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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98호-제7대 소장에 취임하며(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4. 25. 15:23

 

                          제7대 소장에 취임하며

 

 

                                

2014.1.21 

 

 

    저는 2014년 이사회와 총회에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제7대 소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총회에 참석하여 승인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바라보며 1988년 6월 한국종교연구회가 설립되던 때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연구회가 결성된 직접적인 동기는 대학원에 마련된 연구실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었고, 공부하는 장소를 새로이 찾으려는 의지가 저절로 모아져 연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급변하고 있던 시대의 분위기도 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지금 1987년 체제라고 부르는 광범위한 민주화의 분출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젊은 연구자가 뭉쳐 연구회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나타났습니다. 한국종교연구회는 그 중 하나로 등장하였고, 상황에 맞게 갱신을 거듭하여 다른 연구 모임이 사라져갈 때에도 끈질기게 존속하였습니다. 2001년 1월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로 모습을 바꾼 것도 그런 거듭남의 한 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단법인 체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우선적으로 해야 했던 일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조직의 체계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윤승용 전임 소장은 바로 이 시급한 작업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조직의 안정화 측면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그의 업적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그동안 모든 회원 여러분의 협조에 힘입어 현재 연구소는 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고 순발력 있게 그 성과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매월 이루어지는 종교문화포럼, 매년 2차례의 학술심포지엄 개최, 연 2회 종교문화비평의 발간, 그리고 매주 간행되는 뉴스레터가 정규적인 것이라면, 집담회, 특별 강좌, 국제학술교류, 현지 조사는 시의에 맞게 진행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여기에 기본 동력을 제공해 주는 것은 회원의 분과활동입니다. 분과활동은 동맥처럼 연구소에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앞으로 저는 연구소에 보다 원활하게 신선한 피가 흐르도록 분과활동을 장려할 계획입니다. 예리한 촉수를 통해 변화하는 학문적 상황을 감지하고, 심사숙고의 성찰과 열띤 토론이 분과활동의 장을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총회에서 정진홍 이사장께서 당부하신 것 가운데,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황량한 벌판에서 이루어낸 업적은 누가 보더라도 그야말로 긍지를 가질 만하다!” 그렇습니다! 한국종교연구회부터 지난 26년간, 그리고 한국종교문화연구소부터 13년 동안 불모의 사막과도 같은 종교연구의 영역에서 우리가 고투를 하면서 이루어온 일은 커다란 긍지를 가질 만합니다. 하지만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서구 중세에 만들어져서 몇 차례 변신을 거듭한 대학교라는 제도가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대학교의 본질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었던 민족국가, 그리고 문자 중심사회의 위상이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입니다. 그동안 대학교 및 그 부속 연구소는 민족국가를 정당화하는 지식을 생산해온 공장으로서 기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동기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는 문자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기지 역할을 하였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또한 지진처럼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에 대한 상투적인 대응방법은 민족국가 대신 시장을 만능열쇠처럼 여기고, 급변하는 테크놀로지의 전개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대학교가 아무런 성찰 없이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늘 그렇듯 기득권을 쥔 집단이 쉽게 망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그동안 황량한 사막에서 방랑한 고투의 경험이 있으므로 절대 이런 안이한 자세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릴라처럼 학문의 틀을 교란해온 우리가 잃을 것은 없으며, 거친 길에 익숙한 우리는 “등 따스하고 배부르게 해준다”는 유혹을 뿌리치는데 이미 이골이 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이런 긴장을 유지하면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속원으로서의 긍지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문 공동체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회원 및 여러분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2014.1.21
                                    (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신임소장 장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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