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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30호-교황의 방한을 지켜본 소감(이혜숙)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1:42

                                교황의 방한을 지켜본 소감

                               

 2014.9.2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인해 ‘시복식’이라는 가톨릭 행사가 국내외로부터 큰 관심을 모아서 덩달아 나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상당히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분으로 느껴졌다. 어떤 말씀을 하시기도 전에 이미 그 분의 얼굴 표정이나 태도가 우리 같이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마음조차 움직이게 하는 요소가 있더라는 얘기다.

 

 

        시복식이 예정되어 있던 당일, 광화문 현장을 중계하는 영상에는 교황의 행렬이 나타나기를 목매어 기다리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이 보였다. 그들을 알아본 교황께서 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그 중 한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극히 공손한 자세로 교황이 내민 손에 이마를 대었는데, 그 순간 잠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마 둘이서 기도를 나누고 있었던 듯하다. 그 유가족이 가톨릭 신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불교도인 나조차도 그 짧은 순간의 기도에 동참하는 심정이 되었으니, 거기 모인 사람들이 가톨릭 신자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했던 것 같지도 않다.

 

 

        과연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교황을 주목케 하고, 그 분의 방한에 무엇이 그토록 관심을 갖게 했을까. 한국의 대통령은 왜 공항까지 교황의 영접을 나갔을까? 광화문이 과거 순교의 자리와 가깝다고는 하지만 굳이 교통을 통제하면서까지 광화문 한 복판에서 기념행사를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언론이 보도했듯이, 교황이 세월호 참사를 인지하고 기억해주심으로써 얼마나 그 유가족과 대한민국 국민이 큰 위로를 받았을까? 진정 위로가 되었다면 그 힘은 어디로부터 나왔을까?

 

 

       기도와 위로의 노력을 말하기로 하자면, 세월호 대참사 이후 100 여 일 동안 불교계에서도 여러 주체들이 움직임을 보였다. 4월 19일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스님이 진도 현장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서, 4월 21일 기도 및 법회와 함께 1만 배 참회정진이 시작되었다. 5월 20일에는 희생자 추모재가 봉행되었고, 5월 29일에는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천만 명 서명에 동참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그 뒤로도 6월 3일 희생자들의 49재, 6월 23일 참회발원 기도, 6월 25일 특별법 제정촉구 및 서명 동참선언, 7월 24일 희생자들의 100재 등 세월호 관련 행사가 이어졌으며, 지금도 광화문에서는 단식하는 스님, 재가불자들이 밤을 밝혀 3천 배 참회정근을 하고 있다.

 

        기도와 위로의 노력을 말하기로 하자면, 세월호 대참사 이후 100 여 일 동안 불교계에서도 여러 주체들이 움직임을 보였다. 4월 19일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스님이 진도 현장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서, 4월 21일 기도 및 법회와 함께 1만 배 참회정진이 시작되었다. 5월 20일에는 희생자 추모재가 봉행되었고, 5월 29일에는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천만 명 서명에 동참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그 뒤로도 6월 3일 희생자들의 49재, 6월 23일 참회발원 기도, 6월 25일 특별법 제정촉구 및 서명 동참선언, 7월 24일 희생자들의 100재 등 세월호 관련 행사가 이어졌으며, 지금도 광화문에서는 단식하는 스님, 재가불자들이 밤을 밝혀 3천 배 참회정근을 하고 있다.

 

 

        그런 동참이 어디 불교계뿐이었을까. 개신교는 물론 그 밖의 종교계에서도 희생자 유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위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가톨릭 교황의 인지와 위로가 한국인에게 더 큰 힘이 되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런 것일까?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겨나면서, 나는 거칠게 두 가지 소감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잠깐 방한하신 가톨릭 교황이 현재 한국의 종교지도자들보다 신뢰를 더 얻은 것 같다는 “감”이다. 그간 100일도 넘게 기도하고 위로하고 심지어 스스로 참회한다고까지 나섰지만, 불과 4박 5일 함께 한 교황이 더 미더웠던 모양이니, 한국 종교지도자들의 자성(自省)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둘째, 가톨릭 교황이 4박 5일간 이 나라에서 보여주신 일에 대해서 오직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보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감”이다. 마치 버선발로 달려가듯 공항까지 영접을 나간 대통령은 혹시 세월호 등 난제(難題)를 벗어나는 데 교황의 방한을 이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정부는 혹시 수도 한복판에 뜬금없이 거국적인 판을 열도록 허락하고 거기 모인 순진한 신앙심을 이용해서 고통스런 현안을 비껴가게 하려는 전략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교황이 노란 리본을 받아들이고 위로의 기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교황의 노란 리본에 반(反)하여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가톨릭의 참모가 있었다니... 그래서 결국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올리는 것’으로써 가톨릭 최고수장의 역할을 다하신 것은 아닌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하신 교황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을 생각하며 우리가 교황의 방한을 통해 금후 어떤 의미를 찾아낼 것인가? 나는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이혜숙_
금강대학교 객원교수
hesook56@hanmail.ne
주요 저서로 <<종교사회복지>> 등이 있고, 주요논문으로 <불교사회복지 평가에 관한 연구>, <종교사회복지 현황과 과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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