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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15호-시골 마을과 마을제의(이용범)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7. 17. 16:15

 

                                  시골 마을과 마을제의

             2014.5.20                

                       


                              

 

        지방 소도시에 살다 보니 주변의 시골 마을을 접할 기회가 많다. 시골 마을에 들어가 보면, 마을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주민들의 수가 너무 적다. 물론 최근 들어 귀향, 귀촌 인구가 조금씩 늘기는 하지만 아직 미미하다. 주민들도 대부분 70, 80대의 노인들이고, 60대면 젊은 사람 축에 들어간다. 나이 먹어 젊은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시골 마을로 이주하면 될 정도이다. 당연히 시골 마을에서 가장 활동적인 조직은 노인회이다.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지방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골보다 도시에, 지방보다 중앙에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삶의 필수적인 기능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도시는 청장년의 공간, 시골은 노년의 공간으로 양분화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노령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렇긴 하나 지방 시골 마을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의 전통적인 삶의 관행은 약화되거나 단절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동제로 통칭되는 마을제의가 좋은 예이다. 현재 예천 지역 마을제의 조사를 하고 있는데, 마을제의가 단절된 마을의 경우 새로운 삶의 방식의 정착이나 합리적인 사고방식 등의 요인에 의해서보다 주민들의 절대수가 부족해서 저절로 단절된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그런데 마을제의가 사라지는 것은 거의 마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저 여러 사람이 한곳에 모여 사는 것만으로 마을이 이뤄지지 않는다. 마을공간에 대한 동일한 인식의 공유, 공동의 조직 및 공동 생산과 놀이 등의 사회적 관계에 의해 마을은 성립한다. 이렇게 한 마을을 마을로 성립시키는 제반 요소가 집약되는 과정이 마을제의이다. 마을제의는 마을 공동의 사회조직을 기반으로 마을구성원과 마을공간 등 마을 삶 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전제로 진행된다. 마을제의는 그러한 마을 삶 자체에 대한 의례이다.


 

        일년 단위로 되풀이되는 마을 삶에서도 마을제의는 시작의 의미를 갖는다. 마을주민들은 마을제의를 통해 기존의 시간을 단절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마을제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가짐도 그렇지만, 기존의 일상을 정지시키는 여러 금기의 설정, 수지 쌀 같은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마련된 제물, 마을제의를 위해 새로 구입한 제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해의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마을제의와 함께 비로소 마을 단위의 새로운 한해의 삶이 시작된다.


 

        이처럼 마을제의는 한 마을을 마을로 성립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7,8호로 구성된 작은 마을이라 할지라도 독립된 마을의 상징으로서 마을제의가 행해졌다고 한다. 따라서 마을제의의 단절은 한 마을이 마을로서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들의 절대 수가 감소하고 마을제의도 단절되어가면서 시골 마을은 더 이상 마을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시골 삶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귀농, 귀향 인구가 늘어간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점칠 수도 있지만, 현재 시골의 대다수 마을은 점차 마을이기 보다는 단순 거주지로 변모되는 중이다. 이는 도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지나친 표현일 수 있으나, 현재 한국인의 삶은 마을이 사라진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디에서 살든 일정한 공간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벗어날 살 수도 없다. 인간의 삶은 유의미한 공간과 사회적 관계를 기초로 한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마을의 존재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 그때 동구나무, 돌탑, 선돌, 장승과 솟대, 당집 등으로 표상되는 마을제의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용범_
안동대학교
yybfolk@anu.ac.kr
최근 논문으로는 <동막도당굿의 특징-굿의 주체와 진행방식, 종교적 성격을 중심으로->, <개념과 실재: 민간신앙 인식에의 물음> 등이 있고, 저서로 《도시마을의 민속문화》(공저),《전통과 역사의 마을 조탑》(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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