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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본의 파워스포트 붐
2015.8.11
어디서든 사람들은 유행을 타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에는 유독 붐이 많다. 종교와 관련된 것만 들더라도 종교(신종교) 붐, 뉴에이지 붐, ‘정신세계’ 붐, 스피리추얼리티 붐을 비롯하여 이야시(치유) 붐, 오헨로(お遍路) 붐(시코쿠 88개소의 불교영장순례), 기공 붐, 요괴 붐, 에하라 붐(스피리추얼 카운슬러인 에하라 히로유키의 인기)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롭다. 이런 붐들은 특히 튀지 말고 사(私)를 억제하면서 남들과 똑같이 각자의 자리와 본분을 겸허하고 성실하게 지키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일본문화의 풍토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일 것이다. 그 중에는 현세이익적이고 다분히 상업적인 대중적 붐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정신세계 붐이나 스피리추얼리티 붐에는 한편으로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밖에 논어 붐이나 공공철학 붐처럼 공공선을 추구하는 건강한 붐이 있는가 하면, 해공선(蟹工船) 붐(1929년에 발표된 고바야시 다키지 작 프롤레타리아 문학작품의 재유행)처럼 좌익 성향의 붐도 없지 않다. 어쩌면 <재특회>의 ‘헤이트스피치’를 위시한 혐한론이라든가 넘치는 네오-내셔널리즘 담론들 또한 우익 성향적 붐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최근에는 이른바 ‘파워스포트’ 붐이 목하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일본사회에서는 효험 있는 신사와 사원들이 파워스포트로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때의 파워스포트란 인간의 심신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여겨지는 장소로서, 대표적으로 ‘정신세계’의 메카라 불리는 나라현의 덴카와(天河)신사를 비롯하여 메이지신궁, 이즈모대사, 이세신궁, 후지산, 황거, 히비야공원, 도쿄타워 등을 들 수 있다. 파워스포트라는 용어는 스픈 부러뜨리기로 한 때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기요타 마스아키(田益章)가 발견! 파워스포트에서 “정신에너지를 가득 차게 해 준다든지 행운과 찬스를 가져다주는 장소”로 명명하면서 퍼지게 된 말이다. 이 기요타의 저술 이후 2006년부터 파워스포트라는 용어를 사용한 출판물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여성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모으면서 2010년경부터 파워스포트 붐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는 에하라 붐이 초래한 스피리추얼리티 붐의 대중화와 같은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런 파워스포트의 대다수는 가이드북이라는 형태를 띠고 TV 프로그램이나 대중잡지 등에서 소개되거나 소비되고 있다. 규슈 다케오(武雄)시 소재 다케오신사의 신목(神木)인 ‘다케오의 큰 녹나무’도 근래 파워스포트로서 TV와 잡지 등에 널리 소개되었고,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지난주에 나는 아내와 함께 폭서를 뚫고 규슈 올레 다케오코스를 걸으면서 수령 3천년이 넘었다는 이 고색창연한 녹나무를 보고 왔다. 이곳을 찾은 많은 일본인들은 모두 녹나무 앞에서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종교란 과연 힘을 추구하는 역현(크라토파니)의 종교일까? 거기서는 사진찍기에 바쁜 나와 주변의 울창한 대나무숲에 더 눈길을 주는 아내만이 아웃사이더였지만, 우리 부부 또한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살아갈 힘을 구했는지도 모르겠다.
박규태_
한양대학교 교수
chat0113@daum.net
논문으로 <현대일본종교와‘마음’(心)의 문제-‘고코로나오시’와 심리통어기법에서 마인드컨트롤까지->,<고대 오사카의 백제계 신사와 사원연구>등이 있고, 저역서로 <<일본문화사>>,<<신도,일본 태생의 종교시스템>>,<<일본정신의 풍경>>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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