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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06호-중국 무교(巫敎) 연구의 원점(임현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4. 25. 15:39

 

 

                         중국 무교(巫敎) 연구의 원점 
      

                       


                              

2014.3.18

 

 

        한국에서 무속(巫俗)에 대한 연구는 근대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오늘날에는 상당한 성과가 축적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 업적을 모두 헤아린다면 그 목록만 정리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무(巫)는 중국 전통 문헌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해경》이나 《초사》는 무서(巫書)로 일컫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무에 대한 정보를 많이 함축하고 있는 책이다. 이 두 책 이외에도 경전이나 제자서, 사서 등 무를 언급한 텍스트는 예상 밖으로 풍부하다.

 

 

        중국에서는 이 무가 중심이 되어 형성된 일련의 종교전통을 무속보다는 무교(巫敎)니 무술(巫術)이니 하는 용어를 이용하여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의 무가 근대 학문의 시야에 포착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였다. 네덜란드의 흐로트(J. J. M De Groot) 같은 이가 이 당시 중국의 무를 연구한 대표 인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중국의 종교체계》란 저술에서 각종 문헌에 반영된 무의 활약상을 상세히 서술하였는데, 무교(wuism)를 애니미즘의 한 형태로 이해하였다. 20세기 들어 중국인 학자로서 천멍자(陳夢家), 취뒈즈(瞿兌之) 등이 주목할 성과를 남기기도 하였다. 특히 천멍자는 상나라 왕의 성격을 무 집단의 수장으로 규정하였다. 차후 학계에서 상왕을 무왕(shaman-king)으로 보는 풍조가 만연한 것은 순전히 그의 공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멍자가 상나라 무에 대하여 언급할 수 있었던 것은 갑골문의 발견에 힘입은 바 컸다. 학문적으로 볼 때 중국의 세기말은 다른 무엇보다도 고고학의 시대이기도 하였다. 1899년 갑골문의 발견도 고고학 발굴이 낳은 최대의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갑골문 중에서 확인된 무는 무교 연구사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문헌 안에서만 확인되었던 고대 무의 존재가 상나라의 실물 자료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중국 무교 연구는 이와 같은 근대 초기 성과를 계승하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 같다.

 

 

        근대는 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시기였다. 전통시기 무의 정체성은 그 시기 고유의 비교 구도 안에서 찾아졌다. 근대학문의 틀로 무를 바라본다는 것은 무가 새로운 비교의 영역 안으로 흡수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양한 비교의 잣대 중에서도 서구의 종교이론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의 무는 서구 종교이론 중 어느 것과 일치하는가, 혹은 어떤 종교이론으로 무를 설명할 수 있을까 등이 비교의 기준으로 작동하였다.

 

 

        중국 무교는 서구 종교이론 가운데서도 처음부터 원시종교론과 연계되어 논의되었다. 무교가 기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부터 이미 무교는 중국 종교와 문화의 원형으로 취급되었다. 여기서 예증을 위해 무가 서구어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65년에 나온 제임스 레그(James Legge)의 《상서》 영문 본을 보면 무를 ‘마법사(sorcerer)’로 번역하였다. 1846년 영국 선교사 메드허스트(W. H. Medhurst)의 번역본에는 무를 ‘마법(conjuring)’으로 해석하였다. 앞서 언급한 흐로트는 무교를 애니미즘으로 이해하였다. 무를 샤먼(shaman)과 일치시킨 것은 서구 학계에서 샤머니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적어도 1940년대가 되면 서구학자들 중에서 중국 무교를 샤머니즘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오늘날 중국인 학자들은 무를 서구어로 번역할 때 다양한 용어를 동원한다. 주술사(magician), 마법사(sorcerer), 여자 마법사(witch), 남자 마법사(wizard), 샤먼(shaman), 주의(呪醫, medicine man), 사제(priest) 등 중국 내에서 무에 대한 서구어 번역은 통일되지 않았다. 무가 지닌 다양한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전반적으로 중국 무교를 원시종교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태도만큼은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무교 혹은 무에 대한 인식의 원점은 존재할까. 전통시기 무에 대한 인식과 근대학문의 세례를 받은 이후의 무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면 후자의 우연성을 불가피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출발점을 찾는 작업이 요청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현수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temps82@hanafos.com
최근의 논문으로 〈중국 고대 절지천통(絶地天通) 신화 재고〉, 〈신화와 역사: 의미 형성의 두 지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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