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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상반기 심포지엄(“최근 한국사회의 죽음의례”)을 마치고

2009.6.23



지난 6월 20일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본 연구소가 충간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이 매우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예상외로 많은 연구자들이 몰려 자료와 식사 등이 모자라 진행자들이 곤욕을 치를 정도였으니까요. 본 연구소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장(場)이었습니다.

연구소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최근 한국 죽음의례 전반을 인문학적인 입장에서 총체적으로 조명해 보고, 현재 우리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죽음의례가 과연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인지를 살펴보려고 하였습니다. 정진홍 이사장님의 기조발제에서 잘 지적했습니다만 아무리 편의적인 세상이라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세상에 그냥 내팽개친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는 인간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연구소는 최근 죽음의례에 관련한 아주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주제를 종합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전반부에서는 한국인의 죽음의례에 관한 의례전통, 개별 종교들이 지닌 죽음의례의 특징과 변모를 다루었으며, 후반부에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죽음의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안실을 운영하는 병원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회의 현황과 문제점, 새로운 죽음[낙태]의 의례화[천도재] 등을 발표하게 했습니다. 전반부의 죽음의례 변화와 후반부의 한국적인 특징이라고 평가받는 병원과 상조회의 폭발적인 성장은 서로 인과를 따지기는 힘드나 긴밀한 연계 고리가 있는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죽음의례의 변모라는 주제로 함께 묶어서 논의해 보았습니다.

각각의 세부 주제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고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인 “최근 한국 사회의 죽음의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전통의 죽음의례는 혈연 및 지역 공동체에서 산 자에게 ‘의미’를 주는 의례였는데 현대 사회에는 공동체가 해체되고 자본과 편의함에 의해서 죽음의례들이 단순화되고 무의미한 모습으로 형해화되었다는 진단입니다. 종합토론의 사회를 본 이욱 연구위원은 이러한 이해에 공감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선 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최근’과 대비되는 ‘전통’적 죽음 의례에 관한 인식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전통적 죽음의례에는 혈연 및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었다는 지적이 과연 일반적인 것이었나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는 유교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유교의 전통적 상례가 지닌 특징은 무엇보다도 종교직능인의 배제였습니다. 그러한 종교문화를 만드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체 한국사에서 볼 때 승려와 무속 등 종교전문가에게 의존해온 역사가 더 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혈연과 지역의 공동체도 중요하지만 종교전문가의 존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통사회에 상례는 죽음에 대한 ‘의미화’보다 ‘역할’의 교체에 많은 무게가 주어졌다고 생각됩니다. 가족의 경우 ‘가부장’의 상실에 대한 대응체제의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이해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현대 죽음 의례의 축소는 이러한 가부장적 사회적 변화와 같이 언급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병원과 상조회의 출현에 대한 가족 및 종교 집단에서의 대응방안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병원과 상조회의 출현은 가족에게 지워졌던 의례의 많은 비용과 노력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의례의 주체에서 소외되는 과정입니다. 반면 ‘죽음’을 매개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종교집단의 경우 병원과 상조회의 출현은 만만찮은 경쟁자를 만난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 관계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통한 한국 종교문화에 대한 비평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셋째,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병원은 공간의 점유를 통해서 죽음의례에 참여하는 반면, 상조회는 서비스를 통해서 죽음의례에 참여합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의례의 상품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상품화’라는 것이 종교적 의미를 강조하는 ‘의례화’와 대비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의례’와 ‘서비스’, ‘의례화’와 ‘상품화’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는 충분히 융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므로 이윤 추구를 위한 상품화를 통해서 새롭게 ‘의례화’되는 대상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의례만이 아니라 성스러움도 얼마든지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도 상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고객 중심의 상조회에 생활협동조합과 같이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을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일 아침 10시부터 저녁까지 진종일 한 심포지엄으로서는 보고내용이 너무 빈약합니다. 구체적인 토론 내용은 홈페이지에 별도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각 발표자들이 토론내용을 기초로 글을 재집필하여 본 연구소 기관지인 <종교문화비평> 17호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동 책이 출판되면 정규 회원 여러분들에게는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seyoyun@yahoo.co.kr
주요 논문으로〈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민간신앙과 사회변혁〉,〈최근 20년간 한국종교문화변동〉,〈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종교문화사 강의》(공저),《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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