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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만남,죽음과의 만남>, 궁리, 2003, 310쪽

책소개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가 물 흐르듯 담담히 들려주는 죽음에 대한 담론집. 1994년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 마련된 강연 내용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죽음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죽음을 물어야 하며, 나의 죽음과 만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은 죽음의 진정한 의미, 죽음의 사회성, 제사와 추모의 의미, 죽음의 윤리 등 죽음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진홍 교수는 우리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어루만지고 달래며 조용히 얘기한다. 그의 말에는 달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묘미가 있다.

줄거리

 

제1부 죽음, 그 삶의 현실 ─ 비존재와의 만남

우리는 살면서 늘 죽음과 만납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뜻하지 않은 참변, 교통 사고 등 죽음은 뜻밖에 우리 삶 속에 가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이 삶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왜 인간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봄 직한 물음입니다. 종교와 철학 등에서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의 해답이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나의 죽음에 이르면 그것은 또 다른 물음을 낳습니다. ?왜 하필이면 내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죽음 앞에서처럼 인간의 무능함과 무력함이 처절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다시없습니다. 우리의 죽음 경험은 죽음이 그러한 것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겪게 합니다. 단절, 절망, 허무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비존재와의 만남, 그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제2부 비탄의 윤리 ─ 사별이 남기는 얼룩이들

주검 앞에서 우리는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람을 위해 통곡합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를 위로합니다. 그러나 그 통곡은 오히려 상실과 붕괴와 죄의식과 고독, 그 속에서 겪는 망연자실을 뜻합니다. 이것이 죽음을 겪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아픔이고 슬픔입니다. 그러나 슬픔은 잊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즐거움으로 대치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슬픔을 온전히 슬퍼해야 합니다. 슬픔은 그것이 비록 고독과 절망과 포기를 자신의 결로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상실과 붕괴와 죄의식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존재를 맑게 하는 유일한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죽어가는 사람도, 아직 죽음 곁에서 죽음으로 인한 별리를 슬퍼하는 사람도, 우리는 그 슬픔을 슬퍼하는 눈물을 흘리도록 놓아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3부 죽음의 사회학 ─ 죽어버림과 죽여버림

우리 삶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죽음 또한 결코 단독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의 죽음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죽음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죽음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죽음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우리는 서로 맺어진 관계 구조 안에서 삶과 죽음을 함께 겪어 나갑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죽음을 공유하고 책임지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죽음을 함부로 죽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제4부 제사 또는 추모의 의미 ─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

우리는 죽음으로 인한 별리를 견디지 못하는 아픔 속에서 망자와의 만남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꿈은 제사를 통해서 현실화합니다. 그러므로 제사는 꿈의 실현입니다. 그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삶의 공동체가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더불어 빚는 삶의 현실임을 터득합니다. 곧 제사는 죽음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무한한 축복입니다. 우리는 그 축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우리 모두를 사랑한 사람에게, 제사는 그렇게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그리고 죽음을 사랑한 사람에게 제사는 실현된 꿈입니다. 우리는 그 꿈속에서 더불어 살아갑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제5부 죽음을 넘어서 ─ 부활과 재생의 현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삶이 너무 괴로워, 또는 너무 좋아서, 아니면 삶에 욕심이 나서 죽기가 싫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희구에 메아리치는 종교의 답변이 한결같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죽음 이후는 죽음 이전을 보완하고 완성하여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심판과 징벌, 보상과 위로 등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죽음 이후에 대하여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취할 태도는 죽음 이후 때문에 두려워한다거나 위로를 받는다거나 하는 것일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일은 죽음에게 맡기는 것이 옳을는지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죽음 이후의 현실성이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성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죽음이 두렵거든 지금 여기에서 더 착하고 바르게 살자. 참으로 괴로워 죽고 싶도록 죽음이 아쉽거든 더 사랑하면서 아름답게 살자!

제6부 죽음과의 만남을 위하여 ─ 죽음을 준비하는 일

삶은 언제나 죽음을 준거로 하여 살펴집니다. 그것이 우리의 경험 내용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그 깊은 신비의 심연을 드러내주지 않습니다. 무릇 종국 에 의하여 비추어지지 않는 것은 그 과정 의 의미를 확연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삶을 물으며 죽음을 묻지 않을 수 없고, 죽음을 물으며 삶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삶은 온갖 역설의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사랑도, 죽음도 그러합니다. 삶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삶을 초조해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을 초조해하지 않습니다.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삶을 감사하는 사람은 죽음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죽음을 사랑합니다.

저자

정진홍

1960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로 있다. 종교현상학이 전공분야이고, 『종교문화의 이해』,『종교문화의 인식과 해석』,『종교문화의 논리』,『경험과 기억』,『열림과 닫힘』등의 저서가 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죽음, 그 삶의 현실-비존재와의 만남

죽음과 죽음 물음
죽음 물음의 까닭
죽음을 진술하는 언어
남은 문제들

제2부 비탄의 윤리-사별이 남기는 얼룩이들

사별, 해후의 영원한 소멸
비탄의 결
비탄의 윤리

제3부 죽음의 사회학-죽어버림과 죽여버림

'홀로 죽음'의 현실성과 비현실성
죽음의 사회성
죽음의 해답기능
죽음 희구의 사회화
죽음의 공유, 죽음 책임의 공유

제4부 제사, 또는 추모의 의미-산 자와 죽은자의 만남

불가능한 꿈
줄가능한 가능성
추모와 제사
산 자와 죽은 자의 공동체

제5부 죽음을 넘어서-부활과 재생의 현실

'끝'이 아닌 죽음
죽음을 '끝'이라고 여지기 않는 까닭
'죽음 너머', 또는 '죽음 이후'에 관한 이야기들
'지금, 여기'에서 죽음을 넘어

제6부 죽음과의 만남을 위하여-죽음을 준비하는 일

죽음 주체인 나
염려스러운 죽음 모습들
죽음맞이의 윤리
죽음 물음에 대한 되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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