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한 생각 newsletter No.645 2020/9/29 고통의 문제는 우리의 경험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징 자원의 부족에서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사건을 마주할 때 위태로운 인간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우리의 노력이 항상 실패로 끝나게 되어 있다는 확신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다. -Iain Wilkinson and Arthur Kleinman, A Passion for Society에서- 1. 토르콰토 타소(Torquato Tasso)의 《해방된 예루살렘 Jerusalem Liberated》에는 탕글레드와 클로린다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소개된다. 십자군에 가담한 탕글레드는 전장에서 마주친 한 전사에게 죽음을 안겨주는데, 불행히도 그는 탕글레드가 사랑하는..
동작구 종교 이야기 newsletter No.644 2020/9/22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산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고장의 내력을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종교 이야기라면 귀를 쫑긋 세우는 직업적 습관 탓에, 그리고 최근에 관련된 작업을 한 덕에, 귀에 익은 내 주변 지명들에 얽힌 종교적 사연들이 하나둘 쌓였다. 현재 지자체에서는 동작구를 사육신묘를 근거로 ‘충효의 고장’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다. 하지만 동작구는 유교 문화 외에도 숱한 종교들의 만남과 자리 잡기가 명멸한 곳이다. 나는 이 글에서 근대 이후의 종교적 변화들을 기독교들을 중심으로 풀어가려 한다. 1. 노량진이 경기도 과천군에 속했던 대한제국기 이야기다. 이 지역에는 도성 외곽의 무당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1906년에 ..
자가격리를 마치고 newsletter No.643 2020/9/15 한국에 온지 두 주가 지났다. 드디어 자가격리를 마쳤다. 한 달여간의 삶은 마치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은 내적, 외적인 변화와 함께 지나가고 또 마주하고 있다. 귀국하기 전, 인도에서는 한 달 내내 이사 준비를 했다. 한반도의 13배에 해당하는 땅덩어리를 가진 인도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직도 인도의 시골 마을에 가면, 다른 주에서 온 사람들은 철저히 이방인이다. 공동체 문화가 카스트 제도와 함께 깊은 역사 안에서 묻어온 인도인에게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란, 살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배워 익혀야 하는 것과 같은 퍽 낯설은 일이다. 인도에서 국내선을 타고 델리까지 오기까지, 공항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
사물 기호학 단상 newsletter No.642 2020/9/8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 자연을 비롯한 비인간 세계의 각종 기호(sign)를 해독하는 일은 삶을 영위해 나가는 과정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예컨대, 동물의 출현과 몸짓, 기상의 흐름, 천체의 움직임 등을 포착하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해독하는 일이 그런 것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풍수지리설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형지물의 분포나 형태 등을 근거로 삼아서 죽은 자를 포함한 인간의 삶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분별하고 물색하는 일이 목표였을 것이다. 인류학자 웹 킨(Webb Keane)의 말을 빌려 말한다면, 이와 같은 비인간 세계가 자아내는 여러 움직임이나 징후를 넓은 의미의 기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사회일수록 언어와 숫자 ..
- Total
- Today
- Yesterday
- 앤 카슨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기후변화
- 종교학
- 불복장
- 갑골문
- 유교
- E. B. 타일러
- 연구원
- 연구원 이야기
- 종교
- 순례
- 코로나
- 한종연
- 불교
- 정진홍
- 죽음
- 신화
- 종교개혁
- 비평
- 점복
- 원시문화
- 종교문화비평
- 임현수
- 개신교
- 무속
- 신종교
- 기후위기
- 민족종교
- 기독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