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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의 영어 표기와 본 연구소의 진로

2010.8.3


뉴스레터 93호(2010.3.9.)에 필자는 “종교문화의 영어 표기?”라는 글을 투고하였다. 그 글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宗敎文化’라는 용어가 현재 동아시아 삼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 용어는 영어로 ‘religion and culture’로 주로 표기되고 있는데, 영어의 표기가 적절치 않으며, 나아가서 우리 말 용어인 ‘종교문화’도 어색한 듯하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영어 표기인 ‘religious culture’도 그다지 적절치 않은 듯하다고 주장하였다. ‘religious culture’는 종교음악, 종교미술, 종교건축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 나는 여전히 심란하다”는 말로 그 글을 맺었다. 이런 주장을 하고 나니 여전히 심란해서 가끔 이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보곤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교문화’의 영어 표기는 ‘religious culture’가 오히려 적절한 듯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영어 표기를 우리가 나서서 일본과 중국에서도 사용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religion and culture’는 아무래도 ‘종교와 문화’, 또는 ‘종교문화’에 가깝고, 서구의 용례와 우리의 그것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몇 년 전 동경에서 개최된 국제종교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들 가운데 일부를 추려서 2007년도에 책(Chin Hong Chung, "Religion-Before Religion and Religion-After Religion" in Religion and Society: An Agenda for the 21st Century, eds. by Gerrie ter Haar & Yoshio Tsuruoka(Leiden: Brill, 2007)이 발간되었다. 우리 연구소의 정진홍 이사장님의 글이 하나 실려 있는데, 정이사장님은 ‘종교문화’를 ‘religious culture’로 표기하고 있었다. 표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보이기 마련인지 이 영어 표기가 서양인들이 쓴 책과 논문에서도 필자의 눈에 종종 자주 보이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일일이 그 사례들을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즈음 인류학에서 ‘문화 실천’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영어로는 ‘cultural practice’이다. 인류학 전공자에게 ‘문화 실천’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물었더니,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해 하였다. 인류학에서 ‘문화 실천’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와 종교학에서 ‘종교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좀 비슷한 듯하다. 인류학자에게 ‘문화’라는 용어가 괴물이듯이, 종교학자에게 ‘종교’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로 괴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소의 영어 이름에도 ‘Religion and Culture’가 아니라 ‘Religious Culture’가 들어가는 이름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우리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의 이름이 ‘종교문화비평’이고, 영어 이름이 ‘The Critical Review of Religion and Culture’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학술지 이름도 검토해 보았으면 한다.

아직 필자의 생각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그저 내친 김에 몇 가지 더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해 보고 싶다. 한글 이름만 보면 ‘종교문화비평’을 ‘종교/문화비평’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 이름을 보면 우리 연구소의 학술지 이름은 ‘종교/문화비평’이 아니고 분명히 ‘종교문화/비평’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 이름이다. ‘review’(또는 ‘critique’)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학술지들을 살펴보면 대개가 ‘review’ 뒤에 ‘00학’이라는 학문분과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Religion and Culture’이든 ‘Religious Culture’이든 문제는 이 용어들이 ‘종교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Critical Review’를 다른 용어로 바꾸어야 할지 모르겠다. 날도 더운데 또 쓸데없는 생각을 전해서 독자들을 더 덥게 했는지 모르겠다.

강돈구_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kang@aks.ac.kr

주요저서로 <<현대한국의 종교와 정치>>,<<한국종교 교단연구1-5>>,<<근대 한국종교문화의 재구성>>,<<한국문화와

종교적 다양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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