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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폭력과 평화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다 "

-2010년 상반기 정기 심포지엄 후기-

2010.6.22




본 연구소에서 개최한 2010년 상반기 정기 심포지엄이 소기의 성과를 얻고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지난 6월 19일 경복궁 동편 출판문화회관 4층에서 50여명의 관련 학자들이 모여 '종교, 폭력, 평화'라는 주제로 발표와 논평, 그리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 최근 천안함 사태로 인해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 주최 측의 기대 이상으로 많은 학자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는 것은 ‘평화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중요한 관심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종교와 관련 한 단편적 주제로 ‘평화문제’를 접근 한 것이 아니라 제2차 대전이후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평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토대 위에서 종교의 폭력과 평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총론으로 평화연구에서 종교의 위상과 역할을 설정한 다음 각론으로 각 종교가 폭력과 평화를 교리 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따라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다양한 폭력을 극복하고 이 땅에 올곧은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종교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논의해 보고자 하였다.

기조 발표로 나선 김명희 교수는 '현대 평화연구에서 종교의 위치'를 주제로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요한 갈퉁의 연구내용을 소개하면서 간디와 달라이 라마, 함석헌 등의 비폭력 평화운동을 평가하였다. 이에 박규태 교수는 ‘갈퉁이 말한 직접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 모두는 각각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에 발표자는 ‘갈퉁의 폭력 구분은 직접적인 폭력의 개념을 확대시킨 것에 의의가 있다’며, ‘문화적 요소가 직접적 구조적 폭력에 이론적 배경이 되고 가치 부여한다는 면에서 모두가 층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문화적 요소의 핵심이기 때문에 종교가 평화운동에 영향을 끼쳐야 세 층위의 폭력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갈 수 있다’고 하였다. 더불어 ‘생존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완전한 평화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하나의 지향점으로서 가치를 가질 때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종교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평화’ 이념에 맞는 경전 해석과 평화 담론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음 ‘인도 종교문화의 평화정신과 종교폭력’을 주제로 발표한 류경희 교수는 ‘인도종교들은 타 종교에 대해 매우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인도의 현실은 종교적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류경희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인도의 경우 종교가 평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 성공 사례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모순 속에서 인도종교가 종교 간의 배타적 갈등과 충돌, 유혈폭력 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구현하는데 어떤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한다. 그 결과 ‘평화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류성민 교수는 ‘평화의 문제가 실천의 문제만이라면 종교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이상적인 평화운동의 모델로 간주되고 있는 간디의 비폭력사상도 부정적으로 평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였고, 발표자는 ‘종교학자가 평화운동에 실천적인 방안을 내 놓는 것은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하였으며, 그리고 ‘간디 비폭력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핵심은 비폭력주의가 이상주의로 흘러 인도 사회에서 실천의 부재를 낳았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다음 ‘불교에서의 폭력과 평화’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류제동 교수는 평화학 창시자인 갈퉁의 말을 인용하면서 평화에 대한 불교의 소극적인 입장을 비판하였다. 갈퉁은 ‘평화에 이르는 수단은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불교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불교는 역사적으로 호국불교라는 명분 아래 그런 가르침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질의에 나선 송현주 교수는 ‘사회구조적 폭력을 치유하는데 불교가 한계를 보이고, 또한 세상의 부정의한 질서를 정당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불교입장에서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리고 ‘불교도 자신의 정체성과 교단 이해가 결부될 때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데, 이에 대한 처방이 무엇인지’를 질의하였다. 이런 질의에 발표자는 ‘‘평화’의 문제는 외부문제보다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근본적인 처방은 깨달은 사람이 많아야 폭력이 극복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평화’의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과 결부될 때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변하였다.

그 다음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은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사회적 가르침을 정리한 '간추린 사회교리'를 2004년에 펴냈다고 이야기 한다. 이같이 ‘사회적 가르침이 잘 정리돼 있기는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의 평화운동은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철저하지 못하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심지어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면서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시에 군종사제 파견과 파견시 미사봉헌 등으로 모순된 행동을 보인 예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 카톨릭 뉴스 박준영 기자는 박 소장의 발표가 가톨릭의 사회교리는 잘 소개했으나 왜 그런 교리를 가지게 되었으며 현실적인 의미가 무엇인지가 빠져있다면서 특히, ‘사회 교리를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한다는 평화근본주의 경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최근 동향으로서 ‘가톨릭에서는 평화라는 개념에 사회적 정의와 우주적 환경이 결합하여 평화의 개념이 대폭 확대되어 가고 있으나 성직자중심의 평화운동으로 정착되고 있어서 평화운동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김형민 교수는 ‘유일신 신앙과 폭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평화의 종교’라고 하는 기독교가 왜 폭력에 취약한 것인가를 추적하였다. 최근 역사학자아며 종교학자인 얀 아스만은 폭력에 취약한 원인을 모세의 구별이론을 통해 기독교 유일신론적 성격에서 찾았다. 유일신교적 신앙에 근거하고 있는 기독교는 폭력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으며, 이 같은 기독교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자로서의 신과 이웃에 대한 인격적인 신뢰와 타자에 대한 신학을 삼위일체의 신학으로 극복하기를 기대하였다. 이에 대해 이혁배 교수는 ‘유일신론의 폭력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과 사회 경제적인 조건이 무엇이며, 성서적 유일신론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가’를 질의하였다. 이에 발표자는 ‘종교가 이데올로기(정치적)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며, 정교분리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유일신론과 종교의 자유 문제는 성서의 여호수아 본문을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에 종교를 선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세속사회에 대해 기독교계는 가치중립적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생명을 중시하는 종교에 있어서 폭력에 대한 폭력적 대항은 정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는 최근의 소신공양과 같은 문제와 이에 대한 충격으로 수경스님이 중노릇이라는 아주 작은 권력을 내려놓고 수행의 길을 떠난 문제를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종교폭력은 교리보다는 종교단체조직에 더 연관된 문제로 생각된다며 교리해석의 차이가 폭력을 낳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해로 교계 분열과 폭력이 다른 교리 해석을 낳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종교계에서의 평화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평화운동에 종교인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seyoyun@yahoo.co.kr

주요 논문으로〈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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