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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며

2012.1.3


지난 한 해 동안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 보내주신 선생님의 관심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연구소는 선생님의 성원에 힘입어서 우리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종교문화관련 인문학 연구소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종교문화비평과 인문학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우리사회 모두의 공동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한층 더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현재 우리사회 종교문화에 대한 비평센터로서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25여년간 노력해온 연구소의 역량이 종교문화비평을 위한 동력의 중심이 되긴 합니다만 선생님의 후원과 참여가 없었더라면 결코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작년 한해 계획대로 다 잘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연구소의 중요한 사업들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된 것 같습니다. 월례포럼, 상하반기 심포지엄, 종교문화비평학술지 발간 등 기존 학술활동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연구소의 비평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순조롭게 마무리하였습니다. 특히, 상반기 심포에서 현대 신화연구의 현주소를 점검한 것이나 하반기 심포에서 인간을 넘어선 동물의 인권이나 삶의 양식인 채식주의를 점검한 것은 학계 연구의제를 설정하는 차원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종교문화에 대한 비평을 활성화하기 위한 ‘종교문화비평학회’의 창립과 거의 10년 만에 본 연구소의 대표적 저작물의 하나인 종교다시읽기의 후속편을 출판 기획한 것도 나름의 성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학술사업에 비하여 학문의 사회적 소통을 위한 대중 학술사업은 좀 미진했던 것 같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생동하는 종교문화에 대한 시평과 평론을 담은 ‘종교문화 다시 읽기’ 주간 뉴스레터는 매주 빠짐없이 발간되어 그 소임을 다했습니다만, 종교문화에 대한 대중 인식을 고양하기 위한 ‘학술 연찬회’나 신앙대중의 종교문화교육을 겸하는 ‘종교문화체험 탐방행사’가 전년도에 비하여 시행 자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자주 참여해주셨던 많은 선생님의 얼굴을 자주 뵙지 못했습니다. 연구소 운영을 맡은 소장으로서 정말 미안합니다. 내년에는 종교문화에 대한 비평이 연구소와 학계차원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종교문화 대중강좌나 체험탐방행사와 같은 대중과 소통하는 행사에도 감안하겠습니다.

현재 우리사회 곳곳에서 인간적인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현장에 가서 보면, 정착 문화의 상품화가 가능한 또는 인간을 부드럽게 지배하는 도구로서의 위장된 인문학들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키고 가장 인간적이 되어야 할 종교마저도 세속사회보다 더 세속적인 이해에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종교권력을 얻으려고 금품을 뿌리고 교회와 사찰을 신도의 머리수를 헤아려 사고파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인간의 자기반성 시간까지도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시키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순수한 인문학을 지향하는 본 연구소와 같은 곳이 우리 사회에 살아남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종교문화 창달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정부를 비롯한 공공단체의 지원과 후원을 기대하는 것도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정교분리라는 형식적인 원칙에 얽매여 종교문화를 대책 없이 사적인 영역으로 내몰아 타부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사회에서 인적 물적 차원에서 그리고 문화전통과 생활양식의 차원에서 최대 문화자원으로 평가되는 종교문화를 사회적 자산이나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 창달을 담당하는 이들의 행태가 종교문화에 대한 무지를 넘어 문화를 창달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직무유기로 비치기도 합니다.

본 연구소는 현재 종교문화의 비평을 통해 종교계와 일반 사회를 매개하는, 나아가 사적인 영역의 종교를 공적인 영역의 종교문화로 연결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팽개친 중요한 문화자산을 정리하고 다듬는 유일무이한 연구소가 되겠습니다. 한국의 정신문화를 보존하고 창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본 연구소는 보다 인간적인 삶의 방식을 발굴하여 삶의 양식(樣式)으로 제공하는, 작지만 강한 실천력 있는 연구단체를 지향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문제에 대한 더 매서운 종교문화 비평을 행할 것입니다.

새해에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종교문화를 만드는데 연구소가 일조를 해보겠습니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리고 본 연구소가 미래 통일 한국의 종교문화 창달을 위한 작은 밀알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시 한 번 더 약속드립니다.

壬辰年 새해 회원 여러분의 가정에 소박한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壬辰年 元旦

(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윤 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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