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경험하는 문화 news letter No.954 2026/9/29 1.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는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고향을 떠나온 자들은 타향에서 한 번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유교나 불교, 기독교나 심지어 자국 내에서 생긴 신종교조차 태어나자마자 고향을 떠난 방랑자인지 모른다. 죽음조차도 궁극적으로 고향을 찾는 일이라고 선지식들은 말해 왔다.나는 그런 고향을 30년 만에 여행자처럼 와서 지낸다. 오래된 낡은 몸을 이끌고 온 고향이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각오가 없지는 않았다. 그중에는 종교여행도 포함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용기를 내어보았다.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 보는 것이었다. ‘일요일 오전은 예배중’인 셈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데우스 인 마키나’ 사이에서 news letter No.953 2026/9/22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가 있다. 연극이나 영화비평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통상 연극과 영화에서는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하는 국면에서 그 해결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이때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기적적인 계기를 만들어 그것을 극적으로 해결하는 장치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그 ‘만능의 해결사’ 장치는 조롱의 대상이자 비판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인식이자 비평의 수단, ‘데우스 엑스 마키나’‘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라틴어 전치사 ex(~로부터, out of)가 쓰인 표현으로, ‘기계 장치로부터 온 신’으로 번역할 수 있다. 그것은 고대 그..
다시 페티시 news letter No.952 2026/9/15 1.《종교학의 비평적 개념》(Critical Terms for Religious Studies, 1998)은 종교학계의 새로운 연구 흐름을 안내하고 이끈 책이다. 2025년에 새 필진과 새 개념들로 구성된 이 책의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개정판을 훑어보던 중 이전 책에는 없던 개념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페티시(fetish)다. 오래된 개념이지만 심심치 않게 학자들이 다시 소환하고, 내 연구 목록에도 들어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2020년대의 새 종교학 개념 목록에 등장한 것일까? 새로운 관심의 가장 큰 계기는, 근대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주장을 펼쳐 주목받고 있는 사상가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가 페티시를..
플라톤의 ‘신화 만들기’가 시사하는 것 news letter No.951 2026/9/8 한 작품의 생존 여부는 물리적 보존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인용하는 것에 달려있다. 신들과 전쟁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음송되고 기억되다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로 기록되었다. 그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서양 문학과 대중문화의 원천으로 지금까지 문학, 미술, 공연, 영화 등에서 많은 작가들에 의해 재해석되어 새롭게 탄생을 거듭하며 새로운 신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그의 대서사시는 정작 고대 그리스에서는 추방되었지만, 오히려 그리스어권이 아닌 유럽과 영어문화권에서 고전으로 필독 교양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때는 그리스의 국민 교과서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