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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724호-코로나19 단상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2. 4. 5. 17:16

코로나19 단상


news letter No.724 2022/4/5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는 지난 2년 동안 우리사회에 큰 악 영향을 끼쳤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비롯한 경제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고통을 당하고 소중한 생명까지 잃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에 의하면, 4월 4일 0시 현재까지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모두 1400만 1406명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만 7453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코로나 때문에 2주 내내 집에 갇혀 지내야만 했다. 나처럼 비활동적이고 게으른 사람에게도 2주 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대단한 고역이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동안 당연시했던, 지유롭게 외출하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의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 그나마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사람들의 일상 삶 중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를 들라면, 의례 생활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의례가 성립되기 위한 기본 요건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거리두기 정책에서 드러나듯이, 코로나19는 강한 전염력을 갖고 있는 돌림병이어서 사람들의 만남을 차단한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로 크고 작은 의례가 중단,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행해졌다.

그러나 쉽게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의례도 있다. 일생의례가 그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와중에서도 돌찬지, 결혼식, 장례식, 제사 등은 행해졌다. 이들 일생의례 가운데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은 죽은 자를 위한 의례 그중에서도 장례식이다.

정부는 감염 위험을 내세워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에 대해서는 화장만을 허용했다. 그것도 사망 직후에 바로 화장을 하고 이후에 장례를 치르도록 하였다. 이런 사정으로 가족은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망자를 떠나 보내야 했다. 염습은 생략되어 환자복 그대로 입관되어 화장장으로 보내진다. 가족은 화장장까지 망자와 동행하지도 못하고, 화장이 끝나면 그저 망자의 유골을 받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장례 절차가 정상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돌잔치나 결혼식 등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일생의례는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일반적 방식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 장례식처럼 죽은 자를 대상으로 한 일생의례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제사의 축소나 중단을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일지 지속될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아마도 대부분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것 같다. 사람들의 직접적인 만남과 접촉은 인간 삶의 필연적 요소이고, 코로나가 사라지면 사람들의 대면접촉을 차단하던 방역 방식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역으로 인해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인위적으로 강요되었던 ‘선화장 후장례’ 방식의 장례식은 이미 철회되었다. 물론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염습 처리의 문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규모의 축소와 간소화 등 의례방식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도 있다. 좋은 예가 제사이다.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아도 축소되고 간소화되어 가던 제사의 변화를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코로나의 종식 이후에도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만남의 방식에 대해서도 비대면의 방식이 만남의 범위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대체로 코로나19와 같은 큰 재난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일상의 삶을 일시적으로 훼방하고 교란하는 돌발적인 사건으로, 그래서 거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기존 일상으로 되돌아가 잊어버리길 바라는 부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와 아울러 기존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고통스런 계기로 작용하는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양편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용범_
안동대학교 인문대 민속학과 교수
논문으로 <일제의 무속 규제정책과 무속의 변화: 매일신보와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한국무속과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비교: 접신(接神)체험과 신(神)개념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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