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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타령의 세태를 보며
2014.1.28
甲午年이다. 120년 전 1894 갑오년 동학농민혁명군의 외침이 새삼 귀를 두드린다. 현하 동북아의 국제 정세나 국내 정세가 하 수상하니 농민군들의 척왜양이, 보국안민, 반외세, 반봉건(독재)의 기치를 다시 올려야 할까보다. 마음들이 스산하니 갑오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자위하고 마음을 추스른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청마년(청오년)임네 해서 요란을 떤다. 청마 타령은 예전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 신이하게 여기던 말은 백말뿐이다.
오행과 음양, 십간십이지(干支)는 그 기원과 변화과정이 심히 복잡하여 일일이 살피기도 어렵거니와 그 설이 분분하여 정답이 없다. 이에 통설로 정착한 오행과 간지의 결합을 간단 살펴보도록 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의 십간은 둘씩 짝지어 五行-五方-五色-季節 등과 配對되는데, <甲乙-목-동-청-춘 / 丙丁-화-남-적-하 / 戊己-토-중앙-황-사계 / 庚辛-금-서-백-추 / 壬癸-수-북-흑-동>이 그것이다. 이에 갑오년은 방위로는 동방이고, 색으로는 청이고, 계절로는 봄에 해당된다. 말의 한자어인 午는 갑골문에서 ‘짧은 끈 아래 매달린 동그라미 두 개’의 형상이다. 이는 말 잔등의 좌우에 늘어뜨린 등자(子)를 본 뜬 것이다. 그러니 午는 사람이 말을 타고 발로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육십갑자에서 말해는 경오(백), 임오(흑), 갑오(청), 병오(적), 무오(황)이니 각각 백마해, 흑마해, 청마해, 적마해, 황마해가 되겠다. 그러나 실제 백마 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 다른 색 말에 관한 설이나 신앙 설화 민속 등도 역시 없다. 2014년 갑오년 청마 타령은 동방(조선)에 봄이 오니 나라 운세가 좋으리라는 기대로 이어져 갑자기 언론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어지러우니 말타령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는 게다. 또 한편으로는 설문해자에서 말은 전쟁, 무력을 의미하니 갑오년 동방 조선에서 전쟁이나 참화가 벌어지거나, 동학농민혁명처럼 혁명(변란)이 일어나리라는 참설까지 떠돌고 있다. 둘 다 의미없는 잡설에 불과하나 떠도는 말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은 운송용이나 농사용으로도 쓰였으나, 주 기능은 군사용이다. 그 신속함과 용맹, 지구력은 다른 동물이 따르기 어렵다. 이에 말은 혁거세 등의 국조신화에서 단골 멤버로 등장하고, 국가 사전체제에서는 馬祖祭, 馬社祭, 先牧祭, 馬步祭 등의 小祀로 치제되었다. 한편 말의 힘과 기상에 날개를 달아 천계를 왕복하는 신이한 존재로 여기기도 했다. 시베리아 샤머니즘에 등장하는 말은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존재(psychopompos)이기도 하다. 신격화되거나 신이한 존재로 여겨지는 말은 대부분 백말이다. 또한 날개달린 천마로도 등장한다. 공적 영역에서 이리 대접받는 말은 당연 민간에서도 치제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신들을 옹위하는 구실을 한다.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말서낭(마을의 신당, 당집에 모셔져 있는 마상, 철마, 석마, 옹기마 등) 신앙이나 무신도에 등장하는 말들이 그것이다. 또한 말의 용력과 신이함은 새 세상을 열 구원자에 대한 기대로도 이어졌다. 조선후기 미륵신앙, 후천개벽신앙 등과 더불어 민간에 구전되던 아기장수설화가 그것이다. 겨드랑이에 날개달린 아이가 태어나 혁세할 것이라는 염원이 담긴 설화인데, 반란, 역모로 탄압받는 것을 두려워하여 아기의 날개를 자르니 아기가 피를 토하고 죽으매, 민중의 새 세상 꿈은 다시 잠복되고 만다는 비원의 모티브로 작동한 것이다.
말은 속도, 지구력, 용력에서 가장 뛰어난 짐승이다. 이에 말을 타고 질주하며 출세하는 꿈을 키우기도 한다. 천리마도 좋겠으나, 둔마도 있다. 너무 앞서려 하지 말고 鈍馬 緩步로 좌고우면하며 천천히 가는 것도 좋겠다.
진철승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jcs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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