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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07-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 단상(진철승)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20. 15:59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 단상

2010.5.25



연등은 빈자일등(貧者一燈)에서 비롯했다. 부처 당시 가난한 여인의 등만이 끝까지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설화에서 비롯한 것이다. 불교의 동아시아 유입 이후 중국의 전통적인 등문화와 결합하였고, 한반도에도 이 등문화가 같이 전해졌다. 삼국 시기에도 다양한 등 풍속이 기록으로 전하고 있고, 특히 고려조에 연등회(燃燈會)가 성행하였다. 고려조 연등회는 국가적 행사로 치러졌으며, 고려 중기 이후로는 민간에서도 다양한 등문화가 발전하였다. 고려 후기에는 국가 행사로서의 연등회보다는 민간의 초파일 풍속이 더 두드러졌는데, 이는 억불의 조선시기 사월초파일 행사로 이어졌다. 등 제작비용을 마련하는 호기(呼旗)놀이 등이 유행하였다.

사월초파일은 수전 논농사가 발달한 조선시기에 모내기와 김매기 사이의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개성, 평양, 한양 등의 가로(街路) 연등은 대단한 구경거리로 수많은 구경꾼을 끌어들였다. 조선의 연등은 상업이 발달한 도회지의 상인들이 주도한 것이 특징적이다. 억불의 상황에서 사찰이 아니라 상인과 민인들이 주도하는 관등(觀燈)놀이가 성행한 것이다. 일제시기에는 다시 사찰 주도로 초파일 행사가 치러졌고, 이는 해방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연등회는 1955년 조계사를 중심으로 선학원, 청룡사 등 여러 사찰이 연합하여 등을 들고 제등(提燈) 행렬을 한 것에 그 시원을 두고 있다. 이후 연등회는 제등행렬과 봉축법회라는 명칭으로 여의도광장에서 종로까지 거리행진이 행해지기도 하였다. 1996년부터 연등회 전통을 전승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등행렬을 연등행렬로 명명하고, 조계사와 인사동, 그리고 종각을 중심으로 한 종로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연등마당을 펼치고 있다. 또한 동대문-종로-조계사로 이어지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연등행렬은 점차 대국민적 축제분위기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이 연등행렬과 축제는 연등축제봉행위원회라는 상설단체가 주도하여 범종단 차원에서 사월초파일 직전 일요일에 거행 된다.

전통등에는 용등, 봉황등, 종등, 누각등, 목어등, 북등, 법륜등, 주마등, 거북등, 원앙등, 잉어등, 새우등, 참외등, 마늘등, 석류등, 수박등, 해등, 달등, 태평등, 떡등을 비롯한 육법공양등(차등, 향등, 쌀등, 꽃등, 과일등, 초등)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등 제작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창작등도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대형 사찰에서는 경쟁적으로 연등축제 몇 개월 전부터 화려하고 장엄한 대형 등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종로-조계사-안국동, 우정국로에서는 행사 당일 하루 종일 다양한 행사가 연이어진다. 전통미술, 불교문화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소개하고 시민이 참여토록 개발하여 전통문화를 알리고 체험케 한다. 불교무형문화인 범패와 작법이 시연되며, 전통미술 단체, 불교문화단체들이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단청, 한지공예, 절수행, 전각, 민화, 지화, 사경, 요가, 조각 등이 있다.

또한 불교문화권 국가들의 문화 부스를 마련하여 각 나라 불교문화,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며 공연무대의 공연을 통해 아시아 각 나라의 문화를 알린다. 각 국가들의 대사관이나 커뮤니티에 연락하여 참여토록 하고, 각 나라의 전통문화, 불교문화 물품을 본국에서 공수하여 전시하고 소개하도록 하며 공연팀도 조직하거나 내한하도록 한다. 각 나라의 실무자들과 직접 연락하거나 지원하는 한국인이나 조직을 통해 참여가 원활토록 하며 시설지원과 재정의 일부 지원을 통해 참가가 원활토록 한다. 네팔, 대만, 태국, 스리랑카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참여 해오고 있으며 캄보디아, 티벳, 몽골, 방글라데시 등이 최근 참여하고 있다.

복지단체, 신행단체, 시민단체 등도 불교문화와 전통문화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고 체험하도록 한다. 나눔마당과 NGO마당은 주체단체별로 꾸려지며, 프로그램으로는 선무도, 한지연꽃, 컵등만들기, 단주만들기, 도자기 빚기, 탁본, 환경체험 등이 있다. 동대문에서부터 조계사까지의 연등행렬이 오후에 도착하면 회향 문화 한마당이 펼쳐진다.

일요일의 연등축제가 전국 차원의 범종단 연합행사라면, 초파일은 각 사찰 중심의 행사다. 초파일 당일에는 오전에 봉축법회가 열리고, 아기부처님 목욕시키는 관불(灌佛, 浴佛) 행사가 있고, 저녁에는 사찰별로 신도들이 각종 등을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절로 와서 탑돌이로 봉축행사를 마무리한다. 올해도 불교계에서는 5월 16일(일)에 연등행렬과 축제를 벌이고, 21일 부처님 오신날 법회를 거행했다.

오늘날 한국의 다양한 문화 축제 가운데 연등회는 가장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연등으로 꾸며진 거리연등과, 한국적인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적 특성과, 한국의 문화와 전통이 담긴 다채로운 놀이가 어우러지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등이라는 콘텐츠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커다란 매력요인으로 작용하여 우리나라 축제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연등회에 참여한 외국인의 분포를 살펴보면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연등회가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축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례행사라 매년 비슷비슷한 평가와 비판이 있다. 그중 두어 사항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제등행렬의 문제다. 제등은 일제시기 총독부가 주관하여 조선신사까지 행진하는 군대식 문화의 유산이다. 군대의 제식행진을 연상시키는 제등행렬은 전통과 거리가 있다. 비록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연등행렬로 이름을 바꾸기는 했지만, 연합행사나 사찰별 연등행렬도 아직은 제등행진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연등회와 연등축제의 거리다. 연등회는 고려시기의 국가적 불교행사고, 연등축제(행렬)은 1996년 이후의 현대적인 축제행사다. 따라서 연등축제는 현대의 대표적인 창작축제로서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고, 고려 연등회는 자료와 기록에 근거하여 재현, 복원해야 할 것이다. 둘을 구분하지 않고 연등회, 연등축제를 혼용하고 있는 것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조계종 주도로 연등회를 재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진철승_

불교문화정보연구원 원장 jcs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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