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절망 시대의 기쁨 news letter No.748 2022/10/11 1. 어느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 예전에 대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수업을 듣는 6명의 수강생 모두가 서로 다른 교단에 속한 개신교 목사였다. 어느 날 나는 인도 종교 전통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이야기의 여러 버전 가운데 7세기의 자이나교 사상가인 하리바드라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어떤 사람이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배고프고 목마른데 무서운 짐승들까지 몰려들었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그의 뒤를 미친 코끼리 한 마리가 끝까지 쫓아왔다. 그는 보리수나무를 보고 달려갔지만 나무가 너무 높아서 올라가지 못하고 주위의 오래된 우물에 무작정 뛰어들어서 우물 벽에 자라는 갈대를 붙들었다. 그..
장례 분쟁과 법원 판결 news letter No.747 2022/10/4 지난 9월 초에 인터넷 신문 기사를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어서 스크랩해 두었다. 뉴스레터 원고에 쓸 요량이었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8월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에서 판결이 나왔는데, 모친의 시신을 인도해 달라며 장남이 낸 유체동산 인도 단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차남에게 시신을 인도하라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건은 다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6남매의 의견이 갈렸다. 장남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모셔진 선산에 모시자고 하였다. 그런데 차남과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가 마련했지만 정작 아버지 본인은 묻히지 못한 가족묘에 모셔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애초에 아버지 시신을 ..
종교학자가 꿀벌을 키우면 news letter No.746 2022/9/27 1. 요즘 이곳 농부들은 참깨를 수확한 자리에 다시 땅을 갈고 비료를 뿌려 마늘을 심고 있다. 지금 심는 마늘은 한겨울을 나고 5월경에 수확이 된다. 추운 겨울날 칙칙한 회갈색의 땅에 짙은 녹색의 물결을 이루다가 가끔씩 바람에 마늘 냄새가 실려 오는 날이면, 이곳은 전혀 딴 세상임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텃밭에 앉아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누군가는 한량의 전형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나는 그 손가락 앞에 조금은 의기양양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한여름 땡볕에서 꿀벌을 지키느라 ‘헌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부들의 몸에 배인 부지런함과 노동 강도에 비..
서울이야기 두 번째, 독서당로(讀書堂路) news letter No.745 2022/9/20 1년에 한두 번은 꼭 보는 오랜 친구가 있다. 서울 옥수동에 사는 그이를 만나러 갈 때면 동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독서당로’라는 길을 지나게 된다. 정확히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역교차로에서 성동구 응봉동 응봉삼거리에 이르는 4.5km의 길이다. 길 이름에 무려 ‘독서’라는 말이 붙어 있다니! 뭔가 엄청난 내력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 느낌이 맞다. 지명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종 5년(1510) 1월 홍문관(弘文館)에서 아뢰었다. “사가독서(賜暇讀書)하는 인원이 정업원(淨業院)에 우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용산의 옛 터[龍山古基]는 기울고 무너져서 고쳐 지을 수 없습니다. 두모포(豆..
- Total
- Today
- Yesterday
- 종교
- 민족종교
- 신화
- 불복장
- 임현수
- 신종교
- 갑골문
- 개신교
- 정진홍
- 비평
- 한종연
- 기독교
- 기후변화
- 죽음
- 유교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연구원 이야기
- 점복
- 무속
- 기후위기
- 종교문화비평
- E. B. 타일러
- 연구원
- 종교개혁
- 순례
- 코로나
- 종교학
- 불교
- 앤 카슨
- 원시문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