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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란 관례적,인간학적,역사적 범주이며, 하나의 상상력의 소산이다

                

                       


                                

 

2014.2.4

 

 

        현대 종교연구에서 엘리아데 이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조너선 Z. 스미스 (Jonathan Z. Smith)의 <<종교 상상하기: 바빌론에서 존스타운까지>>(장석만 역)가 최근 번역 발간되었다. 이 책은 종교를 상상하는 일을 통해 종교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키며, 종교에 대한 기존의 종교적·학문적 권위를 벗어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서문에 등장하는 “인간,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구인이 종교(religion)를 상상해 온 것은 지난 몇 세기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문장, 그리고 바로 이어서 던지는 다음과 같은 주장일 것이다. “종교 그 자체에 해당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는 단지 학자들의 연구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종교는 분석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학자가 비교와 일반화라는 상상적 행위를 하면서 창출된 것이다. 종교는 학문세계를 떠나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스미스의 이런 주장은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학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커다란 자리만큼이나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저절로 제기된다. 종교의 역사를 다루는 모든 개론서에서 종교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등장하여 심지어 구석기 시대에도 종교가 존재하였음을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호모 렐리기오수스” (Homo religiosus)라고 널리 알려진 말은 이미 인간의 선천적이고, 보편적인 종교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저자는 서문을 쓴지 6년이 지난 후 발표된 논문에서 좀 더 부연 설명한다. 그는 언어학에서 말하는 “언어”, 그리고 인류학에서 말하는 “문화”와 마찬가지로 “종교”라는 것이 경험적인 범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종교라는 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총칭하는 이차적인 추상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고향(home)이란 항상 누군가의 고향일 뿐이지, 절대적이고 일반화된 고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버트 핑가레트(Herbert Fingarette)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구체적인 차원에서 경험하는 것을 종교라는 범주로 포괄하고 그 안에서 온갖 구분을 하는 것이 바로 연구자 집단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종교라는 것은 “문화”나 “언어”처럼 만들어진 범주이며, 연구를 위해 기능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개념을 판단할 때에는 단지 그것이 얼마나 이론적으로 유용한가에 달려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각 주제를 다루는 방법은 매우 인상적이고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주제인 “담장과 이웃”에서 저자는 호두나무에 대한 분류학 설명 방법을 사용하여 종교와 종교들간 종교 단체의 범주와 다양한 정의의 장점과 약점에 대해 놀랄 만큼 완벽하게 설명한다. 두 번째 “비교에는 주술이 살고 있다” 장에서는 대부분 비교가 프레이저의 유사/공감주술 분리에 빠져 있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비교 시도의 여러 가지 함정을 설명한다. 이후 19세기 뉴질랜드 마오리 종교와 존스타운까지 다양하고 이국적인 예를 사용하여 종교가 역사적이고 지리학적 상황에 놓인 인간의 창의력과 인식력, 그리고 호기심에서 나온 것임을 분석한다. 선택적인 그러나 완전히 본질적으로 인류가 이룬 세계, 인류가 살아가고 이해하는 세계로서 탄생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교회법과 의례와 같은 기본 범주, 그리고 매우 잘 짜여진 신화들이 과시된 모방적 정합보다 상황적 부정합(모순)을 더 반영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존스타운에 관한 마지막 장에서는 종교 역사가로서의 분석력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에도 가장 ‘특이한’ 사건으로서 이해하게 한다.(Richard S. Sarason, 종교비평연구가)

 

 

        저자 조너선 스미스는 1975년부터 시카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금까지 현대 종교학의 흐름을 주도하는 통찰력 넘치는 글들을 발표해왔다. 『지도는 지형이 아니다Map is not Territory』(1978), 『종교 상상하기Imagining Religion』 (1982), 『자리 잡기To Take Place』 (1987), 『신에 관한 고역 Drudgery Divine』 (1990),『종교 연결하기Relating Religion: Essays in the Study of Religion』(2004) 등의 그의 저서들은 종교학도들의 필독서인 동시에 광범위한 분야에 통찰력을 던져준 책들이다.

 

 

        그가 종교연구에서 강조하는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종교 이론의 중요성, 둘째는 교육의 중시, 셋째는 공공 담론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다. 특히 그는 학부 교육 및 인문학 커리큘럼이 대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처음 보기에 서로 관련이 없는 현상이나 자료를 심도 있는 연구로 서로 연결시켜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계에서 종교연구 방법론과 비교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그의 공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조너선 스미스의 저서들은 현대종교(역사)학 분야에 괄목할 만한 공헌을 하였고, 종교학도들의 필독서이자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통찰력을 던져준다. 그는 엘리아데 후속 세대의 종교학자들에게 '종교학하기'의 한 전형을 제시한 학자로 꼽힌다. 이 책은 논문 한편 한편마다 잘 다듬어진 보석과 같은 글들로 이루어졌으며, 종교학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진지한 인문학 연구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깊이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 이 글은 책 서문 및 출판사 책 소개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입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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