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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32호-종교 간의 갈등에 대한 단상(김진경)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1:48

                          종교 간의 갈등에 대한 단상

                

                       
                              

 2014.9.16

 

 

        지난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 미사가 열렸다. 이 시복식 미사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였고,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의 행보는 전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13년 3월에 가톨릭교회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탐욕적인 소비주의를 경계하고 평화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교황으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한 말 중에, 유명한 ‘행복 십계명’이 있다. 행복 십계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계명은 9계명인 ‘타인을 개종시키려 하지 말고 그들의 믿음을 존중하라’이다. 즉 종교는 개인의 믿음과 신념이기 때문에 내가 믿는 종교를 남에게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종교의 수장이 하는 말이기에 이 계명은 대단히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 간에 대립과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종교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일 것이다.

 

 

        이라크에서는 수니파 무슬림 무장단체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Levant,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이 지난 6월 29일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을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로 선포하였다. 이들이 말하는 이슬람 국가란 한마디로 영원한 신의 말씀이 담긴 꾸란과 예언자의 언행에 바탕한 이슬람법이 철저하게 시행되는 나라이다. 그들은 이슬람법이야말로 지킬 가치가 있는 유일한 법이며 자신들은 이를 실현하는 진정한 무슬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들은 이슬람을 믿지 않은 자들은 처단할 자격이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들은 이라크 내 자신들의 점령지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 야지드족, 샤바크족, 쿠르드족 등 비무슬림 및 비수니파인들에 대해 대량학살을 자행하였다. 특히 고대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신앙이 혼합된 형태의 종교를 믿는 야지드족들을 악마 숭배자라고 하며 산채로 매장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납치하여 노예로 삼았다. 나아가 이들은 같은 무슬림이라도 자신들이 믿는 방식대로 따르지 않으면 모두 처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는 어떤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죽어나간 팔레스타인인이 수천 명이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이 건설되면서 이스라엘 영토에서 추방당한 난민들과 그 후손들이다. 이들은 몇 년 간에 걸친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인해, 빈곤과 실업, 연료와 식량 부족으로 이미 한계상황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였고, 아랍인들을 학살하고 내쫓았다. 이스라엘에게 아랍인들은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학살하고 쫓아내야할 대상인 것이다. 여기에는 영토 문제 외에도 종교적 이유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아랍인들을 태연히 학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들이 다른 종교를 가진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인들과 유대교인들은, 자신들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신의 이름으로 탄압과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 문제로 인한 분쟁과 학살, 추방, 테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 또한 종교 갈등의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떤 종교인들은 타종교의 영역에서 땅밟기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혹은 폭력적) 행위를 하지 않았던가. 폭력의 강도가 다를 뿐이지 내가 믿는 종교가 최고라는 신념 아래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여기서 우리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이야기하는 평화의 의미를 더욱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평화는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평화를 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평화란, 모든 사람들이 내가 믿는 종교를 믿음으로써가 아니라, 내가 믿는 종교를 타인이 존중하고 나도 타인의 종교를 존중함으로써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김진경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간사
mysky2k@naver.com
<『삼국유사』에 나타난 관음의 여성적 이미지>라는 석사학위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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