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티시 news letter No.952 2026/9/15 1.《종교학의 비평적 개념》(Critical Terms for Religious Studies, 1998)은 종교학계의 새로운 연구 흐름을 안내하고 이끈 책이다. 2025년에 새 필진과 새 개념들로 구성된 이 책의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개정판을 훑어보던 중 이전 책에는 없던 개념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페티시(fetish)다. 오래된 개념이지만 심심치 않게 학자들이 다시 소환하고, 내 연구 목록에도 들어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2020년대의 새 종교학 개념 목록에 등장한 것일까? 새로운 관심의 가장 큰 계기는, 근대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주장을 펼쳐 주목받고 있는 사상가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가 페티시를..
플라톤의 ‘신화 만들기’가 시사하는 것 news letter No.951 2026/9/8 한 작품의 생존 여부는 물리적 보존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인용하는 것에 달려있다. 신들과 전쟁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음송되고 기억되다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로 기록되었다. 그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서양 문학과 대중문화의 원천으로 지금까지 문학, 미술, 공연, 영화 등에서 많은 작가들에 의해 재해석되어 새롭게 탄생을 거듭하며 새로운 신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그의 대서사시는 정작 고대 그리스에서는 추방되었지만, 오히려 그리스어권이 아닌 유럽과 영어문화권에서 고전으로 필독 교양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때는 그리스의 국민 교과서였..
명백한 마법의 시대, 혹은 마법처럼 보이는 시대 news letter No.950 2026/9/1 지난 호 뉴스레터에서 김윤성 선생님께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와 아이맥스 상영관, 특히 아이맥스 70mm 필름 상영관의 제한적 접근성을 둘러싼 문제 등을 다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글도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온데다, 뉴스레터마저 2주 연속 라니 조금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또 ‘종교와 영화’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신화와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이하는 강의에서 다루게 될 몇 가지 주제 중 특히 ‘마법’과 관련해 든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본 것이다 (영화 장면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
영화 〈오디세이〉와 아이맥스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news letter No.949 2026/8/26 지난 8월 5일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가 21일에 관객 수 600만 명을 넘겨 올해 관객 수 3위였던 〈군체〉(595만 명)를 제치더니, 24일에는 7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모처럼 관객 수 천만 돌파 영화가 여럿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왕과 사는 남자〉가 1691만 명으로 〈명량〉(2014년. 1761만 명)에 이어 관객 수 역대 2위에 올랐으며, 그 뒤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800만 돌파)와 〈오디세이〉가 나란히 올해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천만을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오디세이〉는 개봉 전부터 여러 이슈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캐스팅(인종, 젠더), 역사 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