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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종교, 30년(1984-2014)을 마무리 하고서

 

     
       

                

                       
                              

 2015.2.10

 

 

        2014년 4월 한국갤럽(회장 박무익)은 전국(제주도 제외)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에 관련해서 다섯 번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가 지난 1월 15일 한국인의 종교(한국갤럽, 2015)라는 연구 보고서로 나왔다. 이번 연구 보고서는 제1부 조사의 개요, 제2부 조사결과 분석, 제3부 한국종교 30년간 변화와 종교사적 과제, 제4부 자료편(교차집계표와 설문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 내용은 1984년 1차, 1989년 2차, 1997년 3차, 2004년 4차의 조사 결과를 포함해서 지난 30년 한국인의 종교 흐름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이 연구 보고서에는 종교문화 진흥을 위한 사회 정책을 개발하고, 각 종교의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한국의 종교문화 흐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1984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30년간 한국의 종교 실태와 의식의 변화를 추적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30년 전 한국 종교연구의 객관적인 실증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초기부터 참여한 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의 여정을 다시 뒤돌아볼 수 있었다. 이 글은 지난 30년의 조사를 검토하고, 향후 한국 종교의 전망과 더불어 학계와 종교계, 그리고 관련 정책당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몇 가지 점만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먼저 종교인구(여기서는 제도권 종교 인구를 말함) 부분에서는 종교를 믿는 인구가 50%로 남성(44%)보다 여성(57%)이 더 많았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더 많았다(20대 31%, 60세 이상 68%). 종교인 비율은 1984년 44%, 1989년 49%, 1997년 47%에서 2004년 54%까지 늘었으나, 2014년에는 50%로 4% 포인트 감소하였다. 청년층과 고학년 층에서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종교 인구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의 영향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많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제 제도권 종교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한다.

 

        종교인의 비율을 종교별로 살펴보면, 불교인 22%, 개신교인 21%, 천주교인 7%, 비종교인 50%로 나타났다. 현재 종교인구의 지형은 불교는 감소 추세, 개신교와 천주교는 정체 상태로 요약된다. 10년 전에는 불교가 약진 추세, 개신교는 정체, 천주교는 감소 추세였다. 불교인구만 약진에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14년 현재 불교인과 개신교인의 비율은 비슷하다. 그러나 개신교와 천주교가 같은 기독교 신앙양식에서 비롯된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제도권 종교문화는 불교나 전통종교가 아니라 기독교적 신앙양식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종교의 비중이 대폭 하락하고 있으며, 의례의 참여율도 개신교인을 제외하고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반면에 최근 10년 전보다 종교인이 내면적으로 종교 경험을 하는 비율은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개인의 종교성은 증가하는데 비해, 실제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참여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종교적 참여가 개신교인에게는 더 강화되고 있으며, 천주교인은 중간이며, 불교인은 비종교인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 요컨대 개신교는 종교조직의 멤버십을 중시하는 경성종교(硬性宗敎)로, 불교는 일반 문화에 스며드는 연성종교(軟性宗敎)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 종교 성향의 경우 84년도 조사 이후 전체적으로 감소하다가 최근 10년간 변화가 거의 없는 답보상태에 있다. 지난 30년간의 특이점을 보면, ‘절대자나 신’에 대한 긍정 비율은 크게 감소한 반면, ‘극락/천당’, ‘귀신/악마’의 긍정 비율은 계속 증가하였다. ‘절대자/신’에 대한 긍정이 크게 감소한 것은 서구적 신 중심의 신앙형식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며. ‘극락/천당’의 대폭 증가는 생활의 고달픔에서 벗어나려는 타계적인 대망신앙의 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귀신/악마’에 대한 비율 증가는 우리 삶의 각박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대종교의 추세로 나타나는 종교 사사화(私事化)와 개인중심의 신앙도 꽤 많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시에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문화 시대임에도 종교적 관용도(寬容度)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한국인의 가치관에서도 세속적인 가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종교적인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특히, 성선설(性善說)에 찬성하는 비율은 39%로 84년 조사 이래 최저치에 이르고 있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성악설과 선악 공존설은 계속 증가하였다. 문항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전래의 사고방식도 전체적으로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한편 이혼과 낙태는 응답자 60%이상이 용인하고 있다. 그에 비해 동성애(同姓愛)는 응답자 1/4만 인정하고 있다. 이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가치관 항목에 있어서는 종교의 차이보다 세대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사회가 압축적 성장을 하다 보니 그 만큼 세대 간의 갈등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난 30년간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계속 증가하였다. 더불어 종교적 덕목 실천에 대한 긍정률도 크게 감소하였다.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0%를 넘어서고 있지만, 종교단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종교적 헌납에 대해서도 개신교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이 대부분이다. 이란 응답은 종교에 대해서 추상적으로는 긍정적이나, 현실의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말하자면 기존의 종교단체가 종교에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각 종교단체는 지난 10년간 사회의 부정적 여론에 대해 각자 나름의 대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신교는 자체 종교의식(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자기 혁신을 진행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불교는 내부 쇄신을 진행하고 있으나, 거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천주교는 단지 종교적 활동을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한국의 종교는 세속 문화의 침투에 대해 자기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개인의 종교성을 대폭 강화시키고는 있으나 그러한 노력이 개인의 종교성 강화에만 영향을 줄 뿐 조직으로서의 종교에는 개신교를 제외하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불교에 대한 건의 사항으로 성직자의 자질자질 향상, 개신교에는 지나친 전도, 천주교에는 종교 이외의 일에 자제 등이 제일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 같은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불교는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문제를 많이 지니고 있고, 개신교는 여전히 신앙적 정열과 자신의 정체성만 강조하면서 비개인교인과 대립 각을 세우고 있으며, 천주교는 과거와는 달리 전도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생종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자신의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 종교계는 종교 내외에서 불어 닥친 부정적 여론에 힘써 대처해야 하는 수성(守成)의 종교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양적 성장(成長)에 길들여진 기존 종교가 이제는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 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밖에 없는 종교 개혁과 쇄신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쇄신이 없이 개신교처럼 자기의 정체성만을 강화하면 외부 집단과는 거리를 두게 되고 이질성만을 내세워 사회와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 종교문화의 성숙은커녕 종교가 자기 집단 이익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가능성이 많다. 이와 함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의 종교 중립성 문제가 더욱 거세게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한국 종교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종교의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

 

        향후 한국종교에서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는 점을 몇 가지 언급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기존 종교에서 탈근대의 영성적 종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종교가 더 개인 신앙화되고 영성종교화가 될 가능성이 많다. 모든 종교가 자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멤버십 종교로만 지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현재 세속 사회에 대한 ‘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이 기울여질 것이다. 종교는 항시 더불어 사는 새로운 삶의 양식들을 만들어 왔다. 한국 종교도 그런 방향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끝으로 시민의 구체적인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민적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과 인간 존중에 기여할 수 있는 종교만이 주도적 종교로 발돋음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한국 종교는 교조적인 정교분리(政敎分離)에 사로잡혀 종교 영역이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폐쇄 공간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기업적 경영 방식을 이상으로 삼고 집단의 양적 팽창에 집착해 왔다. 현재 우리사회 진행되고 있는 개인의 종교성 강화 경향, 그리고 제도화된 종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 이상 종교가 폐쇄 영역에만 안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종교적 활동이 인권, 환경, 복지, 문화, 통일과 같은 세속의 공공영역에까지 확산되어야 한다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seyoyun@daum.net
논문으로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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