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의 몸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news letter No.533 2018/7/31 경기도 어느 지역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죽음 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게 된 나는 연령상으로 결코 ‘노인’일 수 없었지만, 내 자신과 지인들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개인으로서는 그곳의 어느 누구와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죽음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죽음은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이다. 즉, 죽음은 노인이 되어야만 비로소 당사자가 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죽을 수 있고, 불현 듯 다른 사람의 죽음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죽음의 잠재적 당사자인 것이다. 물론 ‘웰다잉(well-d..
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나서 news letter No.507 2018/1/30 요즘 ‘신과 함께: 죄와 벌’이란 영화가 14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저승사자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흔히 저승사자하면 죽은 자의 안타까운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죽은 자를 저승으로 잡아가는 냉혹한 존재를 떠올린다. 이와 달리 이 영화에서 저승사자는 죽은 자를 변호하고 죽은 자의 현실에 개입하는 대단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영화에서는 그 개입이 지나쳐서 ‘저승사자’가 아니라 ‘저승 구원자’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영화에서는 저승사자의 인간 삶에 대한 개입이 지나치긴 해도, 한국 민간의 저승사자 역시 단지 죽은 자를 저승으로 끌고 가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저승사자는 인간에게 반..
인간의 죽음 news letter No.498 2017/11/28 2017년 올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초록빛으로 산을 물들이던 나뭇잎들이 알록달록한 가을 색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모두 땅에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기고 만다. 만물이 생기를 잃고 모두 땅 속으로 움츠려드는 계절이다. 올해는 유난히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많았다. 장례식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인 아들의 결혼식 시간을 물어본다는 것이 그만 장례식이 언제냐고 묻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뿔싸! 했지만 이미 내입에서 말은 튀어나오고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제 한창 축복을 받아 새 출발의 선상에 선 사람들에게 장례식이라니? 물론 그 사람은 내가 실수했음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 했을 지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