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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26호-종교평화법 제정 논란(윤용복)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1:32

                 종교평화법 제정 논란

                

                                              

 

2014.8.5

 

 

        최근 종교계에서는 가칭 ‘종교평화법’ 및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논란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얼마 전 한국의 개신교 신자 3명이 인도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경내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선교행위를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마하보디 사원은 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에 세워진 사원이다. 이 사건은 과거 우리나라의 사찰들에서 일어났던 개신교의 소위 땅밟기 사건이 전 세계 불교인들의 중심지로 확대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연합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등 4대 종교에 속한 각 단체들이 나서서 종교간 평화를 위한 ‘종교평화법’과 성별, 장애, 나이, 언어, 민족, 피부색, 성적지향(동성애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목적은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종교간 상생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를 법률로써 규제하자는 것이다.

 

 

        ‘종교평화법’이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의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야기된 공직자종교차별 논란이 그 시작이었다. 이 논란은 공무원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 종교차별 금지조항을 신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그 무렵 ‘봉은사 땅밟기’, ‘동화사 땅밟기’ 등과 같은 개신교의 과도한 선교행위가 도마에 오르면서 결국 ‘종교평화법’과 ‘차별금지법’이란 법안의 제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이것은 지난 대선 때도 이슈가 되었고, 실제 일부 국회의원들에 의해 성별·학력·지역·인종·종교 등의 차이로 인한 차별을 방지하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가 되었지만, 개신교계의 반발로 법제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인도의 마하보디 사원의 과도한 선교행위가 다시금 논란에 불을 지피게 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보수 개신교 측을 중심으로 이 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정교분리에도 위반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만일 이 법안이 마련된다면 종교평화법이 아니라 도리어 더 큰 종교간 갈등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개신교에서 소위 이단이라고 하는 종교들의 활동을 비판조차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이단종교들의 활동이 만연하여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차별 금지법은 동성애나 동성혼에 반대할 수 있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오히려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법제화의 요구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가 실제로 법제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논란만 가중시키고 법제화까지는 긴 인고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물론 미흡한 법이 문제라면 고치거나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법제화해서 모든 것을 법에만 의존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법에 의해 규제를 받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법은 한번 제정되면 그것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다 하더라도 다시 개정하려고 할 경우에 많은 노력과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법이 능사는 아니며 법 이전에 인간 스스로의 자정노력으로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반대자들도 왜 이런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들이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어떤 대책이나 사과 표현이 전혀 없이 그저 이것이 선교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더구나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그들 스스로 타인의 종교자유를 억압한 것은 없는지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종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종교집회 참여나 종교 교육을 강요하는 행위는 법적 질서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할 학교에서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도 그냥 반대의 목소리만 외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소신껏 자유의사를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이로 인해 곳곳에서 인종이나 출신지 때문에 차별적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종교적 차별뿐만 아니라 이러한 차별들도 사라져야 할 행위들이다.

 

 

       따라서 법제정에 반대한다면 단순히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이상 그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법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우선 이웃종교에 무례를 저지른 것에 대해 지도자들이 나서서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 만일 내 종교가 그들과 똑같은 처지에 있었다면 어떠했을 지를 먼저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신자들에게 신앙심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교육, 종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 종교만을 가르치기보다 다양한 종교의 지혜를 골고루 알려주는 교육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윤용복_
한국종교사회연구소
yoonyongb@hanmail.net
논문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여호와의 증인’의 위치>, <한국 천주교의 의례와 특성>, <대순진리회의 조상의례와 특징> ,<대한성공회의 종교교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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