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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냐 깨달음이냐
2009.7.14
기독교에서 믿으라는 것이 무엇인가? 일부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 그가 동정녀의 몸을 빌려 인간으로 태어나시고, 우리 죄를 위해 피를 흘렸다는 것 등을 믿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이런 식 믿음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물론 믿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의 근원으로서의 궁극실재나 우주에 편만한 법리, 진리, 원칙을 믿고 거기에 우리를 턱 맡기는 믿음, ‘신뢰’ 로서의 믿음, 내면에서 오는 확신으로서의 믿음 등은 삶에 방향과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든가 동정녀 탄생을 했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기와 상관이 없는 일을 남이 내게 말해 주어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믿음’ 같은 믿음은 이른바 ‘한 다리 건넌 정보(second-hand information)’ 에 불과한 셈이 아닌가?
최근에 기독교에서도 초대교회에 ‘믿음’ 이 아니라 ‘깨달음’ 을 강조한 흐름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1945년 12월 어느 날 무함마드 알리라는 이집트 농부가 나일 강 상류 나그함마디(Nag Hammadi)라는 곳 부근 산기슭에서 땅을 파다가 땅 속에 토기 항아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문서가 들어 있는 그 항아리가 금으로 가득한 항아리보다 더 귀중하다는 사실 알 턱이 없던 그는 이 문서를 시장에 가지고 나가 오렌지, 담배, 설탕 등과 맞바꾸었다.
이것이 바로 ‘나그함마디 문서’ 의 발굴 경로다. 나그함마디 문서 뭉치들 속에는 지금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가지 복음서를 포함하여 모두 52종의 문서가 들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도마복음>> 이다. 앤드류 하비(Andrew Harvey) 교수 같은 이는 1945년 12월에 발견된 도마복음이 같은 해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진 문헌이라 평가했다.
<<도마복음>> 이 공관복음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공관복음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 심판, 대속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그 대신 내 속에 빛으로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닫는 ‘깨달음’ 을 통해 내가 새 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도마복음이 세계 종교 전통 어디서나 심층 깊이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신비주의’ 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었던 복음서로 보아 무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문으로 ‘영지(靈知)’ 라 번역하고 영어로 보통 ‘knowledge’ 라 옮기는 그리스어 ‘gnsis’ 란 말은 산스크리트어 프라즈나(praj), 곧 반야(般若)에 해당하는 말로서, 통찰, 꿰뚫어 봄, 직관, 깨침과 같은 계열의 말이다. 불교에서 반야를 통해 성불과 해탈이 가능해짐을 말하듯, <<도마복음>> 도 이런 깨달음을 통해 참된 ‘쉼’ 이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강남_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 soft103@hotmail.com
주요저서로 <<예수는 없다>>, <<도덕경>>, <<또 다른 예수:도마복음 풀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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