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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76호-신앙인의 증표는 무엇인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8. 24. 16:06

 

 

신앙인의 증표는 무엇인가





2015.7.21

 

 

한종연 <뉴스레터> 칼럼의 금번 주제를 결정한 뒤에 글을 엮기 위한 개념의 멍석 위에서 뒹글고 있던 나는, 앞 호(374호)에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종교학의 스펙에 대한 두 번째 단상”(심형준)을 읽게 되었다. 그 글의 요지는 종교학자의 앎과 삶에 대한 성찰인 것으로 읽혔다. 반면에 이 글은 종교분야 연구자의 경우가 아니라, 연구대상자가 될 신앙인의 앎과 삶에 대한 단상인 셈이다.

불교든 기독교든 누군가가 거기에 입문을 하면 그 사람이 달라질까? ‘달라진다’는 말도 자칫 기준이 모호한 개념어일 수는 있으나, 신자가 되면 그의 생활이 과연 어떻게 달라지는가. 예컨대 불교에 입문한다면 누구나, 가르침을 믿고[信], 가르침을 이해하고[解], 가르침을 실천하고[行], 가르침을 온전하게 입증하는[證] 사람이 될 것으로 본다. 흔히 불교신자라고 칭하지만 오직 믿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리에 대한 이해와 실천과 체험적 성취와 같은 구성요건이 있다는 불교이므로, 불자로서 실제 신행이 얼마나 그러한지를 점검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거나 알고 있다는 사실을 평소에 확인하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고, 결국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 자신이 믿고 아는 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2014년도 조계종 산하 불교사회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종교인으로서 ‘경전을 읽고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하고 계율을 준수하는’ 등의 신행요목에 성실히 “자주 참여한다”고 응답한 종교인구 가운데 불자의 비율이 모든 항목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쉽게 말하자면, 불자들은 공부해야 할 경전을 잘 읽지 않고, 기도도 잘 하지 않으며, (명상이 불교특유의 것이라고 생각은 할 텐데도) 실제로 명상을 잘 하지 않고, 계율도 잘 지키지 않는 편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일반국민 중 44%가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는데, 불자들 가운데서는 54.5%가 봉사활동에 불참하고 가톨릭신자는 37.2%가 불참, 개신교신자는 34.2%가 불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국민 중의 비율보다 더 큰 비율의 불자들이 봉사활동에 불참한다는데, ‘보시하고 봉사하라’는 가르침을 불자들이 설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시하라’는 가르침을 알고도 따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시의 실천을 치하하고 그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이 불교경전의 여기저기에 등장하는데, 불자들은 혹시 경전의 그 가르침을 흠뻑 믿지 못한다는 것인가.

 

신앙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개신교인 65.1%, 가톨릭교인 50%, 불교인 34.3%로 불교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불교신자의 이런 응답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론, 이와 같은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란 응답자의 주관성이 잣대가 되므로, 어쩌면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기는 하겠으나, 여기서 주관성은 응답자 모두에게 적용될 조건이므로 일단 통제하고 해석해볼 수 있다. 신앙인으로서 갖는 자부심이나 만족도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그 해답은 단순하지 않고 매우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작용할 것이다. 신자로서 교리공부가 부족하여 잘 아는 바가 없다 싶으면 만족도가 낮을 수 있고, 종교적인 각종의 행동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싶은 경우에도 자부심이 낮아질 수 있다. 혹은 소속교단의 사회적 위상도 개별신자의 신앙 자부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한 편, 신자로서의 자부심이나 만족도나 소속감이 그렇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불교 인구가 현저하게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는 까닭이 무엇일까? 실은 그것이 나는 더 알고 싶다. 불교보다 불교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연구자로서, 불자 신행의 속사정을 나름 시원하게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불자를 과연 불자라고 말할 수 있는 증표를 제시하는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혜숙_
금강대학교 응용불교학과 객원교수
hesook56@hanmail.net
주요 논문으로 〈3 poor에 대응하는 불교계 역할에 관한 시론〉, 〈사찰경영의 과제와 그 수행 전략: 사회복지와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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