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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연 상반기 심포지엄 “핵 시대의 종교문화 읽기”를 다녀와서



 

 

                                                                                                            2015.6.23

 

 

우리는 지난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소식을 접하였다. 엄청난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일본 동북부 지방은 그야말로 처참했으며, 자연의 엄청난 재해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확인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당시 TV를 통해 참혹한 일본의 피해상황을 보면서, 일본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민과 동정은 얼마가지 않아 공포와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지진과 쓰나미가 그 지역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도 영향을 미치며 방사능 누출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의 커다란 재해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위험을 강타하여 씻을 수 없는 재앙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만 전 까지 우리는 노후한 고리원전 1호기의 위협 속에 살았으며, 재가동을 반대하기 위한 시민행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2015년 6월 드디어 우리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핵의 위협은 우리로부터 사라지지 않았다. 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항시 위협하고 있다. 마치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모든 위협과 진실이 봉인되어 있듯이 이 땅의 원전은 수많은 재앙을 봉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동안 핵에 대해 무지하였고, 무관심하였다. 우리는 단순히 핵의 경제성 신화가 우리를 핵의 위협으로부터 지켜 주리라고 기대 해 왔다. 하지만 핵의 위험성이 세상에 드러나고 그런 위험이 현재와 미래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더 이상 핵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진행한 이번 상반기 학술대회는 의미가 있다. 그 동안 우리는 핵의 경제성과 발전의 신화에 가로막혀 핵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읽어낼 수 없었다. 더욱이 종교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나는 이러한 핵 담론에 접근하는 문법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핵 시대의 종교문화 읽기”는 그런 나에게 핵 담론을 읽을 수 있는 방식을 제공 해 주었다.


첫 번째 발표는 유기쁨 발표자의 “핵에너지의 공포와 매혹: 한국인의 핵 경험과 기억의 정치”라는 주제의 발표였다. 이 발표에서 발표자는 기억의 정치를 통해서 핵폭탄의 파괴적인 힘과 매혹이 경제적인 부와 열망으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핵의 위협과 공포, 두려움이 기억에서 사라지며, 원폭에 대한 기억이 개인화 된다고 하였다. 특히, 이러한 기억의 정치는 원자력의 공포와 고통의 기억을 경제력과 발전의 이미지로 대치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신화를 창조하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핵의 신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공포를 전제로 한 ‘핵 시대의 희생제의’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배제와 기억의 봉인에 동참하고 ‘우리’와 희생제물 사이에 구별짓기를 함으로써 희생을 묵인하며 방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희생제의는 우리를 단순히 희생제의의 공모자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스스로 제물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을 통해 완성된다. 발표자의 이러한 설명은 핵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종교적인 레토릭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형을 제시하여 주었다.


 
두 번째 발표에서 유승태 발표자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 핵발전소의 역사를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인 지형 속에서 설명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2000년대까지 시각을 확장하여 핵발전소 주변 사람들의 삶의 붕괴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전까지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유포하고 안전담론을 구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핵발전소의 안전신화를 만들지만, 1986년 이후 안전성의 신화가 깨지고 핵의 공포가 만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핵발전소 주변의 주민들에게 경제적 보상이라는 당근을 제시하지만, 오리려 이러한 정책이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간의 갈등과 배제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발표자의 설명은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역사를 조명하는 가운데, 그것이 발생시키는 현재의 고통에 주목하게 만든다.

 

세 번째 박상준 발표자의 발표는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믿음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2차 대전 이후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미국의 핵 정책을 바네바 부시(Vannevar Bush)의 정책 보고서(《과학: 끝없는 프런티어(Science: The Endless Frontier)》)를 통해 살펴본다. 이 발표를 통해 발표자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근거를 파헤치고, 전세계에 핵발전소가 세워지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다.

 

네 번째 발표는 김태연 발표자의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본 핵개발 담론”이었다. 발표자는 이 발표문에서 핵발전소를 통한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믿음이 어디서 오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여성주의적 성찰을 통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믿음과 그 필수불가결성의 담론을 해체하고자 한다. 이러한 발표자의 의도는 핵을 둘러싸고 있는 남성 중심적 가부장성에 대한 여성주의적 성찰 속에서 해체의 가능성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를 통해 발표자는 여성주의적 담론이 어떻게 핵의 가부장성을 파헤치고 해체하는 레토릭으로 구사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다섯 번째 발표는 정용택 발표자의 “발전(發電)의 신앙, 발전(發展)의 욕망”이었다. 이 발표문에서 발표자는 핵에 대한 낙관주의 혹은 신화를 핵발전소가 가진 경제성과 발전에 대한 욕망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핵발전소의 경제성과 발전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에 대한 물신성 이해와 동일한 구조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발표자는 핵의 낙관주의와 신화가 자본주의 사회의 물신숭배의 구조 속에서 배태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발표는 김윤성 발표자의 “핵과 욕망: 종교, 과학, 테크놀로지 사이”이었다. 이 발표에서 발표자는 탈핵을 위한 핵 담론의 흠집내기를 선언한다. 이를 위해 핵의 출현과 핵무기 발전의 공포와 매혹 그리고 핵무기와 핵발전이 지닌 시간성의 특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발표자는 우리에게 공고하게 세워져있는 핵 담론 흠집내기에 첫 발을 내밀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6개의 각기 다른 주제를 통해 우리시대의 핵 담론과 그 신화를 파헤치고 있다. 주제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핵 담론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지만, 단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시각은 핵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신화가 결국 우리의 안전을 볼모로 한 위험과 공포의 신화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발표에서는 개별종교전통에 기초한 핵 담론 이해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시대의 핵 담론의 허구를 파헤칠 수 있는 6개의 도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발표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태수_
한국학중앙연구원
memendo@naver.com t
논문으로 <라이온 킹의 영웅신화 구조와 이데올로기 비판>이 있고, <비평으로서 신화 연구하기>라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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