적 행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문이 나에게만 드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매진>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그에 대한 댓글들과 답글들이 매우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존 레논의 생전의 모습이 대형스크린에 등장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의 동영상에도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다(2012년 8월 12일 게시, 2018년 3월 27일 현재 댓글 2,033개, https://www.youtube.com/watch?v=IgPRI6-8Efw). 그 중에서 유머러스한 글 하나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 옆에서 양파를 썬다면 나는 너무 싫을 것이다.
        (I hate it when you're watching YouTube videos and someone starts cutting onions
         near you.)”(아이디 Departed Productions)


       이 댓글을 단 사람은 아마도 존 레논의 얼굴이 전광판에 등장하자 마음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음을 이렇게 돌려 말했으리라. 이외에도 많은 댓글들은 존 레논이 말하는 상상의 세계가 실현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필자의 눈에 유독 띄었던 것은 ‘종교’ 그리고 ‘무신론’ 개념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안토니오 리베라(Antonio Rivera)라는 아이디의 사람은 “종교도 없고!(And no religion too!)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그 댓글에 대한 답글이 무려 259개나 달렸다. 그 중에 XFTX XX란 아이디는 “무신론도 없고(and no atheism too)”라고 답글을 달았다. 그러자 Hugh Jass는 “종교가 없다면 무신론도 존재할 수 없으며, 그 둘은 불가분리하다(Without religion atheism can't exist, they are not separate and one can not be gotten rid of without the other).”고 답글을 썼다. 

       종교와 무신론의 관계를 둘러싼 공방이 서로 답글을 달면서 <이매진> 동영상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Supersonic17은 “종교가 없다는 것은 신이 없다는 것이며, 무신론은 신이 없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종교가 없다면 모두 무신론자인 것이다(No religion means no god. Atheism means believing there is no god. If there was no religions, everyone would be an atheist).”고 말한다.그러자 Endri Neziri은 “신을 믿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다. 나는 신을 믿지만, 이슬람과 기독교 같은 대부분의 종교들을 싫어한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Chiungalla79는 “신을 믿지만 종교적이지 않다”라는 말은 ‘결혼한 총각’이라는 말과 같다(넌센스다라는 의미인 듯)”고 비판하면서, “ 만일 신을 믿는다면 종교적인 것이다. 기독교인, 무슬림이 아닐 수는 있지만, 신을 믿는 다면 그것은 종교적인 것이다. 심지어 신을 믿지 않지만 여전히 종교적일 수 있는 여러 방법도 있다.”라며 앞의 답글을 비판하고 있다. 

       에이브릴 라빈이 부른 <이매진> 동영상에는 존 레논 자체의 종교관을 논하는 글들이 달려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f354bzh31Co, 검색 2018.3.27.) 아이디 BoatingMyFloat은 “레논은 위키 페이지에 있듯이 무신론자이다. 레논은 종교적 가르침과 조직화된 종교들을 거부했다. 그의 노래 <이매진>은 ‘무신론자의 송가(atheist anthem)’이다”라고 하면서, 위키피디아의 ‘비틀즈의 종교관’ 항목의 인터넷 주소를 (https://en.wikipedia.org/wiki/Religious_views_of_the_Beatles) 달아놓았다. 이에 대해 Matt Mart는 “이 노래의 첫줄 가사만 보아도 존 레논이 무신론자인 것은 명확하므로 위키피디아를 찾아볼 필요도 없다”는 답글을 달았다. 그러자 Yummy Burger는 “레논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우리 고향에서는 무신론자는 일종의 범죄자 취급을 받고 처벌받지만 레논을 범죄자로 볼 수 없다. 그는 그의 방식으로 세계평화를 꿈꾼 휴머니스트이며, 그를 존경한다”고 답글을 달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인터넷 상으로 존 레논의 <이매진>에 대한 대중의 논란들이 오가고 있다. 존 레논이 “아나키스트라거나 사회주의자이다”, 혹은 “그가 우울증이 있었으며 <이매진>에 사탄의 영향력이 보인다”거나, “일루미나티의 노래다” 등의 글들이 인터넷카페나 블로그들을 통해 떠돌고 있다.(예를 들어 ‘올림픽 폐막식음악 Imagine-Lennon 영한 자막 7080팝송 강좌’ https://www.youtube.com/watch?v=2ZIC2_5PDiU, 검색 2018, 3.27.)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 가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이매진>. 그러나 그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위원회나 유니세프 등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사랑받고 있는 노래 <이매진>. 사실 아나키스트적으로 읽힐 수도 있는 <이매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경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 일상의 평범한 인류애(humanity)로 연대하자는 존 레논의 제안은 과연 종교를 부인하는 무신론인가, 아니면 종교를 넘어서는 또 다른 종교성을 의미하는가? 학문적 경계를 넘어서 인터넷에서 대중들에 의해 오고가는 <이매진>에 대한 ‘종교(성)’ 담론들은 우리에게 현대사회의 종교의 의미와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는 구체적 지표로서 간과할 수 없는 자료는 아닐까?

 


송현주_
순천향대학교 교수
논문으로 <서구 근대불교학의 출현과‘부디즘(Buddhism)’의 창안>,<한용운의 불교·종교담론에 나타난 근대사상의 수용과 재구성>, <근대 한국불교의 종교정체성 인식: 1910-1930년대 불교잡지를 중심으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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