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news letter No.622 2020/4/14 위의 제목은 지난 4월 11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그는 이어서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TV로 중계되는 삭막한 숫자와 크고 작은 사건으로 이어진 코로나 브리핑에서 필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 “이거 너무 시적이잖아”라고 생각한 순간 무언가 싸늘한 것이 내 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내가 매우 초현실적인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집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봄의 밝고 따듯한 햇살과 함께 산책로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을 덮고, 그 사이 사람들이 털이 보송보송한 강아지들과 산책하는 것이 보이고, 킥보드와 ..
한국개신교의 민낯: 사유화와 맘몬과 개교회주의 news letter No.539 2018/9/11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그런데 계절은 가을로 들어섰지만, 한국의 주류 종교들은 여전히 열대야를 보내는 듯하다. 개신교와 불교, 가톨릭 할 것 없이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은 습하고 답답하고 불쾌한 열대야 그 자체다. 특별히 필자가 속한 한국개신교의 모습은 과연 스스로의 자정과 갱신이 가능할까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보수주의 또는 근본주의 신앙인으로 불리는 개신교인들의 행태는 개신교 전통의 외부에 있는 사람이 지닌 상식의 경계를 넘어설 뿐만 아니다, 같은 신앙 전통을 가진 사람들까지 당혹스럽게 만든다. 태극기와 미국기와 이스라엘기가 어우러지고, 이념과 지역과 교리로 편 가르기를 하고, 배제와 차별과 증오를..
‘위험한 세상’의 불안한 종교 : 개신교 ‘총회의 계절’에 부쳐 news letter No.490 2017/10/3 교회사를 읽어본 독자라면 모두 알다시피, 기성 신앙을 고수하는 자들에게는 이단 종파 들이 비밀스런 종교 의식으로 흉측한 난장(亂場, orgies)을 벌인다고 고발하는 것이 논쟁 을 유발하는 인기 있는 수단이 되곤 했다. 이교도들은 유대인들이 그러한 일을 벌인다고 이야기했고, 유대인들은 그리스도교인들이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E.B. 타일러, 『원시 문화』 중에서 2017년 9월에도 어김없이 개신교계 주요 교파들의 총회가 연이어 열렸다. 이번 총회들에서 는 이른바 ‘사회선교’에 대한 논의보다는 사회를 경계하는 가운데 세상의 위험한 영향에 맞서서 ‘공격적 방어’에 치중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로마교, 런던교, 이교, 열교 news letter No.479 2017/7/18 지금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란을 통해 이미 여러 글쓴이가 언급하였듯이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기독교 관련 기사와 논의가 기독교계만이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종교개혁의 두 당사자인 가톨릭과 개신교가 막강한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 따라서 요즈음 가톨릭교회는 가톨릭 나름대로, 개신교는 개신교대로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현재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의 관계는 어떠한가? 둘 사이의 관계를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호칭을 검토해 보는 것이다. 친구나 연인, 선후배 사이와 같은 인간관계의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