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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39호-종교와 미디어 (2014 하반기 심포지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2:01

                      종교와 미디어(Religion and Media)

  종교문화비평학회ㆍ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년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

 

 

 

 

 

 

2014.11.4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해서 활용하고 있는 매체는 매우 다양하다. 말, 문자, 도상, 음악, 춤 등은 가장 고전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미디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인쇄술, 타자기, 축음기, 사진,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인터넷 등이 그런 것들이다. 오늘날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디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에 필요한 도구로 보는 관점에 머물지 않는다. 미디어는 인간의 사유와 행동방식을 규정하고, 더 나아가 사회구조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일정한 방향으로 형성하기도 한다. 비근한 일례로 서구에서 인쇄술의 출현이 오감 중 시각을 극대화시켜 근대적 개인주의를 낳는데 결정적 동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분석한 마셜 맥루언을 떠올려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힘은 종교 연구자들의 눈을 피해가기 어렵다. 왜냐하면 종교는 무엇보다도 특정한 메시지를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체계이며, 다양한 미디어들이 그것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와 미디어를 함께 묶어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배경에는 종교를 이해하는 데 미디어를 결코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예를 들어 문명 초기 단계에 있었던 문자의 발명이 인류의 삶을 180도 바꿔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 그로 말미암아 종교의 영역에 어떤 변화가 초래되었는지 묻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전자 미디어 혁명이 초래한 의식의 구조 및 사회적 행동양식의 변화에 종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현대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학계에서 종교와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특정 종교의 신학적 관심사에 따른 연구를 제외한다면, 일반 학계, 특히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연구 분야에서 이 주제에 관하여 거두어들인 성과는 매우 미미하다. 아마도 미디어에 비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탓에 종교가 미디어의 짝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끌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종교학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연구자들의 손 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이번 심포지엄에서 종교와 미디어를 토론의 주제로 올려놓고 공론을 벌이게 된 것은 늦었지만 아주 다행스런 일이다.

 

  

      심포지엄의 발표자들은 각각 자신들이 선택한 미디어가 종교와 어떻게 접점을 이루는지를 보여준다. 각 논문의 대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종교와 문자: 상(商)대 종교적 매개로서 갑골문의 본질과 기능(임현수)”은 중국 상왕조의 점복에서 사용되었던 갑골문이 종교적으로 어떤 기능을 담당하였는지를 밝히는 글이다. “근대 초 개신교 문서의 문자성(도태수)”은 문자종교로서 서구 개신교가 한국에 도입된 후 근대적 종교성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였다. “소리의 종교적 자리를 찾아서 (이창익)”는 구술적 종교와 문자 중심의 종교를 대비하는 가운데 소리가 발하는 종교적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밝힌다. “선교사들이 찍은 한국 종교 사진 (방원일)”은 19세기 말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한국종교의 종교다움을 어떻게 포착했는지를 규명한다. “신화, 유령, 잔존하는 이미지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중심으로(최화선)”는 영화라는 매체가 종교의 기능을 대체하는 현상을 한 영화감독의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종교와 미디어의 문제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중요한 영역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앞으로 계속될 연구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것과 같은 여러 분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2014.11.4
                                         종교문화비평학회     회장 박규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장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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