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구룡성채를 떠올린다 news letter No.695 2021/9/14 사람 간의 거리를 넓혀야 하는 이 시기에 그와 정반대의 공간을 생각하게 된다. 밀접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뉴욕 대비 119배의 밀집도를 보였던 어떤 공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홍콩의 구룡성채(Kowloon Walled City)로 떠나본다. 구룡성채는 20세기에 가장 거리두기가 안된 장소로 꼽힌다.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같은 홍콩 영화 속에서 범죄자들의 소굴과 무법지대로 등장한다. 협소한 공간들이 촘촘하게 들어찬 밀집된 건물에 사람들이 부대끼며 시끌벅적하게 살고, 위생이 엉망이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건물 사이로 무질서한 배수관들이 보이고, 간판은 건물 여기저기 빼곡..
《법화경》과 영산재, 그리고 ‘인접성’과 ‘유사성’ news letter No.694 2021/9/7 뉴스레터 지난 호 기고문에서 조현범 선생님께서 불복장(佛腹藏)을 소재로 불교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신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1년 하반기 심포지엄의 주제가 ‘종교와 물질주의’로 예정되어 있기에 몹시 시의적절한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물질주의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던 터라 심포지엄 발제자 분들의 공부모임을 따라가며 소식을 듣고 있다. 필자가 연구 기반으로 삼고 있는 불교 특히 대승불교 전통은 물질의 실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집착에 기반한 인식의 산물로서 그것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불교에서 물질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생각될 수 ..
불교 물질 또는 불복장의 세계 news letter No.693 2021/8/31 종교 물질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2년 전 대학원 수업에서 읽었던 페터 브로인라인이라는 학자의 글이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한국종교 특히 한국 천주교 연구에 적용하면 어떤 글이 나올까 궁금했다. 아직 실제로 자료를 찾아서 읽고 분석하여 글로 만드는 일은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웨하스의 종교성에서 핵심을 이루는 성체라는 종교 물질을 한번 다루고 싶다. 지난 1학기에 두 개의 강의를 진행했다. 한 강의에서는 물질 종교에 관한 연구서를 가지고 강독하였고, 다른 강의에서는 수강생에게 물질 종교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한국종교의 구체적인 현상을 선택하여 분석하도록 하였다. 좋은 연구서를 읽고 연..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서 조미아를 생각한다 news letter No.692 2021/8/24 태풍 오마이스는 멀리서부터 기세를 뽐내려 했던지, 이곳에 도달하기 전부터 굵은 빗줄기를 뿌려댔다. 태풍이 내가 사는 지역을 거쳐 간다고 해서 이틀 전부터 부산을 떨었다. 1주일에 한 번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탓에 마당 한구석에 쌓여 있는 온갖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비닐하우스에 보관하고, 강풍을 대비해서 비닐하우스를 고정하는 끈들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주렁주렁 열매가 열려 이미 고개를 깊이 숙인 대추나무와 중심 줄기가 반쯤 썩은 커다란 자두나무가 눈에 거슬리고, 서서히 세월의 무게를 드러내어 군데군데 썩어가는 처마와 몇 해 전에 비가 새서 시멘트로 대충 발라놓았던 지붕의 틈들이 마음에 걸린다. 태풍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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