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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760호-새해를 맞는 정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3. 1. 3. 23:14

새해를 맞는 정감


news letter No.760 2023/1/3

 



     다시 새해를 맞는 우리들의 정감이 같을 수는 없다. 지난 일년 간 겪은 우리들의 체험이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유례없는 변화를 겪는 지금, 이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느낌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3년을 넘어서는 코로나19의 역병(疫病)이 초래한 격심한 변화의 와중에 처해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규제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하나의 질병이 이토록 큰 변화를 일으키리라는 것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어떤 변화가 닥칠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미 자연과학에서 주장되던 불확정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이 불확정성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감염병과 함께하는 세상(With Corona Period)”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역병이 의료적 영역을 넘어 인간의 실상(實像)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자연현상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요구하게 된 사실을 이제 때늦게 각성하고 있다. 참으로 곤혹스러운 체험이고 우리가 지녀온 시각이 얼마나 제한적이었고 근대적 자연의 분류방식이나 이성적, 합리적 접근이 또 얼마나 편협하고 편향적이었느냐 하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발병 초기부터 이런 확대된 시각의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결국 한참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상반기 심포지엄의 주제로 “코로나 19 이후의 종교와 종교학”(《종교문화비평》 40호 특집)을 다루게 되었다. 학문상의 담론으로 이 주제를 부각시킨것은 아카데미즘의 틀을 따른 것이었겠지만 우리의 접근 자세와 행태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다른 공간과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무엇보다 모든 작업이 철저하게 인터넷과 인터넷상의 줌(Zoom)영상을 통한 연구모임과 발표회로 진행되었고 이제는 이 비대면의 포맷(format)이 표준이 되었다. 예기치 못했던 변화였지만 우리 자신도 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해외의 회원들도 즐겨 동참하며 모든 이슈를 글로발(Global)한 차원에서 다루게 되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다룬 주제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코로나 역병이 직접적 전환을 가져다 준것은 아니었으나 우리의 전통적 종교접근, 곧 교리체계와 이론과 사회적 실천을 다루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종교 “달리 접근하기”와 오히려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간과 인간환경을 달리 보게한 역병의 계기가 “달리 보고, 달리 접근”하는 연구소의 시각과도 잘 어울렸다. 곧 “물질종교“(2021년 하반기 심포지엄)라는 익숙치 못한 시각이 대표적인 주제였다.(《종교문화비평》 41호 특집) 필자로서는 전통종교와 밀착된 연구를 진행한 까닭에 무척 이질적으로 느껴져 이 회의와 담론이 제기될 때마다 많은 질문을 쏟아내었다. 사물이 오히려 인간을 향해 질문을 하고 사물의 입장에서 상대화된 인간의 (종교적)위상을 조명시킨다는 전환은 근대적 인간중심의 접근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방식이었다. 나의 이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구방향은 새로운 인류학적 전환을 시도한 접근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소의 그간의 방향 전환과 새로운 연구 시도들은 회원간의 비대면 인터넷과 영상담론을 통해 진행된 역설적 기능의 결실들이었다. 이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상에로의 복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문하며 아마 ”일상“이란 더 이상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연구 자세와 행태 역시 과거의 일상에 묶여 있지도 않았다. 지난 몇 년을 그렇게 진행시켜왔듯이 새로운 비판적 시각을 통해 우리는 꾸준히 달리 보며 새롭게 변화하기를 택했다. 오히려 코로나 질병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이 병균의 변형과 변모를 함께 겪는 변형과 변모의 미래를 지향하는지도 모른다. 새해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우울한 신년 모습을 우리의 미래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겠기에 우리 연구소의 고유한 미래상을 이렇게 낙관적으로 예견해 본다. 곤궁함 속에서도 열정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이민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주요 논문으로 <서구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학문의 이종교배-왜 불교신학인가>, <불교에서의 인권이란무엇인가?>, <백교회통-교상판석의 근대적 적용> 등이 있고, 역서로 《성스러움의 해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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