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뉴스 레터

357호-‘종교’와 ‘문화’로서의 불교(송현주)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3. 27. 17:22

 

                 ‘종교’와 ‘문화’로서의 불교:

 

       재가자 수행 열풍을 통해 본 한국불교의 현 주소

 

     

                       
                              

2015.3.10

 

 

 

        2015년 1월 24일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재가자 수행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불교학연구회의 2015년 겨울 워크숍이 열렸다. 필자는 그 자리에 참석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날 워크숍의 주제는 ‘한국불교의 재가자들 사이에 수행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워크숍의 주제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종교에 대한 우려의 시각, 특히 한국불교는 깨달음을 목표로 한 구도와 신행보다 구복적 목적을 추구하는 신자들이 대다수라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에 대한 교정의 효과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워크숍은 오늘날 한국의 재가불자들이 불교의 근본 목적인 깨달음과 열반의 성취를 위한 수행을 실천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열풍’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워크숍에서는 세 편의 논문 발표와 그에 대한 종합토론이 이루어졌다. 세 편의 논문은 〈재가자 수행 현황 - 부산지역 수행현황을 중심으로〉, 〈템플스테이와 재가수행〉, 〈한국불교에서 재가수행의 역사 개관〉이었다.

 

 

        첫 번째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산지역의 불교가 대중화되어 있고 재가신도의 활동이 활발하며 신도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부산 불교를 “한국의 불교 메카”라고 표현하며, 부산의 불교신도가 최근 10년 사이에 8% 증가하였다고 말했다. 부산과 경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불교 인구와 불교에 대한 물질적 후원이 많아 전국 사찰의 경제적 토대라고 한다. 나아가 부산 재가불교의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보았는데, 부산의 다양한 거사불교운동과 현황, 수행 중심의 대중화, 생활불교를 소개했다. 발표자는 부산지역 불교 활성화의 주요 이유로 부산 지역에 많은 사찰이 일상생활의 반경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부산 지역 도심지 곳곳에 작은 절이 위치하며, 범어사와 통도사, 삼광사 등 대형사찰이 도심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에 재가의 선지식이 많고 재가자 모임이 매우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부산의 재가수행 열풍의 토대라고 한다. 이와 같은 부산 불교의 재가수행 열풍과 신도의 증가는 재가신도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적, 수행적 욕구(needs)가 보다 분명히 표출되고 있다는 지표이며, 부산지역 불교가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산지역 불교는 이와 같이 재가신도들의 활발하고도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한편, 출가 스님들이 이러한 재가신도들의 욕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출가와 재가의 상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의 템플스테이의 역사와 현황 및 재가자들을 위한 수행프로그램의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한 발표도 있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외국인 관광객의 숙소 해결 및 전통문화홍보를 통한 국위선양을 목적으로 33개 사찰에서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2002년 2558명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114개 사찰, 186,596명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는 간화선 등의 다양한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재가신도 뿐만 아니라 단순 관광 및 불교문화 체험, 또는 휴식을 위해 찾아온 일반인들도 짧게나마 불교수행을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템플스테이의 시작과 관련한 한 에피소드이다. 2002월드컵 당시 템플스테이를 주도한 정부의 문화정책은 그 일차적 목적이 외국인들의 숙박문제 해결과 전통문화의 홍보에 있었다. 따라서 정부는 템플스테이의 내용 속에 가급적 불교의 종교적 색채가 부각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볼 때 사찰은 종교적 공간이라기보다 전통문화의 공간이요 중요한 관광상품의 하나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는 오늘날 한국의 불교가 존재하는 방식과 그 의미가 다층적임을 보여준다. 부산 불교의 경우 재가불자들이 본격적으로 종교적 구도와 실천을 도모하여, 재가인이면서도 출가자 못지않게 구도적 삶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 비해, 템플스테이는 그런 재가자들의 종교적 욕구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교가 단순한 관광·문화적 상품으로 소비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오늘날 불교의 사찰음식은 종종 동네 백화점 식품관의 한 부스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는 불교문화가 종교적 측면이 탈색된 채 웰빙 음식 내지는 전통적 먹을거리의 하나로서 대중문화 속에 자리잡아가는 현상이라 하겠다. 나아가 불교의 수행 역시 반드시 종교적 목표라고 할 수는 없는, 현대인의 정신적 수양과 심리적 건강을 위한 하나의 테라피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날 워크숍의 한 토론자는 우리나라의 한 유명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으로 화두와 참선이라는 간화선 수행프로그램을 1박2일 코스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그 대기업이 간화 수행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가 신입사원들을 불교인으로 만드는데 목적이 있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때의 참선프로그램은 종교적 색채를 뺀 자기계발 프로그램, 즉 인식의 전환을 통해 심리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만들고자 하는 인성훈련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불교는 종교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문화의 영역에 걸쳐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토론자들은 오늘날 재가불교인들의 명상 붐, 실천수행의 열기의 원인은 기존의 종교적 전통과 학문에서 자신의 존재감, 행복감에 대한 욕구의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사회는 힐링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각자 트라우마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용상의 불안이 더 커졌고, 그만큼 ‘괴로움’에 대한 천착과 해결의지가 강해졌다. 여기에 SNS와 교통의 발달로 명상수행 정보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진 것이 재가수행 열풍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는 출가 승가가 침체되었을 때 재가불교신자의 적극적 대응으로 재가불교의 신행이 활발했으며, 실제로 오늘날 출가자의 수는 감소하는 반면 재가자의 수행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날 발표자와 토론자뿐만 아니라 일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첨예한 문제로 등장한 것이 ‘명상의 상품화’ 혹은 ‘세속화된 명상 붐’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문제였다. 곧 명상이 과연 종교적 영역에 속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일상에서 종교의 구별 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정신적 수행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명상을 일상의 영역에서 지나치게 소비함으로써 그것이 본래 지녔던 ‘탈세속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어느 것이 종교적이며 어느 것이 종교적이지 않은지, 종교와 세속의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가 놓여있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토론자가 자신은 선 공부모임의 지도법사지만 자신을 전통적 의미의 불교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로한 점이다. 그는 자신이 순수하게 ‘마음’,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가르침에 접근하며, 그것은 불교의 가르침이라기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통된 문제라는 시각에 서있다고 한다. 그것은 ‘구복불교’가 아니며, 따라서 자신은 ‘전통적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도 종교다!” 라는 상반된 명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근대 동아시아사회를 달군 뜨거운 감자였다. 오늘날도 가끔 불교인 가운데에는 ‘불교가 종교인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날 불교는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가 아니다. 후자의 사람들은 불상이나 탱화를 향해 절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 대상에 무엇인가를 비는 것이 아니며, 그냥 그 대상을 통해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우고 그 대상이 상징하는 바의 가르침에 공감하기 때문에 절을 찾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불교는 하나의 수행,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단순한 길,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닦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과 행동을 굳이 종교라고 해야 하는가? 이 후자의 수행자들은 ‘종교’라는 범주와 용어가 어쩐지 ‘불교’에는 꼭 들어맞지 않는 것 같아 불편해한다. 또한 어떤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에서는 불교가 종교라기보다는 하나의 전통문화로서 존재해주길 바라는 것 같이 보인다. 일부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종교’가 아니라 보편적 ‘문화’라면 불교는 어떤 한국인에게도, 또는 어떤 외국인에게도 접근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외신에 의하면 ‘IS'가 아시리아의 고대유물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종교를 떠나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보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은 같은 맥락일까?

 


 송현주_
순천향대학교
songcloud@naver.com
논문으로 <서구 근대불교학의 출현과‘부디즘(Buddhism)’의 창안>,<한용운의 불교·종교담론에 나타난 근대사상의 수용과 재구성>, <근대 한국불교의 종교정체성 인식: 1910-1930년대 불교잡지를 중심으로>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