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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77호-데이터 기술 시대와 종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8. 24. 16:09

 

 

데이터 기술 시대와 종교






2015.7.28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한 동안 우리 시대의 구루로 추앙받다가 이제는 전설이 되었다면, 그가 죽은 이후 현재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새롭게 떠오르는 현자인 듯하다. 지난 오월 아시아리더쉽콘퍼런스에 참석하여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여러 충고를 주었던 장면은 인상이 깊다. 특히 그가 역설하는 것은 이제 세상이 정보 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의 시대에서 데이터 기술(DT, Data Technology)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점이다.


마윈회장에 의하면 ‘정보 기술’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이유는 지난 20년간 인터넷 활성화로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데이터 기술 시대’가 되었다.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 기술’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중소기업을 위해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 회장의 경험에서 생겨난 비전이라고 생각된다.


 

 

위의 발언과 관련해 중시해야 할 점은 새로운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이다. 데이터 기술 시대가 단지 비즈니스의 차원에 머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근래의 주요한 기술적 성과들이 새로운 사회와 문명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점은 흥미롭다. 예를 들어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3차원 물체를 제조하는 프로세스인 ‘3D 프린팅(3D Printing) 기술’을 생각해 보자. 핵심특허의 만료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이 ‘3D 프린팅’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핵심 제조 기술로 간주되며 ‘3차 산업혁명’을 말하기도 한다.

 

 

 

‘3D 프린팅 기술’은 사회경제적 변화의 가능성도 크게 지니고 있다. 첫째,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의 가능성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성장하였다. 반면 3D 프린팅은 각종 의료 장비나 생활 소품처럼 개인과 개성을 위한 생산이 가능하다. 둘째, 1인 제조업 시대의 가능성이다. 3D 프린터와 3D 데이터(디자인),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제조업자가 될 수 있다. 개인 공업, 가내 공업이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디지털 제조의 하드웨어에서 디지털 창작의 도구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물체의 제조와 관련된 기술이 ‘3D 프린팅’이라면,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홈에 대한 광고로 친숙한 이 기술은 요컨대 지능을 지닌 사물끼리 서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물 인터넷 기술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비용(한계비용)이 거의 안 드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점에서 사물인터넷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O2O(Online to offline) 연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아울러 주목할 점은 사물인터넷이 오감 정보를 습득하는 센서와 그 센서를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에 의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스마트폰의 응용 서비스로 점점 관심이 높아지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또한 흥미로운 사례이다.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 세계에 실시간으로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기도 하다. 자신(객체)과 배경·환경 모두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가상현실에 비해, 증강현실은 당연히 ‘현실감’이 더욱 뛰어나며 영향력도 더욱 클 것이다. 어쩌면 가상세계에 빠져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노출도 지적되고 있다.


 

 

위에 언급한 기술들은 대부분 이른바 빅데이터와 연계된다. 그리고 기술적, 산업적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 기술을 편의상 광의의 데이터 기술이라고 하자. 그 영향력은 아마도 정보 기술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기술은 한편으로 정보 기술과 연결되지만 상이한 측면도 지니고 있다. 주마간산격의 이 글에서도 그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궁금한 것은 데이터 기술 시대에서 종교와 종교학의 의의와 역할이다. 예컨대 ‘3D 프린팅’에 의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제도로서 종교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사물인터넷’과 ‘증강현실’은 인간관계와 사회제도에 어떤 의의를 지니게 될까? 궁극적으로 이들 기술이 가져오는 사물의 성격 변화는 물질의 성격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까? 이런 변화들은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념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이는 사회경제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문명의 차원으로도 연결될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데이터 기술 시대에 종교와 종교학을 새롭게 고민하고 모색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어쩌면 “후천개벽”이란 이들 기술이 가져올 문명의 변화에 대한 예감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동철_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ledphil@gmail.com
주요 논문으로 〈한국에서 한문번역 관련 공구서의 현황과 과제-1990년대 이후 주요한 성과를 중심으로〉, 〈서구의 ≪論語≫ 수용과 번역〉, <디지털 문명, 사이버스페이스 그리고 후천개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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