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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외, <과학, 종교, 윤리의 대화>, 궁리, 2001, 352쪽

과학 종교 윤리의 대화

책소개

태생이 서울대자연과학대학 소식지 <자연과학>이다. 자연과학이라는, 왠지 그 이름에서부터 가치초월적일 것 같은 분야에서 가치와의 대화를 시도했다.과학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는지, 혹은 그러면 안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 과학도라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있은 이 책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 과연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에 목숨을 잃은 죽음의 책임은 과학자들에게 있는가, 있다면 왜, 얼마만큼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생각해보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과정을 도와준다.

저자

정진홍

1960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있다. 종교현상학이 전공분야이고, 『종교문화의 이해』,『종교문화의 인식과 해석』,『종교문화의 논리』,『경험과 기억』,『열림과 닫힘』등의 저서가 있다.

목차

제1부 자연과학 연구의 윤리
과학기술과 윤리/이봉재
현대 산업 사회에서 과학기술자의 책임/송성수
현대 과학과 과학자 윤리/오진곤
환경 윤리와 인간의 생존/이진우
생명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사회윤리/최재천
제2부 현대 사회 속에서의 자연과학
과학기술 윤리와 국가의 정책수행/염재호
과학기술.윤리. 그리고 페미니즘/이은경
윤리적 관점에서 본 과학교육/최경희
과학기술 윤리와 시민운동/이영희
제3부 과학과 종교의 관계
종교의 과학읽기/정진홍
과학의 종교읽기/김희준
서양 과학의 역사와 기독교/성영곤
과학과 종교/양명수
제4부 과학과 종교의 대화
창조에 대한 신학적 이해/이정배
도교의 자연관과 환경/이명진
한의학에 나타나는 도가와 도교사상/정우열
불교의 생명윤리/이법산
과학문화와 한국의 무속/정병훈
제5부 종교는 인간복제를 어떻게 보는가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복제/임성빈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본 인간복제/이동익
인간 복제와 윤희/정승석
인간복제에 대한 유교의 입장/최재목

출판사리뷰

과학과 종교, 윤리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과학, 종교, 윤리의 상호소통을 위한 물음과 성찰!
자연과학자들과 인문,사회과학자들의
학제간 열띤 토론 속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과학은 20세기 우리의 삶의 양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간의 활동이 되었다. 과학이 만능으로 치부되는 혼돈과 희망이 뒤섞인 이 시대에 과연 과학은 어떤 윤리적인 문제들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가? 눈부신 생명공학의 발달로 신의 영역에 다가선 이 시대에 어떤 과학 윤리를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하는가? 과학자들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연구활동에 매진해야만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자 자신의 윤리관에서부터 환경윤리, 페미니즘, 인권문제, 국가 정책, 시민운동, 교육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한 편 과학의 윤리의 문제 한 켠으로 과학과 종교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과 종교지만 서로를 배제한 과학과 종교는 맹목이고 독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분명 과학과 종교는 서로를 의식하고 있으며 또한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요즘 과학과 종교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올바른 자리매김을 추구하는 노력이 드물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중요하면서도 다루기가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담고 있다. 과학과 윤리의 관계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는 사례 하나. 원자폭탄의 개발과 사용은 과학자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란을 폭발시켰던 사건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그 후유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심각한 도덕적 고민에 빠졌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폭탄 생산에 대한 정보를 숨겼다고 해서 폭탄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과학과 종교의 관계 또한 구체적인 예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과학은 특정한 질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그 질병을 잘 알기 때문에 원인을 제거하면서 치료를 하게 되는데, 종교는 이러한 과학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치유가 되든 되지 않든 그 질병이 인간의 실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므로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이 다듬어지지 않으면 질병은 치유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인류가 농업,산업 혁명을 일으키며 양적,질적으로 급성장하게 된 배후에는 과학의 힘이 크게 작용하였다. 누가 뭐라 해도 이제는 과학의 시대이다. 그런데 왜 과학의 발전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인류의 불안도 함께 커지는 것일까. 우주를 정복한 인간은 이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내부, 유전자의 비밀을 파헤치고 생명의 창조를 넘본다. 복제인간의 탄생도 그리 먼 미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과학에 대해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이 시대에 인간의 욕망과 필요만이 질주하면 그 끝은 어디일까. 우리가 과학, 종교, 윤리의 상호소통을 시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소식지인 <자연과학>에서 특집으로 다룬 내용을 토대로 꾸민 것이다. 과학자는 물론 철학자, 종교학자, 사회학자, 법학자, 교육학자, 한의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과학기술자 자신의 윤리관에서부터 환경 윤리, 인권 문제, 국가 정책, 시민 운동, 과학과 종교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분석을 하고 있다. 섣부른 결론이나 상투적인 화해를 끌어내기보다 상호간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각자 처한 입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레 밝힌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새로운 과학지식의 등장은 늘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우리가 선택하는 윤리가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려면 과학과 종교가 함께 일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미래는 과학과 종교에 고루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과학기술 시대에 과학과 종교와 윤리는 어떻게 상호 소통해야할까. 이에 대한 답은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는 지름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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