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의 빛의 시선이 머문 길 위에 대한 단상 news letter No.789 2023/8/1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 Nietzsche)는 독일 철학이 실패했다고 하면서 그 비유로 당대의 독일 학계의 동료들이 쓴 글들이 그에게 부담스러울 정도의 묵직한 삶을 요구하기에 너무 익힌 채소 내지 고기와 같다고 보고 자신의 글과 인성이 그 맛이 풍성하면서도 가볍고 섬세한 만족감을 통해 정갈하게 기운을 북돋는 맛있는 리소토(risotto)와 같기를 바랐다고 한다. 한편 이처럼 니체에게 부담스러웠던 헤겔(George Wilhelm Friedrich Hegel)이나 칸트(Immanuel Kant)의 논리를 당대의 철학자 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lio Ficino)는..
기후변화의 함의를 생각한다 news letter No.788 2023/7/25 요즘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이다. 과거의 기록을 깨는 고온과 가뭄, 그리고 재앙적인 산불이 빈번히 일어나는가 하면 일 년 치에 해당하는 분량을 하루 이틀에 퍼부어대는 폭우도 마치 흔한 일처럼 되고 있다. 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대서양을 빙 돌아가며 북반부의 바다가 빨갛게 익어감에 따라, 갈 곳을 잃은 물고기는 배를 드러내고 물 위로 떠오르거나, 육지를 피난처로 여겨 상륙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극에 가까운 지역의 기온이 현재 40도에 육박하고 있다니, 시베리아 등지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건 불문가지다. 그 밑에 저장되었던 대규모의 메탄가스가 분출하여, 온난화의 악순환을 가속화하는 것도 ..
‘사유의 방’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사유하다 news letter No.787 2023/7/18 지난 7월 12일 밀란 쿤데라 별세의 소식을 들으며 초짜 강사 시절 강의실에서 그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화두처럼 들먹였던 젊은 날의 표박이 떠올려진다. 알 수 없는 혼돈에 사로잡혀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은밀히 그걸 즐기기까지 했던 당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그대로 내 안에서 ‘참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무거움’과 거의 겹쳐져 있었다. 쿤데라는 에세이집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에서 인간을 ‘안개 속으로 나아가는 자’로 정의 내린다. 어둠이 아니라 안개이다. 어둠 속에서는 맹목이며 자유롭지 않지만, 안개 속에 있는 자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누구든 ..
영동선을 달린다 news letter No.786 2023/7/11 영동선과 기억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의 첫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막 군대를 제대하여 집으로 가는 기차에 오른 막동(한석규)이 열차 난간에서 바람을 쐬다가 앞쪽 열차 칸 너머에서 날아 온 미애(심혜진)의 장미빛 스카프를 뒤집어쓰는 장면입니다. 지금은 이런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은 달리는 중 열차 칸 문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드라마 ≪모래시계≫(1995)의 열풍으로 정동진을 알게 된 사람들은 청량리역에서 밤 열차를 타고 새벽 무렵 해변에 내렸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게 해서 갈 수 없는데, 정동진으로 가는 그 밤 기차는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대신 지금 정동진역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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