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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42호-<종교와 미디어> 심포지엄 개회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2:06

                 <종교와 미디어> 심포지엄 개회사

                

                       
                              

 

 2014.11.25

 

 

 

오늘의 뉴스레터는 “종교와 미디어”를 주제로 지난 토요일에 열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년 하반기 심포지엄 개회사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와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년 하반기 심포지엄에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논의 주제는 종교와 미디어입니다. 미디어에 대한 문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빠르게 진행된 지구화와 더불어 누구나 그 중요성을 인정하는 주제입니다. 전자 미디어,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 없이는 현재와 같은 지구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었을 것이고 현대세계에서 미디어는 우리의 삶 자체를 규정하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이런 미디어의 중요성 때문에 현재 미디어를 주제로 많은 학술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매체(媒體)라고 번역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디어는 중간에 위치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떠올리는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관계에서 보면 화자가 메시지를 보내면 청자가 그것을 받는데, 이렇게 메시지를 나르는 것이 미디어가 되는 셈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매개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을 강조한다면, 미디어는 그 자체의 독자적 영역을 지닌 것이라기보다는 기생하는 것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중간에 존재하면서 화자와 청자를 매개하다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순간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측면만 강조한다면 미디어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왜 요즘 미디어가 그렇게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미디어의 생산적인 힘, 아니 거의 조물주적인 권력 행사를 도저히 간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디어는 메시지 전달과 함께 사라지기는커녕,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힘으로 현존하고 있습니다. 간접적인 것 같지만, 직접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기생적인 것 같지만, 독자적인 생명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디어입니다. 미디어는 이런 패러독스 안에서 스스로의 힘을 증강하고, 더욱 더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종교는 대부분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를 상정하고, 현재의 삶을 넘어선 저 너머의 삶을 상정하기 때문에 인간과 다른 생명체,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사이에 소통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세상들을 연결하는 미디어의 역할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예컨대 인간의 몸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경우에서 미디어의 무소불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와 미디어의 주제가 현저하게 부각된 것은 1990년대 이후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디어와 종교는 서로 상관이 없는 영역으로 여기기 십상이었습니다. 미국의 텔레비전에 나와서 설교하는 텔레-에반젤리스트에 대해 얼마나 낯설고 혹은 우스꽝스럽게 생각했는지 생각해보면 짐작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1990년부터 공공 영역에서 종교적 문제가 부각되고, 동시에 전자 미디어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종교와 미디어의 문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동안 지배적인 정치조건이었던 민족국가의 틀 자체가 재조정되어야 했으며 그 와중에서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의 역할도 재고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 인간관계의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가 처한 맥락 자체가 변화하게 되므로, 종교의 기존 담론, 프랙티스, 조직형태가 바뀝니다. 그리고 이런 종교적 변화는 다시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새로운 공동체의 창출 방식도 바뀌게 됩니다. 종교적 네트워크 자체가 이전과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디어를 타고 흐르는 담론과 이미지도 변형될 수밖에 없으며, 개인 주체성 및 집단 아이덴티티의 형성 방식 역시 다르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우리의 경험이 재편되는 방식을 바꾸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며 움직이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중요성을 더해가는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최근 현저하게 부각되는 종교에 대한 관심이 결합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된 초점은 급변하는 현재의 관계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와 미디어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현재의 상황에만 몰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 주제를 보다 면밀하게 천착하기 위해 우리의 현재로 이끈 근대의 전환기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있고, 또 훨씬 멀리 떨어진 고대 종교의 미디어 상황에도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내용은 다섯 가지입니다. 중국 상왕조의 갑골문에 나타난 점복의 기능에 관한 것, 19세기 말 한국에 들어온 개신교의 문서가 한 역할, 그리고 개신교 선교사들이 찍은 사진의 의미, 소리의 종교적 위치, 그리고 영화 미디어의 종교적 기능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중국의 갑골문에서 현대의 영화에 이르기 까지 동서고금의 방대한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이런 방대함을 가로지르는 주제는 바로 미디어와 종교가 공유하는 성격, 바로 이어주면서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오늘 심포지엄이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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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1월22일)에 열렸던 연구소 하반기 심포지엄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고해주신 발표자, 논평자, 사회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심포지엄에 참석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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