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시기에 나치즘 종교연구가의 텍스트를 읽으며 news letter No.802 2023/10/31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 지구를 떠나서 남쪽으로, 이집트 국경으로 피난을 가고 있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폭격을 피해 집을 떠나도 안전한 곳이 별로 없고, 평생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유대인들이 오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통해서 더 잘 알 것이다. 이집트는 난민을 거부하며 국경을 피난민들에게 열고 있지 않다. 이런 시기에 우연히 1920년대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 민족주의적 종교연구가로 활약했던 야콥 빌헬름 하우어(Jakob Wilhelm Hauer 1881-1962)의 글을 읽고 있어 기분이 묘하다. 물론 반유대주..
10월에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news letter No.801 2023/10/24 나는 전부터 크리스마스에 관심이 많았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종교 기념일이지만 학문적 설명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느낌에 더 그랬다. 그래도 공부가 많이 되었던 1990년대 연구들이 있었다. 역사학에서는 미국에서 근대 크리스마스가 형성되는 과정을 풍부한 사료로 그려낸 니센바움(Stephen Nissenbaum)의 저서(The Battle for Christmas)가 있고, 인류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크리스마스가 정착한 다양한 양상을 통해 이론화를 시도하는 밀러(Daniel Miller)의 작업(Unwrapping Christmas)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비교적 최근 책을 통해 이 주제를 차분히 정리할 기..
[강의실 편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 절망감 속에서도 세계와 다시 연결되기 news letter No.800 2023/10/17 1. 몇 주 동안 이어진 ‘심층생태학(Deep Ecology)’ 강의를 마무리할 시점에 짧은 글을 남깁니다. 그동안 우리는 네스(Arne Naess)가 제안한 ‘자기 자신을 더 깊고 넓은 차원에서 생각해보기’, 세계와 나를 바라보는 ‘깊이’에서의 변화, 인간적인 것보다 더 큰 세계의 일원이라는 감각 되살리기 등의 주제를 여러 갈래로 변주해서 다루었습니다. 여러분은 처음에는 심층생태학이 적절한 전략인가, 이 노선이 옳은가 아니면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인가를 따져가며 수업에 임하는 듯했지요. 나의 제안은, 하나의 노선 혹은 전략으로서 이 ‘철학’이 타당한지 접근하기..
아카이브의 향기 news letter No.799 2023/10/10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작업자 본인이 본인의 아카이브 작업을 물에 뛰어드는 것, 물속에 잠기는 것, 심지어 물에 빠져 죽는 것에 빗대는 경우도 많다.” 아카이브 취향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몇 해 전 신간 안내에 나온 책 제목을 보고 도서관에 신청하여 빌렸다. 문고판 크기에 150쪽 남짓한 분량인데다가 내용도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었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이 잘 녹아 있어서 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내 경험과 기억을 저렇게 풀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에 내 기억의 서랍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열렸다. 주전자 물이 막 끓기 시작하면 게거품처럼 작은 공기 방울이 쪼르르 수면으로 올라온다. 그러면 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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