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종교 news letter No.855 2024/11/05 어찌 보면 그 차원과 성격이 다른 용어를 맞붙이는 것이, 독자들 심경에 불편을 끼칠까 봐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근년에 빈번하게 내 생각 속을 헤집고 다니는, 저 어휘들의 의미를 솔직히 짚어보고 싶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간주하며 한 걸음 물러나서 본다고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이란 등지에서 반복되고 있는 전쟁과 테러야말로 인간이 초래할 수 있는 폭력의 최극단이다. 그 폭력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꼬리표 즉, 민족 · 종교를 거듭 주목한다. 특정 종교의 신앙심에 투철한 성년의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다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불교와 폭력: 불교는 배반했는가? news letter No.493 2017/10/24 [I] 이 시대의 특징이 폭력과 살상뿐이라고 단순화해도 부정할 길이 없게 됐다. 지나친 폭력과 살상이 우리 주변에서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자행하는 살상은 물론 국가 간의 대량살상을 전제로 한 발언들도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일촉즉발 공포분위기의 발언은 이미 정치적 수사(修辭)의 정도를 넘어섰다. “두고 보면 알 것이다” 혹은 “폭풍전야로 생각하라” 등의 발언은 이미 정치지도자의 언행일 수 없다. 내가 이번 여름에 여행했던 지역의 인근인 라스베가스에서는 60명 가까운 사람들이 무차별 총격의 희생물이 됐다. 그 흔한 살상의 명분이나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매니페스토도 한 장 없다. 일찍이 이런 사태를 경험한..
여중생폭행사건과 폭력을 대하는 태도 news letter No.489 2017/9/26 고등학생이 된 딸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게 무섭다고 했다. 인터넷 댓글폭력 같은 게 떠올라 가슴이 철렁했지만, 가능한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더니,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알려지고 페북에 유사한 사건의 사진과 동영상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는데 무심코 열어보면 너무 끔찍해 놀라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뉴스에 강릉, 아산,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의 여중생폭행사건 기사가 연일 오르내렸고, 분노에 찬 댓글과 소년법 폐지청원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들에 대한 소위 어른들의 댓글이나 반응은 어떻게 어린 여학생들이 그렇게 폭력적일 수 있는가 대한 개탄과 분노, 비난과 욕설, 인면수심의 이런 행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