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함의를 생각한다 news letter No.788 2023/7/25 요즘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이다. 과거의 기록을 깨는 고온과 가뭄, 그리고 재앙적인 산불이 빈번히 일어나는가 하면 일 년 치에 해당하는 분량을 하루 이틀에 퍼부어대는 폭우도 마치 흔한 일처럼 되고 있다. 태평양, 인도양, 지중해, 대서양을 빙 돌아가며 북반부의 바다가 빨갛게 익어감에 따라, 갈 곳을 잃은 물고기는 배를 드러내고 물 위로 떠오르거나, 육지를 피난처로 여겨 상륙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극에 가까운 지역의 기온이 현재 40도에 육박하고 있다니, 시베리아 등지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건 불문가지다. 그 밑에 저장되었던 대규모의 메탄가스가 분출하여, 온난화의 악순환을 가속화하는 것도 ..
기후절망 시대의 기쁨 news letter No.748 2022/10/11 1. 어느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 예전에 대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수업을 듣는 6명의 수강생 모두가 서로 다른 교단에 속한 개신교 목사였다. 어느 날 나는 인도 종교 전통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이야기의 여러 버전 가운데 7세기의 자이나교 사상가인 하리바드라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어떤 사람이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배고프고 목마른데 무서운 짐승들까지 몰려들었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그의 뒤를 미친 코끼리 한 마리가 끝까지 쫓아왔다. 그는 보리수나무를 보고 달려갔지만 나무가 너무 높아서 올라가지 못하고 주위의 오래된 우물에 무작정 뛰어들어서 우물 벽에 자라는 갈대를 붙들었다. 그..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유학 news letter No.735 2022/7/5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유학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양명학자 정인재 교수님께서는, 『대학』의 팔조목에는 ‘사회’ 부분이 없으니까 제가(齊家)와 치국(治國) 사이에 ‘화사(和社)’, 즉 “사회를 화합시킨다”를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뒤로 교토포럼에서 공공철학을 접하면서 ‘화사(和社)’가 의미상으로는 ‘공공(公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지구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지구유학(planetary Confucianism)’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기후변화 시대에 유학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인류세 시대에 유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가? 여기에 걸맞은 명칭이 ‘지구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