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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69호- 핵 시대의 종교문화읽기(상반기심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8. 19. 17:43

 

핵 시대의 종교문화읽기

한국종교문화연구소ㆍ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2015년도 합동 심포지엄



                                                                                      newsletter No.369 2015/6/2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이래, ‘핵’은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힘을 상징해왔다. 핵은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힘을 인간의 과학기술을 사용해서 ‘평화적’으로 잘 이용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문명의 발달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무한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종말에 대한 암울한 예상과 놀라운 풍요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한국인 대다수의 마음속에서 별다른 모순 없이 공존해왔던 것이 핵을 둘러싼 최근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폭발 사고 이후로 ‘핵’과 관련된 현대인들의 인식이 격렬히 요동치게 되었고, 한국사회에서는 ‘핵’을 둘러싼 극심한 혼란과 불안,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핵에너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나 기술자들을 통해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고 있지만, 단지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이러한 복잡다단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을 수립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핵’의 엄청난 힘, 그리고 그 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및 이를 둘러싼 갈등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현대세계에서 인간은 거의 모두가 핵에너지의 잠재적 영향권 아래 들어가 있지만, 핵에너지에 대한 일반인의 지식은 매우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방사능에 피폭될 때에도, 인간은 방사능을 시각이나 후각 등 감각을 통해 파악할 수 없다.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시각화할 수 없고 정체를 알기 힘든 대상에 대해서 사람들은 종종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껴왔다. 1945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실시된 원폭실험의 별칭이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트리니티(Trinity)’였다거나, 1974년 인도에서 실시된 핵폭발 실험이 ‘미소 짓는 부처(Smiling Buddha)’로 지칭되었던 것은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엄청난 힘(핵에너지)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반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원자로가 되어버린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의 고속증식로를 지칭하는 ‘몬쥬(もんじゅ)`라는 이름도 불교 문수보살의 일본식 발음이라는 점도 무심히 넘어가기 어렵다. 핵의 엄청난 힘을 표현하기 위해 초창기 미국의 핵물리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관계자들은 종교적 은유들을 사용해왔으며, 나아가 핵과 관련된 각종 사안들에서 이른바 종교적 성격이 드러났던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종교학자, 신학자, 과학자로 구성된 발표자들이 ‘한국사회에서의 핵’과 관련된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함의들을 다각도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핵’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묻고, 핵과 관련된 여러 사안에서 발견되는 ‘종교적 성격’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발표자들은 핵과 욕망, 핵의 기억, 핵 정책의 변화, 핵의 종말론, 핵발전 담론과 구원, 여성주의와 핵 담론 등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사회의 ‘핵’에 관한 태도가 형성되어온 역사와 구조들을 살피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오늘날 ‘핵’에 관한 한국인들의 태도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언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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