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한글 목판본 종교 문헌 읽기 news letter No.881 2025/5/6 요즘 젊은 벗들과 공부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월부터 한 학기 동안 종교 문헌 강독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겨울 방학 때 강독 자료를 정했는데, 선정 조건은 네 가지였다. 시기는 대략 19세기에 나온 것으로 잡았다. 아래아가 잔뜩 들어가고 초성에 합용병서를 남발하며, 띄어쓰기가 없을뿐더러 구개음화가 전혀 안 되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옛한글로 적힌 문헌을 택했다. 목판에 새겨서 찍은 것을 골랐다. 여러 종교의 문헌을 골고루 뽑는 것이 마지막 조건이었다. 그렇게 해서 19세기에 만들어진 옛한글 목판본 불교, 천주교, 동학 문헌 읽기가 이번 학기 수업의 주제이다. 3월에는 1795년 양주 불암사에서 만든..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더위 극복하기 news letter No.880 2025/4/29 금년 봄에 발생한 역대 초유의 산불에 우리 모두는 간절히 비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때는 내리지 않았던 비가 벚꽃 나들이에 들뜬 주말에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기상은 인간의 바람과 상관없이 운행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사계절 중 여름과 겨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미 여름 더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계절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니 봄이 지나 여름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름 더위는 견디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동국세시기』에는 ‘내 더위를 사가라’고 하여 더위를 파는 상원(上元) 풍속이 실려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더위에서 벗어나고자 했음을 알 수..

존재할 수 없는 자 - 이주와 추방, 귀환의 상상력 news letter No.879 2025/4/22 인류의 역사는 곧 이동의 역사다. 인간은 늘 이주해 왔고, 정착과 유랑의 교차점에서 문명을 만들어왔다. 현대 세계에서 ‘이주’는 국경, 정책, 체류 자격의 문제로 환원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주는 인간 존재 자체의 본성에 가까운 경험이다. 종교학은 이러한 이동의 서사를 사회적 현상만이 아닌 “존재의 변이, 신성의 상실과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한다. 이 글은 두 개의 다큐멘터리와 한 편의 영화, 즉 넷플릭스의 Immigration Nation (2020), 호주 SBS의 First Australians (2008), 미국 서부 개척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Gero..

‘종교의 역공’? 12.3 비상계엄 이후 어느 종교학자의 딜레마 news letter No.878 2025/4/15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우리가 겪은 ‘한 겨울밤의 악몽’은 이번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파면 결정으로 과연 끝난 것일까? 이런 와중에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정치 선동과 그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혼란은 많은 종교학자에게 커다란 도전이자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한국 개신교 성직자들이나 이들을 따르는 일반 교인들의 보수적 성향은 익히 알려져 있고, 또한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노골적인 정치참여나 정치세력화 시도는 이미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개신교회는 극우 정치집회의 핵심세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