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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CC 제10차 부산총회’의 교회사적 의의


 

 

2013.11.19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가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서 열렸다. 한국교회는 WCC 창립이후 60여 년 동안 다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부산총회를 통해서 WCC와 더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WCC와 한국교회, 한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WCC는 6.25발발 직후 국제연합의 유엔군 파병을 지지했는가 하면, 전재민 구호를 세계교회들의 도덕적 의무로 여기고 구호와 복구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 후 WCC는 한국교회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했으며, 1980년대부터는 남북교회들의 통일대화와 통일운동을 지원하였다. 1980년대의 도잔소 회의와 스위스 글리온회의가 그것들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주제 선정 및 토론에서 WCC의 분단 한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WCC의 여러 활동 중에서 생활과 사업(Life and Work) 영역에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번 총회에서 이 유대가 더욱 강화되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이 경험을 세계교회들에게 전해 줄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한국교회는 필리핀교회, 대만장로교회와 함께 아시아에서 교회와 국가 관계를 선도해 가고 있다.

 

부산 총회의 의의는 생활과 사업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부산 총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계 기독교의 근현대 역사를 학습할 수 있었다. 기독교회사에서 19세기가 선교의 경쟁과 확장의 세기였다면, 20세기는 협력과 연합의 세기였다. 협력은 해외선교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교회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어떻게 협력하며 행동할 것인지(생활과 사업 운동), 어떻게 공통된 신앙을 고백할 것인지(신앙과 직제 운동)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서구교회에서 시작된 에큐메니칼 운동인데, 이 운동을 이끌어 온 것이 WCC라는 것을 배웠다. 부산총회는 왜 서구교회들이, 상이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고(생활과 사업) 함께 예배하는(신앙과 직제) 것을 중시하는지를 한국교회에 보여 주었으며, 세계교회들과 협력하지 않고는 세계선교에 나서기 어렵고 세계 기독교로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부산 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종교개혁의 전통에 기반을 둔 세계 프로테스탄트 운동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또 세계교회들로부터 환영받게 된 것도 한국 기독교로서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교회 공의회가 열렸던 니케아나 콘스탄티노플을 기억하고, WCC 총회가 열린 암스테르담이나 뉴델리를 기억하듯이 세계교회가 한국과 부산을 기억할 것이고, 한국교회가 준비하고 지원한, 한국교회가 보는 가운데 논의하고 결정한 각종 신학적 선언과 성명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힘과 왕성한 활동력, 선교 역량도 주목받았는데, 이는 한국의 기독교가 한국 속의 기독교를 넘어서서 세계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능력은 한국기독교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통을 지닌 기독교의 역사에 당당하게 합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프로테스탄티즘 도래 불과 130여년 만에 세계교회들과 신학을 토론하고 세계선교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 증거다.

 

한국교회로서는 부산 총회의 손실도 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병폐인 교회분열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점이 그것이다. 사분오열을 거듭한 한국 교회는 어느 나라의 교회보다도 에큐메니칼 운동을 필요로 하나 오히려 교회의 분열상이 더 드러났다. 부산 총회 반대는 유치·천박하고 격렬했다. WCC 반대세력은 WCC의 생활과 사업 운동을 용공으로, 신앙과 직제 활동이나 종교간 협력을 종교다원주의나 종교 혼합주의로 몰아 부쳤다. 이는 한국기독교에 대한 회의(懷疑)를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교회 일각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 교회가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서구교회들의 통합운동이 WCC라는 기구로 발전하는 역사적 과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교회가 WCC에 가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이미 1950년대에 교회 분열이 일어난 점이다. 그리고 부산 총회 반대세력의 등장은 한국교회의 타종교 이해와도 관련된다. 한국 개신교는 교회와 사회, 교회와 국가 영역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한국의 종교문화 전통은 무시하거나 경시했다. 이것이 다른 종교의 이해에 대한 심각한 지체현상을 낳고 있다. WCC의 진보적인 선교 활동을 용공으로 보는 것도 보수교회들의 냉전시대 신학적 지체 현상의 산물이다. 종교 이해의 지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WCC 총회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중심지 한국에서 열린 것은 한국교회로서는 매우 뜻 깊은 일이다. 그러나 WCC 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나 세계교회들은 이 점을 다소 간과했다. 한국의 분단상황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것은 한국종교사나 한국기독교사에서 제10차 WCC 부산 총회가 소홀히 했던 점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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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기독교사상>> 12월호의 권두언에 실려 있습니다.)



김흥수_

 

목원대 한국교회사 교수


heungsoo@mokwon.ac.kr


주요 저서로《일제하 한국기독교와 사회주의》,《한국전쟁과 기복신앙 확산 연구》,《북한종교의 새로운 이해》

 

등이있다.

 

 

 

 

댓글
  • 프로필사진 통탄 글 쓰신 교수님, 목사님들이 굿판을 보고있는게
    종교다원주의로밖에 볼 수 없는것 같아요.
    교회연합이란 이름으로 모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구원받을 이름으론 예수님밖에 안주셨는데 예수님께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에 타 종교인들과 연합하고 감산다는 것은 아닌것 같네요
    2019.01.11 08: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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