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전 정진홍 선생의 학문세계를 반추(反芻)하며

 

                                       <종교문화비평> 24호 권두언



 

2013.10.29

 

 


 

본지 24호는 종교연구에 평생을 몸담아 오신 소전(素田) 정진홍 선생의 희 수(喜壽)를 기념하여 마련한 특집호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모두 종교연구 에서 항시 ‘정직한 인식과 열린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소전 정진홍 선 생의 가르침을 다시 반추하기 위해 특별히 후학들이 마련한 글들이다. 본 연 구소의 ‘소전 정진홍 희수기념 문집발간위원회’에서는 ‘종교적인 인간(Homo Religiosus), 그 하나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올 봄에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소전 의 학문세계 전반을 검토한 바가 있다. 그 결과로 이번 특별호가 마련되었다.

 

후학들이 소전의 학문세계를 반추하는 이 같은 일은 단순히 한 명의 학자가 40여 년 동안 어떤 연구를 해왔는가를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전 선생은 1970년대 이래 한국 종교연구를 선도하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 만 아니라 본 연구소를 비롯한 후학들에게도 이른바 소전학이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학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경향의 종교 연구들을 포함 하여 새로운 연구 영역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종교연구를 보다 넓은 인문학 의 영역까지 넓혀 왔다.

 

이번 특집호의 발간은 앞서 언급한 대로 소전 선생의 희수 기념 심포지엄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의미가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과 더 불어 소전 선생 학문세계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한국에서의 종교연구 전반을 검토하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호는 본 연구소만 아니라 한국 종교학계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것 이다. 한국의 종교연구를 선도한 소전의 학문세계를 조명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종교연구가 같이 성찰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후학들이 자기 학문 취향에 따라 쓴 글이 아니다. 모두 소전 선생의 학문세계를 반추하기 위해 후학들이 특별히 마련한 논문들이다. 소 전 선생의 학문적 세계의 전반을 검토하기 위해 2년 전 문집발간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집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가 있다. 첫째, 소전의 학적 문제의식 은 무엇이며 그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주제와 영역은 무엇인가? 둘째, 소전의 관점이 한국의 종교학계, 종교계,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 효과는 무엇인 가? 셋째, 소전 종교연구의 한계는 무엇이며 후학들이 계승·극복해야 할 측면 은 무엇인가?

 

위와 같은 취지하에서 후학들이 연구한 글들을 모아 이번 특집호를 꾸몄 다. 여기에는 소전의 종교연구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소전의 종교연구, 기독교적인 삶, 종교예술과 문학, 신화와 역사, 종교의례, 삶과 죽음, 민간신앙, 종교문화, 종교현상학이라는 주제로 총9편의 논문이 담겨 있다. 장석만 종교문화비평학회 회장이 소전의 종교연구(‘종교문화 개념의 등장과 그 배경: 소전 정진홍의 종교문화 개념의 의미’)를, 이진구 연구실장이 소전의 기독교적인 삶(‘한국 기독교에 대한 소전 종교학의 문화비평’)을, 박규태 한양대 교수가 종교예술과 문학(‘‘틈새’의 종교학과 상상의 시학: 소전학에 있어 종교·문학·예술’)을, 임현수 연구위원이 신화와 역사(‘신화와 역사: 의미 형성의 두 지층’)를 , 박상언 연구위원이 종교의례(‘소전 정진홍의 몸짓 현상학에 나타난 의례연구 방법론 고찰’)를, 이창익 한림대 연구교수가 삶과 죽음(‘죽음에 관한 일곱가지 이야기: 정진홍의 죽음론’)을, 이용범 안동대 교수가 민간신앙(‘개념과 실재: 민간신앙 인식에의 물음’)을, 김대열 프랑스 파리 국립동양학대학 교수가 종교문화(‘종교문화(宗敎文化)와 그 다원성(多元性)-또 하나의 시각-’)를, 안신 배재대 교수가 종교현상학(‘소전의 반 델 레에우 이해의 특징과 한계-종교현상학 적 해석-’)을 각각 맡아 수고를 해주었다. 여기에 소전선생의 학문세계를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김석진 후학의 ‘종교학과 신학의 만남 -정진홍 선생님 과 고(故) 허혁 선생님의 경우-’와 심형준 후학의 ‘거친 기억 속의 ‘스승의 그림 자’’ 2편의 에세이가 함께 실려있다.

 

소전 선생이 평생 해온 학문을 검토하고 그 의미와 문제점을 후학들이 면전 에서 공개적인 논의를 한다는 것이 우리 학계 풍토에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학문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감히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지 않은 일을 본 연구소가 저질러 보았다. 후학들의 욕심에 희수를 맞는 소전 선생에 큰 누가 되 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자신에게 바둑을 가르쳐준 스승을 넘는 것이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한다. 이번 소 전 선생의 희수 기념 특집호가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학문 공동체에 대한 건강성을 확인하는 하나의 징표가 되길 바란다.

-----------------------------------------------------------------------------------------------
*이 글은 <종교문화비평>24호(2013년 9월30일 발간) 권두언에 실린 글 입니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seyoyun@daum.net
논문으로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 〈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