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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폭력, 평화"

2010 한종연 상반기 심포지엄

2010.6.8




본 연구소는 “종교, 폭력, 평화”를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로 삼았다. 이 주제는 매우 진부하고 상투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 동안 ‘종교와 폭력’ 혹은 ‘종교와 평화’라는 제목 하에 국내외 학계에서 적지 않은 논의가 있어 왔고, 국내의 경우만 보더라도 00평화연구소 혹은 00평화위원회와 같은 평화 관련 기관과 단체가 상당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 보면 진부해 보이는 주제일수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식상할 정도로 특정 주제에 관한 담론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는 것은 그 사회 안에 그 주제를 둘러싸고 단순한 견해 차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은밀한 권력 게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주제의 진부성이 아니라 관점의 참신성이다.

폭력과 평화의 문제가 진부해 보이는 주요한 이유의 하나는 논의의 추상성이다. 폭력과 평화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이므로 자칫하면 논의 자체가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 “폭력은 피하고 평화를 이룩하자”는 구호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지만, 만일 논의가 구체성이 결여된채 원론적 차원의 구호로 그친다면, 이는 기득권을 지닌 세력에 의해 이용되기 쉽다.

논의의 진부성과 추상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라고 하는 구체적 맥락의 확보와 그에 걸맞는 새로운 폭력/평화 개념의 창출이 끊임없이 요청된다. 최근에 등장한 ‘문화적 폭력’(cultural violence), 상징적 폭력(symbolic violence), 인식론적 폭력(epistemic violence) 등과 같은 개념은 그 동안 폭력 논의를 주도한 ‘직접적 폭력’, ‘가시적 폭력’, ‘물리적 폭력’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폭력 개념들이다. 평화 개념 역시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 중심의 소극적 평화 개념으로부터 ‘인간안보’(human security) 중심의 적극적 평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폭력과 평화에 관한 이러한 새로운 개념들은 그 동안 익숙하고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아 왔던 우리의 일상적 사고와 습관적 몸짓 속에 은밀한 ‘폭력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폭로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재성찰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발판으로 최근 세계학계의 평화연구/평화학(peace studies)의 흐름을 새로운 폭력/평화 개념 및 대표적 평화사상가들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개관하고, 인도종교, 불교, 가톨릭, 개신교라고 하는 구체적 종교전통의 장에서 폭력과 평화 가 어떻게 담론화되고 실천적 몸짓으로 구체화되어 왔는가를 점검하고, 나아가 이러한 논의가 오늘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를 대안 모색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진구_

본 연구소 연구실장 , 호남신학대 초빙교수 jilee80@dreamwiz.com


최근논문으로 <최근 한국사회의 종교정당 출현과 그 의미>, <현대 한국종교의 정치참여 형태와 그 특성>등이 있고, 주요저서

로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무엇이 문제인가>>,<<아메리카나이제이션>>(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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