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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의식, 영혼의 엉켜버린 회로를 푸는 프로젝트
-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 제1회 종교와과학 포럼 <뇌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마치고 -
2014.12.9
지난 12월 5일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The Center for Religion and Science, Hanshin University)는 서울 시내에서 제1회 종교와과학 공개포럼을 진행하였다. 기초과학연구원 인지와 사회성 연구단의 신희섭 단장이 “뇌연구를 통한 마음의 이해” 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였으며, 토론패널로는 권오대 한신대 초빙교수와 신재식 호남신대 교수가 함께 하였다. 그리고 센터 연구단과 연구자,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하였다.
미국은 뇌 분야 연구로 2013년 첫 해에 1200억 원 투자를 선언했고, 유럽연합 역시 10년간 1조 700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고 한다. 아시아와 한국도 마찬가지의 상황으로 보인다. 뇌연구 분야는 가히 살아있는 뇌들의 학문과 경제와 문화의 치열한 전쟁터가 될 만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뇌과학과 신학의 대화> 공개포럼은 뇌과학이라는 21세기 첨단과학과 문명이 축조하는 키워드에 올드보이 신학이 숟가락 올려놓고 편하게 가려는 오해로 보일 수도 있겠다. 혹은 문명의 물레방아를 뒤로 후퇴시키는 듯 한 종교와 신학이 첨단과학을 대화상대로 삼아서 현대문명에서 상실되어가는 그들의 존재감 복원 프로젝트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대화의 목적에는 조금 더 심각한 문제가 매복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대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질문하는 인간 마음의 심원한 정체성 해명에 대한 깊은 갈망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갈망은 인간의 영-혼-육에 대한 해명, 인간의 자유의지, 인간의 마음과 몸, 의식현상, 그리고 인간의 죽음과 죽음 너머라는 근원적인 아포리아를 지성적으로 해명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실로 이 주제는 신학의 중요한 주제였으며 지금도 우리를 사로잡는 인간적인 주제이기도 하였다. 아마 그 포럼에 참여한 많은 연구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조명하는 종교와 신학의 전승과, 복잡하고 방대하며 심지어 고도로 복합적인 소우주를 조명하는 뇌연구의 성과가 어디서 민감하게 교차하고 날카롭게 대치될 수 있을까를 애써 주목했을 것이다.
나의 지도교수인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국제학제간신학연구센터(FIIT)의 미하엘 벨커 센터장은 그 자신의 전문 연구분야의 심화와 함께 동시에, 지난 30여 년의 여정을 학제간 대화와 연구에 그 인생을 투신하셨다. 20세기 중후반 종교와 과학의 학제간 대화가 한참 독일 당대문화와 유럽의 지성계를 달구었던 시절, 지도교수도 그러한 지성적 뜨거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가 참여하였던 여러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파도 앞에서 많은 난파를 당하였다. 그만큼 견실한 학제간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지난하며 좁은 길이다. 실로 우리가 두 전공분야에 정통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다. 그리고 우리는 양자의 연구분야에서 탁월하게 활동하기가 심히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학제간의 대화에는 양 진영 모두 시간적 인내와 지적인 겸손함과 영적 갈망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시 종교와 과학 포럼 이야기로 돌아가자. 포럼에서의 신희섭 교수의 특별강연과 권오대 교수, 그리고 신재식 교수가 패널로서 던졌던 흥미로웠던 토론내용은 추후에 센터의 자료로 제공될 것이라 생각하며, 두 학문의 만남이 일으킨 지성적인 잔치와 불꽃들을 보고 느낀 바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우리의 대화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한신대학교가 주최하는 포럼이기에 채수일 총장님의 개회사와 함께, 한신대학교 외부의 저명한 인사 가운데 그날 참석하실 예정인 박재갑 교수님에게 격려사를 부탁 드렸더니 교수님은 조용히 배우러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격려사를 사양하셨다. 아, 그렇구나. 학제간의 대화는 진리를 향한 영혼과 공동체들의 배움의 시간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그것은 지적인 경합과 권력 투쟁도 아니며, 아직 지성의 빛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연의 영역을 우리가 대화 속에서 더욱 더 겸손하게 걸어가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둘째, 앎과 모름의 경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참 앎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신희섭 단장은 뇌의학의 기본 개요,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여러 연구 성과들을 우리 지성의 잔치상에 다양하게 준비하였고 풍요롭게 제시하였다. 우리들의 토론과 논의는 무르익어 갔으며 결국 뇌과학과 신학의 중요한 접촉점이자 해리의 지점, 그리고 칸트가 궁극적으로 고민하였던 영혼의 지위와 영혼 불멸의 문제에까지 토론이 무르익었다. 그 지점에 대한 신희섭 단장의 대답은 진지하게 “모르겠다” 였다. 실로 아포리아를 아포리아로 정위할 수 있는 것은 학제간 대화의 진솔하고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셋째, 결정적 난관으로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자연의 이분화’(Bifurcation of Nature, A.N.Whitehead)를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하고 봉합할 것인가의 과제가 아주 절실하게 남았다. 저 자연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마음은 직접적이며 생생하다. 저 자연은 나의 마음이다. 나는 저 자연을 이렇게 마음과 의식으로 만난다. 그러나 제3자의 시선에서 나의 마음과 의식은 특정 공간을 점유한 뇌의 이미지로 탈각된다. 내적인 생생한 의식과 3자가 보는 이미지로서의 뇌, 관념과 감각, 정신과 물질, 종교와 과학은 근원적으로는 하나라고 쉽게 말할 수 있으나, 이 두 국면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계되며 직조되어 있는지를 조명하는 것은 여전히 육중한 과제들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회로를 우리 모두는 그 포럼에서 방황하면서 찾고 있었다. 포럼 토론에서 오고갔던 많은 이야기들, 사유와 존재, 관념론과 유물론의 길항관계를 어떻게 더욱 더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우리들은 더욱 더 근본적으로 던졌다.
넷째, ‘종교’와 ‘과학’의 대화는 결국 인간의 ‘체험’과 ‘문화’ 속에서 이 둘이 더욱 더 긴밀하게 수렴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제자는 아주 민감한 뇌 수술의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뇌의 미묘한 변화로 인하여 지금도 병상에 있다. 그를 위하여 많은 가족과 친구들은 ‘병원’에서 ‘기도’를 한다. 이는 너무나 잔인하거나 혹은 무심한 뇌의 비가역성이었다. 나의 친척 어르신은 당대의 가장 총명하고 뛰어난 신여성이었으나, 어르신을 덮친 치매 증상으로 인하여 우리 가족들은 깊은 상실감과 안타까움을 품고 있다. 고도로 정화된 그리스도교의 상징체계에서 인간의 생명은 결코 소멸하지 않고, 죽음을 넘어 신 안에서 인간 또한 영원한 생명으로 변모된다고 말한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맑고 선한 사람들은 망각의 강을 건너 죽음보다 더 깊고 영원한 사랑의 세계로 귀속되기 위하여 인생을 아낌없이 주고 레테의 강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종교와 과학의 대화의 목적과 동력은 바로 중심에 서 있는 인간의 체험과 문화 속에서 그 담론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는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CRS)가 준비한 첫 종교와과학 공개포럼이었다. 바티칸 천문대와 미국 버클리의 CTNS 간의 장시간 공동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한 결과물인 《Neuroscience and the Person》(2002)를 서재에서 꺼내 다시 책상 옆에 가까이 두었다. 뇌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이미 다년간 수행했던 공동연구 집단의 21개의 성과들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또 하나의 소우주와 같은 뇌의 밀림을 집요하게 탐사했던 이 분야의 전문가와, 신학과 과학의 가교를 모색하는 전문가 사이에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지를 우리는 포럼에서 매우 즐겁게 경험하였으며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된 것이다.
뇌과학은 에덴동산의 선악과인가 아니면 과학시대의 구원의 방주인가. 뇌는 신마저도 재현하는 복잡계 회로인가 아니면 신과 자아가 움직이는 신경 시스템인가. 이는 소수 몇몇 천재에 의해서 해명되어질 답이 아니다. 학문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한 체계가 아니리라. 이는 각 분과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공동 연구와 대화 속에서 답을 유기적으로 모색할 때 그 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학제간의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논의와 대화 속에서, 그리고 사회적이며 집단적인 공동연구 속에서 학제간 대화의 결실은 조금씩 가시화 될 것이라 생각하며, 이 모험에 우리 모두가 즐겁게 함께 하기를 소망해본다.
전철_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조직신학/종교와과학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CRS) 센터장
theologytown@daum.net
http://theolo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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