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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 개신교 신학계의 풍경

2011.12.20


성장 중인 한국 개신교 신학계

한국 개신교 신학계(이하 한국 신학계)는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를 위해 한국 신학계의 지형도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한국 신학계의 인적 자원과 활동이 벌어지는 주요 기관으로 대학과 학회, 연구단체, 개별교회 등을 들 수 있다.

대학으로 장로교와 감리교, 성결교 등 각 교단 소속의 신학대학과, 연세대나 이화여대 같은 종합대학의 신학과나 기독교학과가 있다. 이들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신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학술 활동의 대표 주체인 학회다. 학회는 ‘개별학회’와 ‘공동학회’라는 둘로 나눌 수 있다. ‘지(枝)학회’라고 불리는 ‘개별학회’는 전공별 학회로 ‘구약학회’나 ‘조직신학회’, ‘목회상담학학회’ 등의 그것이다. ‘공동학회’는 개별학회가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연합신학회를 지칭한다. “한국기독교학회”가 한국 신학계의 대표적인 학회로 13개의 개별학회가 참여한다. 보수주의 신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복음주의신학회”도 공동학회 성격을 갖는다. 개별학회와 공동학회 모두 자체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술지를 출판하고 있다.

세 번째로 독립연구기관으로 교단이나 대학, 학회 등에 소속되지 않으며, 때로는 몇 개의 신학이나 교회관련 단체들이 함께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생명평화마당” 같은 모임이 그런 사례다.

마지막으로 개별교회다. 신학대학보다 더 큰 재정 규모를 가진 일부 대형교회가 신학대학이나 학회 등에 연구비를 지원하거나, 박사학위를 마친 신학자를 부교역자로 임용하고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거나, 학회나 학술모임 경비를 보조 또는 개최 장소를 제공하거나, 나아가 아예 국제학술대회까지 주최하기도 한다. 순복음교회나 소망교회, 명성교회 등 상당수의 대형교회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개신교의 정체나 쇠퇴라는 현실과 달리, 한국 신학계는 여전히 확장 중에 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지속된 한국개신교의 성장 결과 늘어난 신학 지망생들이 이제는 국내외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지속적으로 신학계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신학대학의 지속적 확장과, ‘대학원대학교’라는 새로 설립된 신학대학이 신진신학자들을 상당수 흡수하면서 활동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예비 신학자 집단을 생각할 때, 한국 신학계의 확장은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이다.

한국 신학계는 올 한 해 동안 자체적 또는 연합해서 학술대회나 학술지 발행 등 다양한 수준의 활동을 통해 어림잡아 1,000여 편의 학술논문을 생산해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 많은 수의 학술적인 글을 전체로 개괄하기 어렵지만, 가장 주요한 학술활동의 주체인 학회의 활동을 통해서 보면 몇 가지 용어들이 도드라진다. 이런 활동에서 눈에 띄는 용어를 꼽자면, ‘세계화’, ‘한류’, ‘생명 평화 정의’ 등이며, 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용어가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 이하 WCC)다. 이렇게 보면 올 한해 한국 신학계의 화두는 “한국교회와 WCC”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신학계와 세계교회협의회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2013년 부산에서 열린다. 그런데 이 총회가 한국교회에는 ‘뜨거운 감자다.’ 1960년대 예수교 장로회의 ‘통합’과 ‘합동’이 갈라진 중요한 계기가 WCC 참여 문제였다. 이후 한국교회는 WCC 활동 교단과 반대 교단으로 나뉜다. 전자가 ‘한국기독교협의회’(NCCK)에 소속되며, 후자는 대부분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에 정서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WCC 제10차 부산 총회에 대한 입장은 상반된다. NCCK에 속한 교단이나 교회는 적극적으로 이를 준비하는데 반해, 보수주의 교단과 교회는 WCC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신학계의 2011년 활동들은 이런 정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 WCC를 준비하는 학술 활동이다. 이것은 WCC 총회를 한국 신학계와 한국 신학을 세계화시키는 계기로 삼거나, 10차 총회의 주제를 신학적으로 심화시키려고 한다. ‘한국기독교학회’는 가을 학술대회 주제를 “글로벌 시대의 한국 신학”으로 정했다. 기독교학회를 구성하는 13개 학회가 모두 영어로 이 주제에 맞추어 영어로 글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대의 한국 신약신학”과 같은 글들이다. ‘한국기독교학회’는 2013년 부산 총회 때 한국신학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한국신학대전』(The Korean Theology in the Global Age) (가제)을 출판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과 맞물려 이런 학술대회가 진행된 것이다.

공동학회뿐만 아니라 개별학회나 단체들 중 상당수가 WCC의 개최와 관련해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문화신학회 경우는 올해 세계화하고 있는 ‘한류’라는 주제를 신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또한 2013년 WCC 총회에서 한국적 종교문화를 반영한 토착화신학을 영어로 소개하는 작업과 관련을 갖고 있다.

WCC와 관련해서 주목할 활동 중 하나가 학회와 대학연구소 13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생명평화마당’이다. 생명평화마당은 “생명평화를 여는 정의의 신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WCC 제10차 총회 주제인 “생명, 정의, 평화”에 맞는 한국교회 전통을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WCC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학술활동이다. 보수주의교회와 신학을 대변하는 학회로 ‘한국복음주의신학회’와 ‘한국개혁신학회’, ‘한국성경신학회’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조직신학회’와 같은 분과학회를 포함하는 공동학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보수주의 신학의 학술단체는 규모나 활동에서 ‘한국기독교학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WCC 개최와 관련해서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활동도 상당히 많았다.

‘한국개혁신학회’는 “WCC와 개혁신앙”이라는 주제로 봄철 학술대회를 열었다. 여기에서 ‘WCC의 교회론’, ‘WCC의 성령론, 칭의론, 성찬론’, ‘WCC의 교회일치 운동에 대한 개혁신학에서의 평가’, ‘20세기 WCC의 신학적 동향과 선교문제’ 등이 다루어졌다. 대부분의 논의가 WCC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성찰이다. ‘한국개혁신학회’보다 더 보수적인 신학적 경향의 ‘한국성경신학회’는 10월 세미나에서 WCC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WCC의 신학과 역사의 배경부터, WCC 선교의 본질, WCC 에큐메니칼 운동의 목회적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새로운 논의라기보다는 기존의 보수주의 신학자들과 교단에서 발표된 논점들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다.

한국 신학계 풍경

올 한 해 한국 신학계를 보면, 그 활동 내용과 구조에서 특징이 들어난다. 무엇보다도, 한국 신학계는 한국개신교회의 복잡한 지형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신학계의 지형이 한국교회의 신앙적 신학적 지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선, WCC에 대한 한국 신학계의 논의 내용은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 이와 달리 세계교회현장에서는 WCC와 WEA가 서로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WEA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로잔언약’ 이후 WCC와 신학적 거리를 좁히고 있는데, 한국보수교회는 로잔언약도 잘 모르는 상황이고, 보수신학은 이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진보적 교단과 신학 대 보수적 교단과 신학’이라는 이분법적 신학활동 내용은 신학계 구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대부분의 신학활동이 교단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교단이나 교회가 신학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학적 자기 검열은 학술활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공동학회’가 학술대회의 비용 일부를 대형교회의 지원으로 충당하는 상황은, 교단뿐만 아니라 대형교회의 영향력 확대와 신학적 자율성의 상대적 축소가 강화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와 같은 몰지각한 형태에 제대로 된 신학적 발언이 한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까닭도 대형교회와 교단 목회자의 눈치 보기와 무관하지 않다.

해마다 1,000여 편이 넘는 학술 담론을 생산해내는, 새로운 많은 수의 신학자들이 학술 활동의 장으로 진입하고 한국 신학계는 양적으로는 세계적인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새해에는 교회나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와 세계 기독교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신학담론의 질적 변화를 기대해본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jshin0440@hanmail.net


최근 논문으로 <한국 기독교 신학자들의 종교와 과학 담론>, <한국사회의 종교갈등의 현황과 구조탐구> 등이 있고,

저서로 <<종교전쟁>>(공저), <<한국신학, 이것이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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