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종교 news letter No.765 2023/2/7 선종(禪宗)의 이야기에는 달마대사가 9년 면벽 수행을 할 때, 혜가(慧可)가 자신의 팔을 잘라 가르침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달마가 혜가에게 왜 왔느냐고 묻자 혜가는 마음이 불안해서 왔다고 한다. 그러자 달마는 혜가에게 마음을 꺼내서 가져와 보라고 말한다. 그러자 혜가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불안(不安). 우리 마음 가운데서 그 얼마나 중요한 마음이길래 깨달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가. 그리고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혜가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길래 팔을 잘라서까지 해결하고 싶었던 불안이었던가. 혜가의 이야기에서처럼 불교도 마찬가지겠지만 불안은 종교가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근본문제라고 할 수 있어 보인다. 기독교 또한 믿는다는 것은 결국..
도교와 불교는 무엇을 논쟁했나? news letter No.763 2023/1/24 저명한 중국학자인 앤거스 그레이엄이 쓴 고대중국철학사의 제목은 『도의 논쟁자들(Disputers of the Tao): 중국 고대 철학 논쟁』이었다. 제자백가로 불리는 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 등은 저마다 도(道)를 주장했고, 자신들이 말하는 도야말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올바른 방법(way)이 될 수 있다며 논쟁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도는 중국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크게는 자연의 운행에서부터, 작게는 인간의 행위에 이르기까지, 우주 전체를 각자의 길을 가는 하나의 도(道)의 시스템으로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도(天道)나 인도(人道), 효도(孝道)나 사도(師道) 같은 개념들은 이러..
우리동네 사찰산책 같이 하실래요? news letter No.731 2022/5/31 여러분들이 사시는 동네에는 절[寺]이 몇 곳 정도 있나요? 동네를 주민센터 단위로 상정하면 얼추 손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군/구 단위로 넓히면 얼른 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자신이 사는 동네의 절이나 정사(精舍), 포교원 등 불교의 수행도량에 관심을 두고 사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주로 머무는 동네인 성북구의 사찰 답사기를 좀 풀어내 볼까 합니다. 저는 요즘 불교 공부를 좀 해보겠다고 성북구에 작은 공부방을 꾸미고 삽니다. 여기서 동학들과 정기적으로 독서모임도 하고, 서로의 논문쓰기를 독려하며 지냅니다. 짧은 소회를 말씀드리면, 막상 불교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낭만적 선택은 현실이 되었고..
불교와 폭력: 불교는 배반했는가? news letter No.493 2017/10/24 [I] 이 시대의 특징이 폭력과 살상뿐이라고 단순화해도 부정할 길이 없게 됐다. 지나친 폭력과 살상이 우리 주변에서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자행하는 살상은 물론 국가 간의 대량살상을 전제로 한 발언들도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일촉즉발 공포분위기의 발언은 이미 정치적 수사(修辭)의 정도를 넘어섰다. “두고 보면 알 것이다” 혹은 “폭풍전야로 생각하라” 등의 발언은 이미 정치지도자의 언행일 수 없다. 내가 이번 여름에 여행했던 지역의 인근인 라스베가스에서는 60명 가까운 사람들이 무차별 총격의 희생물이 됐다. 그 흔한 살상의 명분이나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매니페스토도 한 장 없다. 일찍이 이런 사태를 경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