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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집회는 새로운 종교운동인가?

 

 

news letter No.904 2025/10/14

 

 

작금의 한국의 극우화된 개신교를 새로운 종교운동이나 신종교로는 보는 시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올해 3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김상근 목사는 이단은 기독교 안에서 궤를 달리하는 건데, 전광훈 집단은 이단 정도가 아니고 사이비 종교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같은 달 방영된 MBC 뉴스투데이에서 대담자로 나온 배덕만 목사 또한 전광훈 목사는 기독교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전통 신앙의 교리를 한참 넘어섰고 자신을 우상화할 뿐 아니라 경제적 목적과 정치적 야망 그리고 이데올로기가 섞이면서, “이단을 넘어서서 신종교 집단, 혹은 이단 사이비라고 볼 수있다고 말하였다. 더불어 배덕만은 전광훈 목사나 윤석열 () 대통령을 지지하는 개신교인들은 극우적 정치 성향이 그들의 신앙보다 앞서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개신교는 종교적인 영역에서 정치적 영역으로 훨씬 더 많이 넘어가 버렸다.”라고 평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 개신교 내 비판 세력이 전광훈과 그의 추종자들을 이단’, ‘사이비’, ‘신종교등으로 낙인찍는 것은 한국 개신교의 오래된 전통이기도 한 활발한 이단 논쟁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보수개신교 세력의 급속한 극우화 그리고 이들 세력과 보수 정치권과의 결속에 대한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유사한 현상은 복음주의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발판으로 미국 민족주의/우선주의를 추구하며 자유와 번영을 외치는 미국의 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세력에서도 관찰되는데, 즉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상하고도 새로운 종교운동을 만들어내고 있다거나(“Donald Trump is building a strange, new religious movement,” VOX 2025.06.13.), 그를 종말론적 컬트’(apocalyptic cult)’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라고 비난한다(“Is Donald Trump’s movement really a ‘cult’?” Salon, 2025.05.18.). 물론 종교와 정치의 유착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지만, 정교분리의 원칙을 토대로 한 현대국가, 그것도 한국과 같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우 개신교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종교의 등장과 함께 태극기집회라는 대중을 동원한 광장정치를 통한 빠른 세력화는 현대화(modernization)와 함께 종교의 사회적 역할 또한 필연적으로 크게 약화하거나 소멸할 것이라는 세속화론자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사건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근래에 한국 사회에서는 일련의 극우·보수 성향의 개신교 목회자들과 그들의 단체전광훈(사랑제일교회 /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손현보(세계로교회 /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이태희(그안에진리교회 / 리바이벌 코리아) 를 중심으로 광장과 거리에서 대규모 저항적 집합행동이 기획·전개되고 있으며, 이들 세력은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이승만의 기독교입국론(基督敎立國論)을 계승하여 일종의 제정일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개신교 민족복음화운동이자 근본주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복음화운동은 표면적으로는 종교적 운동이지만, 대규모 행사를 통해 정치 영역까지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복음화를 목표로 (1970년대) 권위주의 정권의 반공주의, 민족주의 등에 부응하면서 그 영향력을 정치적인 차원으로 확장하였다. 대표적인 예는 1965년 김준곤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로 보수 개신교계가 당시 군사 독재정권을 지지하고 축복하면서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의 개신교회는 대다수가 근본주의 교회라 할 만큼 근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나, -보수 교계 지도자들의 오래된 정치 유착에도 불구하고-박정희 정권과 이후 두 번의 군사 정권을 지나면서 정교분리 원칙을 표면적으로나마 고수하였다면, 19876월 항쟁을 기점으로 진보 진영의 정치 투쟁이 강력해지고 교회 내의 일부 세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보수 교계는 결집하게 된다. 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1989~)의 출범으로 이어졌으며, 이때부터 보수 개신교계는 한기총을 앞세워 정치 현장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보수 성향의 개신교회들이 집결해 실력 행사를 하고, 보수 정치세력의 전위대또는 행동부대역할을 한 기간은 20여 년이 훨씬 넘으며, 이런 의미에서 최근 극우 개신교의 등장은 돌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 한국 개신교가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전광훈 목사는 201910조국 퇴진광화문 집회 이후 자신의 세를 본격적으로 넓히면서 아스팔트 우파또는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핵심 추종 세력을 확보하면서 한국 극우의 구심점이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수화된 한국의 개신교회가 교회 밖의 공공장소에서 전개하는 광장정치또는 거리정치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작금에 관찰되는 태극기집회로 대표되는 극우 성향의 개신교인들이 주도하는 대중운동은 그 집회의 구성요소나 대중들의 참가 방식 그리고 정치사회적 파장 등에서 과거 보수개신교의 그것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집합적 (의례)행위의 구성적 차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종교적 요소들과 정치적/세속적 요소들이 광범위하게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극기집회는 흔히 기도회, 연합예배 등의 이름하에 개신교 행사의 형식을 취하고, 참석자의 다수가 개신교인이며, 예배의 주요 절차인 찬송, (통성) 기도, 설교 등을 따르며, (대형) 십자가를 중요 표식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해당 집회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때로는 이스라엘 국기, 삼성 로고가 찍힌 깃발가 휘날리고, 애국가, 군가(충정가), “아름다운 강산등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적잖은 사람이 군복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주사파/종북좌파 척결’, ‘정권 퇴진’, ‘이재명 구속’, ‘자유대한민국 수호등의정치적 구호/포스터/팻말이 난무한다.

 

이렇게 태극기집회는 의례적 혹은 연행적 차원에서 종교적 요소와 정치적 요소가 혼합되고 융합되면서 종교(기독교)와 정치의 경계는 지워진다. 같은 맥락에서 태극기집회를 움직이는 담론 혹은 음모론에서 정치적 신념/이념과 종교적 신앙의 동일시 또한 쉽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집회 참석자 다수에게는 트럼프 메시아론’, 즉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하려 한국에 온다던가, 한국의 부정선거를 수사할 것이라는 기대/믿음이 널리 퍼져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그의 지원을 기대하는 기류가 급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춰라)’의 손팻말을 들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글귀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탄핵 반대를 외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음모론의 시대(2014)를 집필한 전상진은 극우가 말하는 트럼프는 실존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성서적 인물에 가깝다반공주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미국, 보수 기독교 등이 (트럼프 메시아론 확산에) 영향을미쳤으며, “연극 무대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쭉 내려와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장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극우엔 트럼프인 셈이라고 말한다(윤석열 구하러 올 메시아 트럼프’?, 경향신문, 2025.03.18.).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 극우 개신교인들은 윤석열을 성경 속 인물인 고레스 왕과 연관 짓기도 한다. ‘고레스 담론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열렬 복음주의자들에게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성경에서 페르시아 왕 고레스(Cyrus)가 이스라엘 민족을 바빌론에서 해방한 것처럼, 트럼프가 비록 모범적인 기독교인은 아니나 하나님이 택한 혹은 기름 부은 지도자로서 미국을 구원할 사명을 가졌다는 주장이다(“Donald Trump, Evangelicals and the 2024 MAGA Coalition,” Newsweek 2025.11.04.). 이를 한국에 적용하자면, 하나님께서 미국에 고레스 같은 인물인 트럼프를 세우신 것처럼, 하나님이 윤석열을 통해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신다는 것이다(대학가 탄핵반대집회....‘고레스 담론까지 등장, 투데이N, 2025.03.05.).

 

이 밖에도 근래의 태극기집회는 그 구성원, 참가 동기와 경로에서 초기 보수집회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2019년과 2020년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각각 태극기집회와 전광훈의 광야교회를 조사한 김지방에 의하면 2000년대 초 서울광장의 태극기집회와 비교할 때 이들 집회의 참가자 중 비개신교인이 적지 않으며, 집회에 참여한 개신교인들조차도 자신의 신앙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집회에 나왔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다라는 응답이 59.9%였으며,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묻는 말(복수 응답)에도 나라가 좌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3.9%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 개신교인에게 좌경화는 신앙의 위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들은 신앙에 대한 주제 보다 정치 구호에 더 열광하였다. 또한 광장에 나오게 된 경로를 보더라도 이전에는 참가자들이 대형교회라는 조직을 통해 동원되었다면 이제는 교회에서 만난 사람에 의해서19.6%, ‘교회 바깥의 친구/친지20.2%로 그 비율이 비슷하였고, ‘스스로 나왔다는 응답은 44.1%로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집회참가자들이 교회보다 유튜브나 카카오톡의 영향을 더 노출되면서, 이제 개신교 보수·극우 세력은 교회를 통하지 않고 SNS를 통해 직접 대중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김지방, 광장의 교회, 당혹스럽고 익숙한, 정재영 외,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2021)

 

유사한 맥락에서 김진호는 메타교회(meta-church)’를 말하며, 후자를 탈근대적(post-modern) 메타성을 갖는 새로운 교회 유형이라고 설명한다. , 전광훈의 아스팔트 집회는 교회이면서도 교회 같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교회로 타/비종교인도 모여들 뿐 아니라, 열린 공간인 광장이 예배당을 대체하였고(탈교회), -특임전도사라는 명칭이 말해주듯성직의 특권성도 해체되었으며(탈성직), 그의 발언도 탈교리적이라는 것이다(김진호, 전광훈과 K-극우의 재구성, 기사연 도시에3, 2025). 이러한 현상은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종교가 탈근대적 특징-즉 종교성의 개인화와 이에 따른 종교공동체의 변화을 띄게 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개인들이 (자신이 속한) 제도종교와는 독립적으로, 주어진 여가에 자신들의 자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집회나 시위를 스스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태극기집회는 흔히 종교의 탈을 쓴 정치집회나 선동으로 표현되고, 이들 집회를 이끄는 목회자들은 복음/신앙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여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복음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 결과 태극기집회가 가지고 있는 종교성은 쉽게 그 진정성이 폄하되거나 위선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태극기집회는 후기 현대사회에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종교운동이자 정치운동으로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으며, 이들 집회가 구현하려는-종교와 정치가 결합/융합된-‘정치종교가 현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우리의 질문을 돌릴 때가 되었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재난연구와 한국의 종교학: 그 대화의 필요성에 대하여>, <순례와 다크 투어리즘의 교차지점에 대해서: 천주교 해미순교성지를 사례로>, <한국의 현 종교지원정책과 문화자본주의>,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사업과 종교영역의 재편성>, <한국 신종교의 조직구조>, 현대사회 성물(聖物)의 유통방식에 대하여>, 공저로는 <한국사회와 종교학>,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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